2000년대 초반 모토로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레이저’가 최근 휴대폰 업계의 화두인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돌아왔다.

모토로라 ‘뉴 레이저’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화웨이의 메이트X에 이어 소비자들이 만날 수 있는 3번째 폴더블 디스플레이폰이 될 전망이다. 기자는 14일, 중국 베이징서 레노버가 주최한 ‘테크월드 2019’ 행사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반 ‘뉴 레이저’를 체험해보는 기회를 만났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모토로라 ‘뉴 레이저’. / 베이징(중국)=최용석 기자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모토로라 ‘뉴 레이저’. / 베이징(중국)=최용석 기자
과거 ‘레이저’의 감성에 ‘폴더블’을 더하다

새로운 ‘뉴 레이저’의 외형은 기존 피처폰 시절 레이저 시리즈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된 외관은 가장 먼저 나온 ‘원조 레이저’의 그것에 가깝다.

특히 ‘접었을 땐 얇고 작게, 펼치면 크고 편하게’라는 원조 레이저의 장점을 그대로 살렸다. 접으면 여성의 콤팩트 화장품같은 크기로, 바지 주머니 속에 거침없이 쏙 들어간다. 펼치면 입가에서 귀까지 이르는 길이로 확장되어 통화에 최적화된 형태가 된다.

심지어 원조 레이저의 ‘한 손으로 폴더 열기’ 역시 ‘뉴 레이저’에서도 가능하다. 다만, 전반적인 가로세로 면적이 기존 레이저보다는 커서 손이 작은 사람에게는 ‘한 손 열기’가 어려워 보인다.

접으면 콤팩트해지는 ‘원조 레이저’의 특징도 그대로 물려받았다. / 베이징(중국)=최용석 기자
접으면 콤팩트해지는 ‘원조 레이저’의 특징도 그대로 물려받았다. / 베이징(중국)=최용석 기자
가장 중요한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처럼 안쪽으로 접히는 방식이다. 펼쳤을 때의 크기는 약 6.2인치며, 옆으로 돌리면 21:9 비율의 시네마 와이드 비율의 화면을 선사한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갤럭시 폴드처럼 극단적인 형태로 접히는 것은 아니다. 힌지 부분에 여유 공간이 생기면서 접히는 경계 부분이 둥글게 말린 형태를 유지하며 접히는 방식이다. 접히는 부분이 완전히 맞닿지 않고 빈 공간이 생기는 만큼 딱딱한 이물질 등이 힌지에 들어가도 화면이 손상될 위험이 없다고 레노버 측은 설명했다.

‘접는’ 난도를 낮춘 덕분인지 펼쳤을 때의 매끈함은 갤럭시 폴드보다 좀 더 나은 편이다. 거의 180도로 접히는 갤럭시 폴드의 화면은 비스듬히 보면 접히는 부분이 살짝 자국으로 남지만, ‘뉴 레이저’의 화면은 자국 하나 없이 매끈하다.

모토로라 ‘뉴 레이저’의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갤럭시 폴드처럼 완전히 접히는 것이 아닌, 둥글게 말리는 방식을 사용한다. / 베이징(중국)=최용석 기자
모토로라 ‘뉴 레이저’의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갤럭시 폴드처럼 완전히 접히는 것이 아닌, 둥글게 말리는 방식을 사용한다. / 베이징(중국)=최용석 기자
화면 내구성도 갤럭시 폴드보다는 좀 더 견고해 보인다. 유연한 소재의 화면 보호 필름을 부착해 손톱자국 등이 남기 쉬운 갤럭시 폴드에 비해, ‘뉴 레이저’의 화면은 강화유리만큼은 아니지만, 하드타입 플라스틱 보호 필름을 붙인 것과 비슷한 느낌을 선사한다.

접을 때 빈 공간을 만드는 힌지(경첩) 부분은 펼쳤을 때 디스플레이를 받쳐주는 구조로 변한다. 덕분에 펼쳤을 때 접히는 중앙 부분을 눌러도 움푹 들어가는 현상 등이 없다. 레노버 관계자에 따르면 ‘요가(YOGA)’ 시리즈 노트북의 힌지 기술을 적용해 ‘뉴 레이저’만의 견고한 힌지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펼쳤을 때 화면은 갤럭시 폴드보다 매끄럽고 견고한 느낌이다. / 베이징(중국)=최용석 기자
펼쳤을 때 화면은 갤럭시 폴드보다 매끄럽고 견고한 느낌이다. / 베이징(중국)=최용석 기자
성능이나 기능은 평범… ‘폴더블’ 보편화 이끌기에는 충분

최신 폰들이 카메라 기능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뉴 레이저’의 카메라 기능은 평범한 편이다. 2개~3개씩 카메라가 달린 다른 제품과 달리 폴더 바깥쪽 1개의 메인 카메라가 전부다. 원조 레이저 역시 카메라 기능은 평범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부분에서도 ‘전통’을 최대한 살린 셈이다.

화질도 특출나게 대단하다는 느낌은 없다. 대신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셀피(셀카) 촬영 시 표정을 인식해 웃으면 자동으로 촬영한다거나, 촬영 시 배경과 피사체의 비율, 각도 등을 스스로 인지해 가장 최적의 구도와 위치로 수정하는 등의 촬영 보조 기능이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짧은 시간 사용해본 ‘뉴 레이저’의 완성도는 생각보다 높은 편이다. 기존 폴더블 디스플레이 폰과 달리 콤팩트한 크기와, 갤럭시 폴드 및 메이트X 에 비해 저렴한 1499달러(약 164만원, 세금 제외)의 가격이 매력적이다. 

갤럭시 폴드와 메이트X가 ‘폴더블 폰’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과 기대감을 높였다면, 본격적인 폴더블 폰 시장의 확대는 아무래도 ‘뉴 레이저’가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양이나 성능 면에서 대단한 수준은 아니만, 소비자들의 ‘폴더블’에 대한 수요와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과거 원조 레이저가 그랬던 것처럼 이 제품이 모토로라의 새로운 전성기를 가져올 수 있을지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