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에 희귀성을 갖춘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가 속속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수입차 대중화 시대에 맞춰 남과 다른 선택지를 원하는 ‘큰 손'들을 겨냥한 것. 앞서 진출한 고급 브랜드의 성공사례가 이들의 움직임을 부추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진출했거나 준비 중인 하이퍼카 브랜드는 코닉세그, 부가티, 파가니 등이다. 대당 수십억원을 호가하며, 한정생산을 고집해 공급물량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일반도로에서는 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킷 등 제한된 장소에서만 오롯이 차를 즐길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판매하는 코닉세그는 올해 제네바모터쇼에 등장했던 ‘예스코’다. 탄소섬유 소재로 만든 경량화 차체에 최고출력 1600마력에 이르는 V8 5.0리터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최고 시속은 482㎞에 달한다. 가격이 30억원대 이상이지만,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완판됐다.
바디프랜드는 코닉세그와 협업한 고급 안마의자도 개발한다. 회사는 이미 람보르기니와 협업한 안마의자를 출시한 바 있다. 유럽시장에서 고급가전으로 분류되는 안마의자의 상품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협업사례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국내 출시 차종은 와이라 로드스터가 유력하다. 2017년 제네바모터쇼에 등장했던 2인승 로드스터로, 1280㎏에 불과한 경량화 차체에 최고출력 764마력의 V12 메르세데스-AMG 바이터보 가솔린 엔진을 결합했다. 국내 예상 가격은 27억원 이상이다.
하이퍼카 브랜드의 국내시장 진출은 오래전부터 추진됐다. 그러나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에 타진된 사례가 드물었다. 코닉세그의 경우 2007년 한국땅을 밟기도 했지만, 사업을 오래 이어가진 못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급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에서도 ‘더 강하고 희귀한 차'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자동차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 1~10월 주요 수입 스포츠카 브랜드 신규등록대수는 람보르기니 204대, 페라리 168대, 맥라렌 35대 등이다. 람보르기니의 경우 연 성장율이 1500%를 넘어설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하이퍼카 추진 기업 관계자는 "가망고객을 중심으로 수요조사를 진행한 결과 본사에서도 기대이상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시장성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지금까지 최상위 고급브랜드는 소유자가 밝혀지는 것을 꺼릴 정도로 폐쇄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고급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해소된 만큼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남과 다른 차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를 드러내는 데 거부감이 많이 줄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