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넷플릭스와의 협상 중재를 신청했다. 최근 논란인 망 이용대가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 따른 조치다.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가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의 망 이용대가 문제로 방통위에 중재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방통위는 이례적으로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소식을 발표했다.

./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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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19일 SK브로드밴드로부터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에 관한 갈등을 중재해 달라는 신청에 따른 재정(일의 옳고 그름을 따져서 결정함)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전기통신사업법을 보면, 통신사업자는 전기통신사업자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방통위에 재정을 신청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12일 방통위에 재정신청서를 접수했다. 넷플릭스 이용자 증가 영향으로 트래픽이 급증하지만,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수익만 챙길 뿐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다. 양사간 협상은 1년 동안 9차례나 진행됐지만 넷플릭스가 거절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 수는 10월 기준 200만명쯤이다. 2018년 10월 대비 81만명(147%) 늘었다.

SK브로드밴드 한 관계자는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이슈는 사업자 간 계약 관련 부분이지만, 글로벌 CP가 망 투자비 분담 논의를 계속 회피하는 것은 생태계 지속 발전을 외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늘어나는 비용 부담으로 망을 증설하지 못하면 결국 이용자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방통위의 중재는 그 자체로 강제성이 없지만, 이런 시도가 오랜 노력 끝에 페이스북과 망 이용대가 계약을 맺은 것철머 지지부진한 넷플릭스와의 협상을 이끌어내는 모멘텀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방통위 "6개월 이내 최대한 끝내겠다"

방통위는 재정 신청을 접수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재정을 해야 하고, 필요에 따라 90일을 연장할 수 있다. 늦어도 2020년 5월 중순까지는 재정을 해야한다. 우선 분쟁 당사자 간 합의를 주선하고, 결과가 없을 경우 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재정 결정을 내린다.

./ IT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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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절차에는 분쟁 당사자인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관계자 대상 의견 청취와 법률‧학계‧전기통신분야 전문가 대상 의견 수렴, 사실관계 검증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넷플릭스 본사는 미국에 있다. 사업자의 의견을 듣는 첫 단계부터 쉽지 않다. 방통위는 27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넷플릭스 측에 통보했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재정 절차는 양쪽의 의견을 듣고 타협을 이끌어내는 절차다"며 "넷플릭스 측 입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어떻게 진행할 지 재단할 수 없으며, 통상적으로 의견을 제출하는 데 2주쯤 걸리는데 넷플릭스 본사가 미국에 있어서 시간은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대 6개월 이내에 재정 결정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필요하다면 사업자 측에 양해를 구한 뒤 현장 조사도 진행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방통위가 요청한 의견서 제출기한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았지만, SK브로드밴드와의 협상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넷플릭스 대변인은 "넷플릭스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000개쯤의 인터넷사업자(ISP)와 협력하며 무상으로 오픈 커넥트(Open Connect)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네트워크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라며 "이는 망 트래픽 부하를 현저히 줄임과 동시에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윈-윈' 인 방안이며, SK브로드밴드에도 오픈 커넥트 서비스 무상 제공을 여러 차례에 걸쳐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오픈커넥트는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으로 캐시서버를 포함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플릭스와 ISP 간 중간단계를 없앤 직접 연결 방식이다. 데이터 전송에 대한 간섭이 대폭 줄어 이용 속도를 높인다. 현재 LG유플러스, 딜라이브, CJ헬로 등 ISP는 오픈커넥트를 자사의 네트워크에 적용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가 캐시서버를 오픈커넥트로 단어만 바꿔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 한 관계자는 "오픈커넥트가 사실 상 캐시서버를 말하는 것이다"라며 "결국 캐시서버가 있으니 망 이용대가를 안내겠다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