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라 크라우드펀딩 한다더니 중국서 싸게 파는 제품

입력 2019.11.20 06:00 | 수정 2019.11.21 13:10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다. 크라우드펀딩은 제작자가 일반 이용자로부터 십시일반 투자를 받아 기존에 없던 참신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렇게 혁신적이라는 상품이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더 싼 가격에 버젓이 판매된다는 폭로가 이어진다. 와디즈는 해당 상품 펀딩을 취소하고 유사 사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상품을 일일이 걸러내는 것이 쉽지 않아 펀딩 참여 소비자 주의와 아울러 이런 일이 발을 붙이지 않게 할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와디즈에 따르면 11월 18일 ‘다모칫솔’이라는 상품 펀딩을 취소했다. 와디즈 플랫폼에서 개당 2500원에 판매되는 이 제품이 중국 쇼핑사이트에서는 개당 300원에 판매된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유사한 상품이 판매되는 것으로 드러나 펀딩이 취소된 다모칫솔./ 와디즈 화면 갈무리
다모칫솔은 솜털처럼 얇은 칫솔모를 낀 제품이다. 10월 30일 시작한 이 펀딩은 11월 17일 현재 4500명 이상이 참여했다. 1억3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모았다. 해당 펀딩은 총 9개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면 참여할 수 있다. 각 흰색과 검은색, 연두색 칫솔 세 개가 한 세트인데,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세트 갯수 별로 상품 옵션이 다르다. 최소 7500원에서 최대 9만2500원짜리 옵션도 있다.

이용자가 와디즈에서 이 칫솔을 구매하려면 택배비까지 포함해 최소 1만원 이상 세트로 구매해야 한다. 반면 같은 상품을 중국 사이트에서 사면 배송비 등을 모두 포함해도 3000원이 넘지 않는다. 더욱이 와디즈와 같은 가격으로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거의 흡사한 상품을 낱개로 구매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되고 논란이 불거지자 와디즈는 해당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이미 진행된 결제예약도 모두 취소시켰다.
문제는 이런 일이 와디즈와 같은 크라우드 플랫폼 안에서 횡행한다는 점이다. 다모칫솔말고도 저당밥솥과 빔프로젝터, 렌즈세척기 등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 중인 다양한 상품들이 중국 쇼핑사이트에서 판매된다는 폭로가 이어진다.


논란이 불거진 저당밥솥 상품에 달린 이용자 댓글./ 와디즈 화면 갈무리
저당밥솥은 밥을 짓는 과정에서 탄수화물을 40% 이상 줄여준다며 인기를 모았다. 해당 상품 제조회사는 조립생산부터 제품검수, 배송 등을 모두 국내에서 한다고 소개했다. 이 상품은 19일 현재 와디즈에서 제품 한 개 당 13만원에 펀딩 중이다.

이 상품과 거의 같은 상품이 중국 온라인쇼핑몰에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중이라는 주장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 측은 "한국 제조 현실상 중국 기술과 부품으로 만들었다"면서도 "조립과 검수만큼은 우리 손으로 안전하게 한다"고 해명했다. 해당 제품 금형과 디스플레이 판넬 등은 중국 업체와 독점계약한 뒤 OEM(주문자 상표 부착생산)으로 만들었지만 국내외에서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이 같은 OEM 방식으로 중국에서 만들다보니 외관이 유사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중국에서 부품을 떼와서 한국에서 조립만 해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냐"며 반발했다.

이런 상품을 거르지 않고 판매를 할 수 있게 한 와디즈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높다. 해당 펀딩 댓글에 한 이용자는 "와디즈도 선개발 완료, 유통 중인 제품을 몰랐다고 할 수 있느냐"며 "이런 기술개발품을 구글링도 안해봤다는 이야기인가"라고 꼬집었다.

와디즈 관계자는 "워낙 글로벌 환경을 타고 유통망이 빠르게 만들어지는 데다, 기존과 달리 OEM 방식 제조도 많아지고 있다"며 "같은 상품이 해외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서 판매되는지 여부를 와디즈가 일일이 검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같은 상품이 다른 채널에서 판매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다모칫솔은 펀딩을 취소했으며, 전체 프로젝트를 모두 조사하고 문제 발견 시 조치할 예정이다"라며 "관리와 심사 담당 인력을 충원하고 펀딩 참여 원칙을 강화해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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