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 주인은 누구?

입력 2019.11.20 18:02

인공지능(AI)가 만든 콘텐츠 저작물은 지식재산권(IP)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인류는 아직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0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2019 서울 저작권 포럼'을 통해 AI의 저작권에 대해 논의했다. 포럼에는 ‘로스 린치' 영국 지식재산청 국장 등 정책·법률 전문가와 ‘프레디 르쿠' 인공지능 기술연구소 CortAlx 수석과학자 등 인공지능 전문가 등이 참가했다.

로스 린치 영국 지식재산청 국장. / 김형원 기자
로스 린치 영국 지식재산청 국장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저작권자는 ‘인간'으로 한정하고 있다"며 "영국에서도 AI의 창작물에 저작권을 인정해야 된다 쪽과 인정하면 안 된다는 쪽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AI 창작물에 IP를 부여할지는 아직 정책적으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린치 국장은 "AI 저작권을 인정할 경우, 창작물의 주권은 해당 저작물 생성을 주도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영국에서는 저작권자가 없는 경우 저작물 창작 기여도에 따라 저작권자를 판별한다"라고 밝혔다.

린치 국장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AI 저작물 권리 판별을 위해 새로 ‘AI청’을 신설했다. AI청은 기업과 연구기관의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평가는 물론 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영국 AI청은 인공지능과 AI가 생성한 저작물에 대해 ▲공정성 ▲책임성 ▲지속가능성 ▲투명성 등 크게 4가지 지침을 바탕으로 평가한다. 기술 발전과 산업을 도모하는 동시에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도다. 가짜뉴스와 특정 인물의 얼굴을 인공지능이 그대로 모방해 내는 ‘딥페이크' 기술에 대한 불안감이 AI청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린치 국장은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이를 정부 기관에 전적으로 맡길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규제가 강하면 혁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이 빠르기 때문에 기업과 정부가 함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모든 국가가 수용해 인공지능 관련 저작권을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까닭은 인공지능 기술과 이를 활용한 서비스가 어느 한 국가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인공지능의 저작권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기존 저작권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철남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의 저작권 제도는 창작자의 인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AI 저작물을 인정하는 것이 어렵다"며 "인공지능 저작권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이를 분리해 AI 저작물을 문화 콘텐츠 부산물 형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19 서울 저작권 포럼 현장. / 김형원 기자
타일러 오초아 산타클라라대 법과대학 교수는 "현재 그 어떤 인공지능도 인간없이 스스로 창작하지 않는다"며 "미국에서 AI 저작권은 저작권법 201조에 기반해 기업 등 법인이 주인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오초아 교수는 인공지능 저작권을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법률로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유는 미국의 저작권법은 ‘인간'이 저작권자라는 기반 하에 법률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원숭이 셀카 사진 소유권 소송을 예로 들며 미국 법원은 결국 원숭이가 생성한 저작물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고, 미국 저작권청 역시 인간의 손이 아닌 자동으로 생성된 저작물을 등록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정진근 강원대학교 법학대학 교수는 "현재 인공지능은 저작권을 가질 수 없다"며 "미국 원숭이 셀카 사진 판정은 물론, 중국에서도 이미 2건의 비슷한 판례가 나왔다. 1980년대 만들어진 저작권법은 인공지능 출현을 예상하지 못했고, 현재 법상으로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생산한 콘텐츠는 무주공산 상태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AI 저작물은 플랫폼 형태로 큰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마젠타 프로젝트 등 오픈소스가 개인의 AI 창작물을 폭증시킬 것이고, 동시에 콘텐츠 공급자의 힘을 약화시킬 것이다"며 "AI 오픈소스 등 플랫폼이 가까운 미래 굉장히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인공지능 저작권 외에도 미국 등 기술 선진국의 동향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글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했지만, 하드웨어와 딥러닝 관련 기술은 영업비밀로 공개하지 않았고, 최근 미국 정부가 딥러닝 기술을 특허기술로 지침을 제정하는 등 기술 보호에 나섰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을 대신해 AI 창작자가 나타났지만, 관련 법리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며 "시대에 맞는 저작물 이익분배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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