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97)자석합체 장난감서 탄생된 '강철지그'

입력 2019.11.16 14:39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75년작 로봇 애니메이션 ‘강철지그(鋼鉄ジーグ)'는 사이보그 몸을 가진 주인공이 자석의 힘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로봇 지그로 변신·합체해 세상을 다시 정복하려는 고대국가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에서 강철지그는 방송국이 아닌 1980년대 삼화비디오를 통해 비디오테잎 매체로 한국어 더빙판이 유통됐다.

강철지그 DVD 패키지 일러스트. / 아마존재팬 제공
강철지그는 고고학자인 ‘시바 센지로'가 고대 일본을 지배했다 알려진 자마대왕국(邪魔大王国) 여왕 ‘히미카'의 부활을 목격하지만 왕국이 보낸 자객 하니와겐진의 습격으로 사망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고고학자 시바는 자신의 기억과 의식을 죽기 전 컴퓨터로 옮긴 상태다. 그는 자신의 아들 히로시를 사이보그의 몸으로 만들고, 자류파(磁流波) 에네르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로봇 지그를 만들어 자마대왕국의 세계정복 야욕에 맞서 싸운다.

재미난 점은 주인공 부자(父子)다. 고고학자라 소개된 아버지는 사이보그는 물론 로봇 제조 기술을 가진 과학자의 모습을 보이는 등 폭넓은 지식과 기술을 자랑하는 인물이며, 주인공은 자신이 언제 사이보그로 개조됐는지 조차 모른채 카레이서의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히로시는 아버지가 자기도 모르게 몸을 개조했다는 사실을 알고 고뇌에 빠지고,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아버지의 진심을 알고 강철지그로서의 사명을 받아들이게 된다.

주인공 히로시는 1970년대 로봇 파일럿 주인공들이 대부분 고등학생 정도의 청소년이었던 것과 달리, 집안의 버팀목인 가장으로서 가족을 부양하는 사회인이란 점이 눈에 띈다. 참고로, 주인공의 직업은 자동차 정비공장 사장이다. 카레이서는 직업보다 취미에 가깝다.

한편, 애니메이션 강철지그 주제가는 애니메이션 마니아 사이서 ‘형님(아니키)’으로 불리며 마징가Z 주제가를 부른 인물로도 유명한 ‘미즈키 이치로'가 열창했다. 애니메이션 강철지그는 당시 이탈리아 어린이 사이서도 인기가 높았다.

자석 합체 장난감에서 출발한 강철지그

애니메이션 강철지그는 장난감 제조사 타카라(現타카라토미)가 자석을 사용한 합체 로봇 장난감 ‘마그네모(マグネモ)' 기획을 통해 탄생됐다.

1995년 출간된 ‘추억의 TV애니메이션 99개작의 의문'에 따르면 타카라는 마그네모 기획서를 출판사 코단샤의 어린이 잡지 ‘테레비매거진' 편집부로 가져왔으며, 해당 편집부는 이 기획을 ‘마징가Z’ 원작자인 만화가 ‘나가이 고(永井豪)’에게 알린다.

만화가 나가이는 당시 자신의 제자였던 만화가 ‘야스다 타츠야(安田達矢)’와 함께 자석의 힘으로 몸뚱이가 합체되는 로봇을 디자인 했고, 이것이 지금의 강철지그로 완성된다.

강철지그는 만화가 야스다의 프로 데뷔 첫 작품이다. 만화 강철지그는 잡지 테레비매거진을 통해 1975년 연재를 시작한다. 타카라는 만화 연재와 함께 강철지그 자석합체 장난감을 시장에 선보인다. 현지 장난감 업계 증언에 따르면 당시 강철지그 장난감은 인기가 높았다.

강철지그 애니메이션 한장면. / 야후재팬 갈무리
만화가 나가이는 마징가Z 등의 작품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애니메이션 제작사 토에이동화(東映動画·현재 토에이 애니메이션)에도 작품 기획서를 가져가 강철지그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성사시킨다.

당시 토에이는 ‘그렌다이저'와 ‘겟타로보' 애니메이션 제작과 방영 업무를 진행 중이었다. 그렌다이저와 겟타로보 제작팀은 업무를 병행해 가며 강철지그를 그려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없어진 일본 토이저널의 당시 기사에 따르면 타카라는 강철지그 장난감 판매가 100만개 이상 팔릴 정도로 탄력을 받자 별도로 사업부를 꾸리는 등 마그네모 시리즈 장난감 제작에 박차를 가한다. 해당 사업부는 강철지그 이후 1976년 ‘마그네로보 가 킹', 1977년 ‘초인전대 바라탁크' 등 마그네로보 시리즈 애니메이션 기획을 추진하게 된다. 타카라는 1976년 마그네로보 가 킹 공개에 맞춰 장난감 시리즈 명칭을 마그네모가 아닌 마그네로보로 수정한다.

타카라가 선보인 마그네로보 시리즈 강철지그 장난감. / 노스탤직 히어로즈 갈무리
자석의 힘으로 로봇합체 놀이를 즐길 수 있었던 마그네로보 시리즈 컨셉트는 포피(현재 반다이 스피리츠) 등 다른 장난감 제조사 로봇 상품에도 영향을 끼쳤다. 포피의 경우 ‘콤바트라 브이(V)’와 ‘볼테스 파이브(V)’ 로봇 장난감에 자석을 이용한 합체 기구를 탑재한 바 있다.

옵션 파츠로 더 강력해지는 강철지그

로봇 강철지그는 주인공 히로시가 ‘체인지 사이보그!’라는 목소리와 함께 전용 글로브를 낀 주먹을 모으면 로봇의 머리부분으로 변하고, 여동생 같은 존재인 미와가 탑승하는 ‘빅슈터'에서 발사된 몸체 파츠와 합체해 로봇의 모습으로 완성되는 구조를 지녔다.

토에이 설정 자료에 따르면 강철지그 로봇은 높이 기준 10미터 중량은 12.5톤이다. 앞서 밝혔듯이 자석의 힘인 ‘자류파 에네르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해 75만 마력에 달하는 괴력을 자랑한다.

로봇은 공중전에 특화된 ‘스카이 파츠', 육지전을 위한 ‘어스 파츠', 수중전을 위한 ‘마린 파츠' 등 기본 부품외 옵션 장비를 탑재할 수 있다. 옵션 장비를 착용하면 드릴 무기를 발사하거나, 최대 시속 마하4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강철지그 애니메이션 오프닝 영상. / 유튜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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