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몰시대] ㊵위시컴퍼니,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해요

입력 2019.11.22 06:00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화장품 회사들도 쉽게 넘보지 못했던 시장이 있다. 명품 브랜드가 꽉 잡고 있는 미주와 유럽 지역이다. K-뷰티 붐이 한창 일어날 때는 중국과 동남아 등 아태 지역을 위주로 매출이 급증했지만, 유럽과 미주지역에서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두 기업 모두 2017년 사드 위기 후 중국 시장이 위축되자 미주·유럽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의 길을 걷는 화장품 회사가 있다.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을 먼저 공략했고, 높은 진입장벽을 깨고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했다. 박성호 대표가 이끄는 ‘위시컴퍼니' 이야기다. 위시컴퍼니는 화장품 브랜드와 콘텐츠를 개발하는 회사다. 민감성 스킨케어 브랜드 클레어스, 바이위시트렌드, 정글보태닉스 등을 전 세계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한다.

박 대표가 2010년 퇴직 자금을 갖고 개인 사업자로 시작한 위시컴퍼니는 2019년 60명의 직원을 둔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두 배쯤의 매출 증가율을 달성 중이다.

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 위시컴퍼니 제공
IT조선과 만난 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는 "매출의 상당수가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미국 지역에서의 매출이 가장 많다"며 "미국에서 성장하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스타그램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 인스타그램에서 홍보를 시작했고, 틱톡 초창기부터 홍보활동을 펼쳤다"며 "한국에서는 큰 관심이 없지만, 미국에서 이용자가 많은 핀터레스트에도 홍보를 꾸준히 한 결과 해외에서 인지도를 많이 높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위시컴퍼니는 2011년 해외 소비자를 위한 판매플랫폼 위시트렌드닷컴을 개설했고, 2013년 뷰티 미디어 채널 ‘위시트렌드 TV’를 시작했다. 위시트렌드TV는 국내 뷰티기업 최초로 유튜브 골드플레이 버튼(100만 구독자 이상)을 획득할 만큼 전 세계에 팬덤을 구축했다. 20일 기준 ‘위시트렌드TV’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25만명이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기타 소셜 미디어 구독자를 모두 합하면 430만명에 달한다.

위시컴퍼니는 위시트렌드닷컴 리뉴얼 후 제품을 구매할 때 사용법과 피부관리법 등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제공한다. 사이트 리뉴얼 후 접속자 수(PV)는 5배쯤 증가했다.

민감성 피부인 대표가 직접 테스트

박 대표는 직접 화장품을 테스트한다. 경영학도였던 그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게 된 배경 중 하나는 본인 스스로가 ‘민감성 피부'를 가졌기 때문이다. 스킨케어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박 대표는 "국내 소비재 제품의 해외진출 관련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한국의 중소기업 화장품 중에서도 좋은 제품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화장품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과 중소 화장품 브랜드를 해외로 론칭하는 사업에 대한 성장 가능성이 맞물려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감한 피부 영향으로 여드름이 많이 났는데, 그래서 스킨케어 브랜드에 관심을 가졌다"며 "민감성 스킨케어가 니치 시장 공략에 적합하다 생각했고, 지금도 신제품이 나올 때 직접 테스트를 한다"고 밝혔다.

./ 위시트렌드닷컴 갈무리
위시컴퍼니는 소비자의 이용 후기를 반영한 제품을 내놓았는데, 이는 위시컴퍼니 제품에 대한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데 일조했다.

박 대표는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최대한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듣고 제시한 의견을 최대한 빨리 제품에 반영하려 한다"라며 "유튜브 영상이나 온라인몰 후기에 남긴 글들을 모아 제품 용량이나 성분을 변경하고 용기도 바꾼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 역시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한 제품에 굉장히 흥미를 느낀다"라며 "최근 영국 런던에서 소비자들과 만났을 때 다른 도시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소비자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줘 뿌듯함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투자유치보단 지속가능 성장"

박 대표는 회사에서 영어 이름 ‘라이언'으로 불린다. 1~2달에 한 번 직원들에게 ‘라이언스 레터'를 보낸다. 경영자의 의견 전달이 주를 이루는 형식적인 ‘타운홀 미팅' 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직원들이 메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박 대표는 "벤처회사의 가장 큰 장점인 경영진과의 직접적 소통이라 생각해서 타운홀 미팅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질의응답이 활발하지 않더라"며 "이럴 바엔 지루하지 않게 경영진의 생각을 풀어서 전달해주는 방법을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위시컴퍼니는 ‘팀’으로 담당 업무를 구분하는 대신 ‘랩'으로 직원을 구분한다. 사업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함이다.

박 대표는 "고민하고 연구하고 공부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팀을 ‘랩'이라 부른다"라며 "학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직원이라면 스터디, 독서모임, 레벨별 영어회화 수업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라고 말했다.

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 위시컴퍼니 제공
박 대표는 투자 유치보다는 자체 수익을 토대로 사업을 영위 중이다. 그는 "투자를 받으면 그만큼 재무적 결과물을 만들고 투자자들에게 일정 부분을 돌려줘야 하는 부담이 있다"라며 "투자 유치를 통한 사업확장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경영에 관심이 높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창업주 이본 취나드가 2005년 발간한 경영철학서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을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꼽았다.

박 대표는 "이 책은 이본 취나드가 정립한 경영철학을 어떻게 실천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며 감명을 받았다"며 "회사를 이끌다 보니 매년 이 책을 펴 볼 때마다 느낌이 새롭고, 저 역시 경영철학을 지켜나가는 CEO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직을 유연하게 만들어서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라며 "빠른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틀에 갇히지 않아야 하므로 회사를 인수한다든지,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의 성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화장품 제조 공장을 인수해 제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기보다는, 위시컴퍼니 제품을 많이 만드는 화장품 공장에 투자해 설비와 제조역량을 향상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유니콘 기업이 되겠다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계속해서 성장동력을 만들고, 브랜드 수명을 계속 길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마케팅 투자도 언론 홍보나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는 것보다는 소비자들이 실제 경험할 수 있는 무료 샘플을 넉넉하게 증정하는 등의 체험 마케팅에 더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