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SK텔레콤의 티브로드 합병 등 유료방송 인수합병(M&A) 심사를 진행 중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심사를 담당하는 핵심 부서의 국장과 내부 직원을 교체하는 이례적 인사를 단행했다. 과기정통부는 최기영 장관 취임 후 네트워크 안전을 전담하는 조직과 인공지능(AI)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정보통신(ICT) 분야 기능을 강화했는데, 유료방송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M&A 심사 중 인사를 단행한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과기정통부 등에 따르면 방송정책을 총괄하던 이창희 방송진흥정책관(국장)은 25일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제는 이창희 국장뿐만 아니라 방송진흥정책관에서 기존에 방송산업을 담당하던 과장급 이상 인물들이 모두 자리를 옮겼거나 옮긴다는 것이다.

과힉기술정보통신부 안내 표지판. / 이진 기자
과힉기술정보통신부 안내 표지판. / 이진 기자
2016년부터 유료방송 정책을 담당하던 김정기 전 방송산업정책과장은 직무교육을 받기 위해 해외로 떠났다. 그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9월 전파기반과장 출신 이도규 과장이 방송산업정책과장으로 발령받았다. 강도성 뉴미디어정책과장도 조만간 대변인실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방송진흥정책관으로 내정된 송재성 과장은 통신경쟁정책 업무를 맡은 적은 있지만 방송정책 업무를 한 경험은 없다. 바로 직전에 담당하던 업무 역시 기획재정 파트다.

유료방송 기업 간 M&A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조건부로 두 개의 빅딜을 승인했고, 과기정통부 심사가 남은 상황이다. 방송진흥정책관 내 방송산업정책과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한다.

과기정통부 인사 소식에 유료방송 사업자의 불안감이 높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방송정책을 오랜 기간 담당한 관계자가 주무부처에 없고, 게다가 M&A 심사 중 부서 총괄 국장을 교체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조직개편 차원에서 이뤄진 인사라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사람이 바뀐다고 정책이 바뀌는 것은 아니며, M&A 심사는 위원회를 구성해 진행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며 "새로 올 송재성 국장은 통신경쟁정책을 담당했기 때문에 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창희 전 방송정책진흥관은 M&A 심사 중 인사 교체가 이뤄진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자 "제가 없어도 남은 담당부서 직원들이 잘해줄 것이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