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쇼핑의 달’이다. 한국 코리아세일페스타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중국 광군제 등 이름 난 쇼핑 행사가 모두 이달에 열린다. 최근 한국에서 코리아세일페스타보다 더 큰 화제를 모은 쇼핑 축제가 열렸다. 이베이코리아 G마켓과 옥션이 연 ‘빅스마일데이’다.

빅스마일데이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네번(올해 두번)열렸다. 11월 1일~11월 12일까지 열린 이번 행사의 누적 상품 판매량은 1억1500만개에 달한다. 한국 국민이 두번씩 상품을 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빅스마일데이의 인기 비결은? 파격적인 할인 쿠폰과 혜택, 다양한 브랜드와의 제휴로 확보한 풍부한 상품군, 편리한 쇼핑 환경 등을 들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 UX·UI 디자인 팀. 권기석 디자이너·지득수 디자이너·김혜민 UX기획자·김동연UX기획자·신행철 디자이너·이채영 디자이너·송승아 UX기획자(왼쪽부터). / 차주경 기자
이베이코리아 UX·UI 디자인 팀. 권기석 디자이너·지득수 디자이너·김혜민 UX기획자·김동연UX기획자·신행철 디자이너·이채영 디자이너·송승아 UX기획자(왼쪽부터). / 차주경 기자
그리고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한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UI, User Interface)를 빼놓을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도 UX·UI가 없다면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없다. 구슬(서비스)이 서 말이라도, UX·UI로 꿰지 않으면 보배가 될 수 없는 이치다.

이베이코리아에서 UX·UI를 담당하는 김동연 UX기획자와 신행철 디자이너를 만났다. 이들이 3년 전 빅스마일데이 초창기부터 설계한 버튼·필터·실시간 인기 상품 등, 오늘날 온라인 쇼핑가의 유행으로 자리 잡은 UX·UI 디자인의 비결을 물었다.

UX·UI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하나요?

김동연 UX기획자 : 쉽게 말하면, UX기획자는 소비자가 웹 사이트에 와서 서비스를 접했을 때 ‘무엇을 해야할지 알려주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가진, 제공하려는 서비스를 설명하는 동시에 서비스가 나타날 화면을 잘 꾸미고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신행철 디자이너 : UI의 임무는 UX를 눈에 잘 띄게 시각 요소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베이코리아 프리미엄 배송 ‘스마일클럽’ 서비스를 소개할 때, 서비스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화면을 만드는 것이 UX, 이를 소비자가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UI입니다.

김동연 UX기획자 : 빅스마일데이에서 "상품을 쉽게, 싸게 잘 샀다"고 생각하셨다면, 그게 바로 UX·UI 디자이너의 보람입니다.

3년간 네번 열린 빅스마일데이, 어떤 개념으로 기획했나요?

김동연 UX기획자 : 그냥 할인 행사는 다른 쇼핑가도 매년 하잖아요? 저희는 쇼핑을 강조하되, 일종의 축제로 꾸미고 싶었습니다. 제대로 된 쇼핑 축제를 만들어서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 등 매년 열리는 이름난 쇼핑 행사와 견주고 싶었습니다.

신행철 디자이너 : 처음에는 화려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잘 보니 이전에도 같은 행사가 아주 많았어요. 그래서 소비자의 뇌리에 새겨질 만한, 각인될 만한 요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쓰는 빅스마일데이 심볼, 로고를 이 때 만들었는데요, 강한 인상을 주려 당시 업계에서 거의 쓰지 않던 보라색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베이코리아 G마켓이 녹색, 옥션이 빨간색, G9가 파란색을 이미 쓰고 있어서 겹치지 않는 색상을 고르느라 애도 먹었어요.

빅스마일데이의 UX/UI는 온라인 쇼핑가 표준이 됐다는 평가까지 받습니다. 기획 비결, 당시 소비자 반응은 어땠나요?

김동연 UX기획자 : 보통 쇼핑 행사라면 특가와 쿠폰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런데, 사실 쿠폰은 당연히 알려야 하는 거잖아요? 당연한 것 말고 우리 쇼핑 축제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될, 쇼핑하지 않으면 안 될 생각이 들게끔 장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실시간 인기 랭킹, 필터(특정 조건에 맞는 상품만 보여주는 기능) 등 UX를 만들었어요. 저희가 생각한 쇼핑 축제의 차별화 요소로 가장 알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국 광군제 보셨나요? 판매 금액과 매출 달성 시간을 눈에 띄게, 화려하게 홍보하죠? 이 점을 벤치마킹했어요.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화려함은 실시간 판매 실적, 검색 랭킹 등이라고 생각해서 인기 랭킹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경쟁사도 다 보는데 판매 실적을 공개하는게 두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이상으로 판매 규모를 보여주는 것이 소비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유효하다는 판단에 강행했습니다.

빅스마일데이 모바일 화면. 실시간 판매 실적, 검색 랭킹 등이 시선을 끈다. / 이베이코리아 제공
빅스마일데이 모바일 화면. 실시간 판매 실적, 검색 랭킹 등이 시선을 끈다. / 이베이코리아 제공
신행철 디자이너 : 필터의 효과를 알리는 것은 UI의 역할입니다. 처음에는 상품 검색 필터로만 생각해 ‘빅스마일데이 상품만 모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쇼핑 축제 개념을 넣으려니 고민되더라고요.

그래서 기왕 행사를 알릴 거, 사이트 구석이 아니라 눈에 띄는 곳에 크고 명확하게 어필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유효했어요. 상품을 명확하게, 빨리 찾을 수 있다는 소비자 반응이 빗발쳤습니다.

