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ART 예술의 의미를 묻다] ➆박지은 대표 "AI의 창의는 무엇일까"

  • 박지은 펄스나인 대표
    입력 2019.11.23 06:00

    인공지능(AI)이 우리의 삶을 깊숙이 파고든다. 예술 분야도 피해 갈 수 없다. AI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시대다. 저명한 인간 작가보다 AI 화가의 작품이 화제를 모으며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AI ART’ 등장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또 누군가는 인간의 창작 세계를 넓히는 데 AI가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AI 창작으로 예술 분야의 가치와 영향력이 커진다는 주장도 있다. 예술계에 부는 새로운 AI 바람을 [AI ART 예술의 의미를 묻다] 시리즈로 인사들의 기고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➆박지은 펄스나인 대표 "AI의 창의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사람은 기계에 정확함을 요구한다. 인공지능(AI)이 맹활약하는 분야도 공장, 의료, 보안 등 다소 무거운 산업으로, 인적 오류의 한계를 보완해 정확도가 필요한 분야다. 오답으로부터 정답을 구분해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어떤 문제에는 오답이 정답이 되는 경우가 있다. 문제 정의가 잘못됐거나 정답이 없는 경우다. 혹은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답을 내놓는 경우다. 우리는 이런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사람을 ‘창의적이다’고 평가한다. 요구대로 정확히 일을 처리할 때 ‘기계 같다’고 말하는 것과 다른 반응이다. 예상치 못한 답을 내는 ‘창의’와 믿음직한 예상을 안겨주는 ‘정확’. 이 두 평가는 반대편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것 같다.

    그런데 창의와 정확성을 함께 보는 AI 연구가 있다. ‘계산적 창의(Computational Creativity)’ 분야다. 정확성을 기반으로 하는 ‘계산’과 그 반대의 인상을 주는 ‘창의’가 하나로 묶이니 난해하기도 하다. 이 연구는 인지심리학과 철학, 예술의 교차점에 있다. 인간의 창의성을 컴퓨터를 활용해 높이거나 창의를 모델링해 시뮬레이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계산적 창의 연구에서는 사람의 창작물이 주어진 상황에 따른 결과물인지 혹은 창작을 결정하는 인간 내면의 자아나 자유의지가 어떤 알고리즘으로 구성됐는지 묻는다. 인간의 창의성을 논리적인 방법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창의를 촉진하고 확장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

    올해 10월 펄스나인은 인간과 AI의 공동 저작물인 ‘코뮌 위드(Commune with…)’ 후속작으로 ‘독도(Dokdo)’를 공개했다. 이전의 시도가 ‘AI가 인간의 예술적 동반자가 될 수 있는가’를 대중에게 묻는 경우였다면, 이번엔 ‘AI의 창의란 무엇인가’를 제시하고 싶었다.

    후속작에서 이메진AI와 두민 작가는 독도의 사계절을 주제로 각각 작업해 총 두 개의 작품을 내놨다. 두민 작가가 사실적 표현의 구상화로 독도의 봄과 겨울을 그려냈고 이메진AI는 추상화로써 독도의 여름과 가을을 AI만의 상상적 표현으로 담아냈다.

    이메진AI가 그린 ‘독도’ 작품. 추상화 기법으로 독도의 여름과 가을을 표현했다. / IT조선
    AI의 작품을 멀리서 바라보면 하늘과 바다뿐 아니라 섬과 수면에 비친 또 다른 섬의 어릿한 자태가 특유의 색상과 더불어 눈에 담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방울이 맺힌 작품 같기도 하다. 이전 작품에서 보였던 정밀함과 성실한 표현력과는 사뭇 다르다.

    이 작품은 ‘AI 창의는 오류에서 나온다’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20%의 노이즈 데이터가 포함된 독도의 여름과 가을 이미지를 AI가 학습하도록 해 과학적으로는 오류로 수렴된 결과물이다. 신경망에 질 나쁜 데이터를 섞어 넣었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답을 받았다. 기존에는 상상하기 어렵던 작품을 AI가 재해석해 내놓은 독도 그림이었다. 이 작품을 내놓기까지 이메진AI는 수일간 학습해야 했고 수만 장의 습작을 남겨야 했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저서 ‘정신 현상학(1807)’에서 자아와 정신의 변증법적 발전을 이야기한다. 그는 만물이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에 있다고 했다. 이 변화는 자기부정에서 시작되며 모순을 해결하고자 변화가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간 역사도 자기부정을 통한 변화를 지속하며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정의했다.

    창의와 헤겔의 메커니즘은 서로 닮은 면이 있다. 원래의 상태(正)에 대한 부정(反)으로 경계를 벗어나 확장하고 발전한다. 창의에는 인간의 오류와 모순을 극복하고 후대에 새로운 생각의 지평을 제공하는 사회적 진화의 얼굴이 있다.

    "인간이 만든 오류는 발견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는 오류와 모순의 문학으로 모더니즘 문학의 장을 열었다. 그가 쓴 소설 ‘율리시스’는 20세기 최고의 창조 작품으로 꼽힌다.

    사람의 창의는 무엇일까? 요즘 모두가 창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식 기반의 자원을 거래하는 현대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창의는 개인의 생존과 공동체의 번영을 의미하기도 한다. 창의력은 천재만의 재능일까? 단테는 37살에서야 ‘신곡’은 쓸 수 있었고 바흐도 마흔이 돼서야 대표작이 나왔다. 이런 것을 보면 창의도 패턴이 존재하고 유아부터 노인까지 학습할 수 있는 교육과 개발의 영역일 수 있다. AI의 창의가 인간의 상상력을 높이는 계기이자 카운터파트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지은 대표는 그래픽 AI 전문기업 펄스나인을 설립했다. 동덕여자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를 졸업한 후 CJ E&M과 네이버 해피빈재단 등 다수 기업의 마케팅 직무를 거쳤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는 빅데이터 전공으로 MBA 경영 석사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 빅데이터 MBA 외래교수로도 강의했다. 데이터 애널리스트, AI 리서처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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