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의 특산품은? 거의 모두가 ‘쌀’과 ‘도자기’를 들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반도체’라는 색다른 답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상반기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광고 영상을 본 이들이다.

광고 내용은 이렇다. 경기 이천 한 초등학생이 이천의 특산품은?이라는 질문에 ‘반도체’라는 답을 적었다가 틀렸다고 지적 받는다. 학생은 경기 이천에서 세계적인 품질의 반도체를 만든다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자신 있게 답을 적었던 것.

학교 시험 문제를 틀려 의기소침한 아들을 본 아버지는 반도체가 경기 이천의 특산품으로 인정 받을 때까지 동분서주한다. 그 결과 ‘이천 특산품’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반도체’가 나오게 된다. 이를 본 아들의 학교 선생님이 당황하며 광고는 끝난다.

이수연·원정호·이호언 SK하이닉스 브랜드전략팀(왼쪽부터) / 김동진 기자
이수연·원정호·이호언 SK하이닉스 브랜드전략팀(왼쪽부터) / 김동진 기자
SK하이닉스의 이천편 광고는 2019년 4월~6월 사이, TV와 유튜브에 방송돼 큰 화제를 모았다. 유튜브 조회수만 3100만회가 넘었다. 덕분에 SK하이닉스 유튜브 구독자도 13만여명에서 21만여명으로 급증했다.

이 광고는 SK하이닉스 브랜드전략팀의 작품이다. 이들은 재미있는 광고로 반도체를 알리는 한편, 전문가의 영역이라 반도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늘 노력한다. IT조선은 21일 분당 정자동 사무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홍보팀과 브랜드전략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광고 영상을 홍보팀이 만들었다고 대부분 생각한다. 대외에 SK하이닉스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홍보팀은 주로 언론을 상대한다. 브랜드전략팀은 특별한 구분 없이 모두와 소통한다는 차이가 있다. 만드는 콘텐츠 성격도 다르다. 홍보팀은 텍스트, 브랜드전략팀은 영상 위주 콘텐츠를 생산한다. 브랜드전략팀은 2018년을 기점으로 소통 방향을 바꿔, 젊은 층과 소통하려 노력하기로 했다. 그 수단이 ‘영상’이라고 판단했다.

SK하이닉스 광고 이천편 / SK하이닉스 제공

―화제가 된 이천편 광고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이천 특산품은 반도체라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는지?

‘We Do Technology’라는 기업 슬로건을 중심으로 기술 기업에 대한 집념을 사회적 가치를 담아 표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천 공장을 보유한 SK하이닉스가 지역사회와 상생한다는 콘셉트로 큰 방향이 나왔다.

SK하이닉스 브랜드전략팀은 광고 스토리를 정하기 위해 팀 회의를 거듭했다. 이천하면 쌀과 도자기가 특산품인데, 반도체는 왜 특산품이 될 수 없냐는 생각이 모였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에 이 생각을 담아보자고 결정했다. 촬영 계획을 잡고 이천 현장 답사와 등장인물 캐스팅을 거쳐 본격적인 촬영에 나섰다. 중간중간 불가피한 수정사항을 반영하는 작업을 반복해 최종 결과물을 받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SK하이닉스 브랜드전략팀 회의 장면 / 김동진 기자
SK하이닉스 브랜드전략팀 회의 장면 / 김동진 기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4월~6월에 광고를 내보낼 계획이었기 때문에 계절을 여름으로 설정했지만, 촬영은 2019년 3월에 했다. 얇은 옷을 입고 바들바들 떨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이천 꽃샘추위는 매서웠다.

광고를 보면 아버지가 이천시청에 전화해 반도체가 이천 특산품이 될 수 있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시청 직원이 ‘어… 반도체가…’ 라며 당황하는데, 실제 상황을 재연한 것이다. 이천 시청에 실제로 전화를 걸어서 질문한 내용과 답이다. 내부 회의에서 이 상황을 살리자는 의견이 모여 광고에 담았다.

―광고 장면마다 브랜드전략팀의 의도가 숨어 있다고?

맞다. 광고 곳곳에 브랜드전략팀의 의도가 숨어있다. 세계적인 반도체를 이천에서 만든다는 내용으로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기술회사라는 설정을 강조했다. 이천이라는 배경 설정을 통해 SK하이닉스는 지역 사회와 상생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미지도 담았다. 반도체가 이천 특산품으로 인정받을 때까지 노력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 곧 집념을 나타낸다.

기업 광고라면 거부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기업 광고라는 이미지를 주지 않으면서도 의도한 전략을 광고에 모두 담기 위해 긴 시간 노력했다.

―반도체를 쉽게 설명하는 일. 왜 중요한가?

3가지 차원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우수 인재 확보 ▲브랜드 이미지 ▲반도체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일이다.

반도체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의 지적 욕구를 자극하려고 노력했다.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쉽고 재밌게 제공하는 SK하이닉스에 학생들이 긍정적 이미지를 갖게 되리라 판단했다. 그 결과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 것이라는 기대다.

SK하이닉스는 기술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학회나 자체 행사도 있지만, 기회가 많지 않아 제한적이다. 불특정 다수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볼 수 있는 ‘영상'을 만들게 된 계기다.

반도체는 어렵다는 편견을 바꾸는 일도 중요하다. 반도체는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인식에 도전해 친숙한 기업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주고자 한다. 한번에 모든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창의적인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해 편견에 도전하려고 한다"

SK하이닉스 광고 청주편 / SK하이닉스 제공

―하반기 새로 선보인 청주편 광고도 반응이 뜨겁다고?

새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를 내놔도 계속 더 나은 제품을 요구하는 과정을, 충북 청주라는 지역 특색에 맞게 ‘금속활자 개발 과정’에 비유했다. 이 광고는 이천편 광고와 함께 22일 열리는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유튜브 조회수도 2600만회를 넘어섰다. 큰 보람을 느낀다.

조금만 잘못 표현하면 부하 직원을 괴롭히는 상사로 표현될 소지가 있어 촬영 현장에서 직접 연기 지도까지 했다. 다행히 의도대로 광고가 나왔고 반응이 뜨거워 즐겁다.

2018 대한민국 광고대상 통합 대상 트로피를 보며 웃는 SK하이닉스 브랜드전략팀 / 김동진 기자
2018 대한민국 광고대상 통합 대상 트로피를 보며 웃는 SK하이닉스 브랜드전략팀 / 김동진 기자
―브랜드전략팀의 목표를 전한다면?

SK하이닉스의 영상을 떠올리면 무언가 다르다는 인식을 주고 싶다. 유튜브를 통해 젊은층과 소통하고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담으려 한다. 기술 기업의 콘텐츠도 쉽고 재밌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기쁘게도 22일 열리는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SK하이닉스의 이천편과 청주편 광고가 TV부문 은상, 크리에이티브부문 동상, 인쇄광고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노력이 통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

지난해 광고 ‘우주로 가라편’·‘수출편’·‘무협편’ 등 3편의 캠페인 시리즈 광고도 ‘2018 대한민국 광고대상 통합대상’을 수상했다. 앞으로도 기발한 광고를 꾸준히 만들 예정이니 많은 관심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