상품마다 빅스마일데이 심볼을 새긴 것도 좋았어요. 소비자에게 상품을 저렴하게 제공했을뿐 아니라, 빅스마일데이의 경험을 강하게 남긴 셈이니까요. 저희 UX·UI가 온라인 쇼핑 할인전의 하나의 절차로 자리 잡았다는 한 소비자 평가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이번 빅스마일데이 UX/UI에 새로 도입한 기능이라면?

김동연 UX기획자 : 요즘 소비자는 정말 똑똑하세요. 할인 쿠폰과 적용 절차 등 정보를 아주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러다보니 ‘진짜 최저가가 뭔지’ 제시해야 했어요. 그래서 이번에 할인 종류와 폭을 자세히 설명하는 기능을 넣었습니다.

빅스마일데이 할인은 몇%, 브랜드 자체 할인은 또 몇%, 쿠폰 할인은 몇%. 이렇게 할인 폭을 설명한 후 저희는 최종 가격을 제시하는 거죠. 가격에 대한 신뢰를 주는 장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장바구니에 담긴 상품에 빅스마일데이 로고를 새겨 강조하는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상품과 혜택을 직관적으로 알려드리려고요.

신행철 디자이너 : 빅스마일데이 스탬프 보셨나요? 이번 행사에 쿠폰을 세번 드렸어요. 세번 다 써야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겠죠? 그래서 쿠폰을 세번 다 쓰면 한번 더 드리는 스탬프 이벤트를 만들었습니다. 쿠폰 유효 기간을 알려드리는 기능도 넣었어요.

쿠폰을 다 써 주시면 저희는 매출이 늘어 좋고, 판매자는 판매량이 늘어나니 좋고, 소비자는 상품을 싸게 살 수 있으니 좋습니다. 다 좋잖아요? 그러니 쿠폰이 얼마나 좋은지 적극 알려야죠. 소비자가 쇼핑 찬스를 그냥 날려버리지 않게 배려한 부분이 좋은 평가를 받아 기쁩니다.

쇼핑 페이지가 난잡하거나, 구매 절차가 복잡하면 쇼핑을 쉬이 포기하게 됩니다. 쇼핑 편의를 위해 가장 신경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동연 UX기획자 : 모바일 페이지가 기본, PC 페이지는 모바일의 확장 형태로 디자인합니다. 욕심같아서는 클릭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반응형 페이지, 펑펑 터지는 축하 폭죽에 화려한 애니메이션도 등 시각 요소도 넣고 싶었는데, 이게 모바일 페이지에서는 다 과부하가 돼요.

그래서 아주 간결한, 번거로운 절차 없이 그저 쇼핑만 즐길 수 있는 페이지를 구상했습니다. 화면 크기가 작은 모바일에서는 더더욱 그래요. 모든 것을 명확하게 전달하려 했습니다.

신행철 디자이너 : 쇼핑 페이지를 봤을 때, 소비자가 생각을 깊게 하게 만들면 안되는 거예요. 모바일 페이지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빅스마일데이가 뭐지? 내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지? 소비자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뭔지부터 궁리했어요.

그 다음에는 소비자가 쇼핑하는 순서, 즉 플로우(흐름)를 고려했습니다. 시선이 가는 곳으로 손가락이 가고, 손가락으로 클릭하면 자연스럽게 쇼핑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거죠. 한눈에 안 들어오면 모바일 페이지 실격이예요. 콘텐츠를 압축하고 광고 문구 길이도 제한했습니다. 클릭 수 줄이는 건 당연하고요. 그 빡빡한 와중에 쿠폰 페이지로 유도하는 등 더 많은 혜택을 드리려 노력한 점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디자이너로서 가장 자신있게 내보일 수 있는, 혹은 소비자에게 꼭 추천하는 기능은?

김동연 UX기획자 : 필터죠. 필터를 쓰면 상품 검색 후 빅스마일데이 혜택이 적용되는 제품만 모아서 볼 수 있습니다. 검색할 수고를 덜어드려요. 필터가 쿠폰 활용도까지 높여줬습니다.

빅스마일데이 필터. 해당 상품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 이베이코리아 제공
빅스마일데이 필터. 해당 상품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 이베이코리아 제공
신행철 디자이너 : 원론인데요, 저희가 애써 만든 빅스마일데이 자체를 꼭 즐겨보셨으면 해요. 쇼핑 할인전은 많아도 쇼핑 축제는 없습니다. 축제에 어울리게 쿠폰도 어느 곳보다 많이 드려요. 한번만 경험해보면 대번에 저희 디자이너의 노력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증강현실·생체보안 등 ICT가 온라인 유통 양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UX·UI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김동연 UX기획자 : ICT는 소비자의 쇼핑 편의를 개선할 겁니다. 그럼에도 모든 기술이 곧바로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예요. 그저 보여주기 위한 기술은 의미가 없어요. 소비자가 쉽게 접근해 이용할 수 있어야,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대로 제시할 수 있어야 의미 있는 기술이라고 봅니다.

ICT 발전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기술이 쇼핑의 스트레스와 수고를 덜어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보여주기 위한 기술이 아닌 소비자의 마음을 직접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이라는 판단이 들 때 곧바로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행철 디자이너 : 첨단 결제 시스템과 얼굴인식 보안 등, 기술은 UX·UI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기술이 나오자마자 적용되는 것은 아니예요. 기술 자체의 완성도가 무르익을 때까지, 사용자에게 가까워져 거부감을 줄이기 전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아직 과도기라고 판단하는 기술도 많고요. ICT가 온라인 유통 및 UX·UI 양상을 바꾸고 소비자 쇼핑 경험을 즐겁게 바꾸는 것은 사실이니,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