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리그레인드(ReGrained)라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은 대학 동기인 댄 커즈록(Dan Kurzrock)과 조던 슈와츠(Jordan Schwartz)가 만든 회사다. 두 사람은 맥주를 좋아해 학교에서 직접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 어느날 그들은 맥주 제조공정에서 맥주보다도 부산물이 많은 남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맥주업계에서는 이를 활용하지 않고 폐기한다. 두 사람은 부산물을 곡물가루로 가공했다. 이를 스낵바로 만들었고 사업화에 성공했다. 크고 작은 맥주회사와 협력하거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영국에는 토스트 에일(Toast Ale)이라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있다. 사업모델은 팔지 못해 남은 빵을 모은 뒤, 곡물 성분을 가공해 맥주를 만든다.

두 기업은 정반대의 사업을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지속 가능성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김소형 스탠포드대학교 푸드이노랩 박사는 "세계 푸드테크 업계에는 푸드서클(Food Circle)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공유주방 스타트업인 키친타운 러스티 슈왈츠 대표가 20일 서울 종로구 위쿡에서 열린 행사에서 푸드테크 스타트업 혁신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 위쿡 제공
미국 실리콘밸리 공유주방 스타트업인 키친타운 러스티 슈왈츠 대표가 20일 서울 종로구 위쿡에서 열린 행사에서 푸드테크 스타트업 혁신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 위쿡 제공
20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맛있는' 혁신을 시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대량생산 체제로 폐기물이 많이 발생했던 기존 음식산업 프레임을 깨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지속가능한 음식산업 생태계를 기술로 이루겠다는 목표다.

대표 공간이 미국 실리콘밸리 공유주방 스타트업인 키친타운(KitchenTown)이다. 공유주방은 여러 사업자가 한 주방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이 곳에서는 창의적인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모여 다양한 실험을 벌인다. 리그레인드도 키친타운에 입주한 기업 중 하나다.

키친타운에 입주한 또 다른 스타트업 중 하나는 드롭 워터(Drop Water)다. 드롭 워터는 미네랄이나 철분 등 이용자가 원하는 성분을 담은 생수를 퇴비로 만든 물병에 담아 파는 키오스크를 개발했다. 드롭 워터의 아이디어는 올해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플라스틱 병 사용이 금지된다는 데서 시작됐다.

필트리신(filtricine)은 단백질에서 암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성분을 제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키버디(Kiverdi)는 공기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미생물로 가공해 단백질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다. 이 단백질을 음식 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목표다.

러스티 슈왈츠(Rusty Schwaltz) 키친타운 대표는 20일 서울 종로구 위쿡에서 열린 ‘실리콘밸리 푸드 전문가들' 행사에서 "이제는 식품산업이 건강과 대체식품, 친환경 등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시대다"라며 "세상을 바꿀 혁신을 고민하는 스타트업을 위해 키친타운은 공간을 지원하고 컨설팅을 하고있다"고 설명했다.

김소형 미국 스탠포드대 푸드이노랩 박사가 20일 서울 종로구 위쿡에서 열린 행사에서 푸드테크 혁신 사례를 발표하는 모습. 혁신 사례로 소개된 음식 속 새우에는 개미가 얹어져 있다./IT조선
김소형 미국 스탠포드대 푸드이노랩 박사가 20일 서울 종로구 위쿡에서 열린 행사에서 푸드테크 혁신 사례를 발표하는 모습. 혁신 사례로 소개된 음식 속 새우에는 개미가 얹어져 있다./IT조선
김소형 박사도 이날 행사에서 세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음식 실험 사례를 소개했다. 푸드이노랩이 연구한 혁신사례 중 하나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음식연구소 노르딕 푸드 랩이다.

노르딕 푸드 랩에서는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새로운 맛을 실험한다. 예를 들면 새우와 개미를 함께 요리한 음식이다. 신선한 새우 위에 작은 개미를 얹은 이 요리는 새우 특유의 단 맛과 개미의 신 맛을 조합했다.

노르딕 푸드 랩은 친환경적이면서도 다양한 맛을 내는 곤충에 주목한다. 64개 곤충을 대상으로 맛과 레시피 등을 연구하는 ‘버그폴리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김 박사는 향후 식품시장 트렌드도 소개했다. 그는 "향후 음식 산업은 삼시세끼 개념이 사라지고 배고플 때마다 간단하게 먹는 스낵킹(Snacking)이 트렌드가 된다"고 전망했다.

스낵킹은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서 보편적 식사 형태다. 그는 이외에 모든 영양소를 한 음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식품이나 개개인 취향에 철저히 맞춘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맛과 위생은 여전히 식품업계 중요한 가치다. 슈왈츠 대표는 "음식은 결국 맛이 있어야 팔리므로 푸드테크 승패는 각종 재료로 만든 음식이 얼마나 맛있느냐에 달려있다"며 "음식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도 푸드테크 업계가 지켜야 할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