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게임] 리니지2M 과금 모델의 그늘

입력 2019.11.29 15:48 | 수정 2019.12.03 17:29

하이게임은 기자의 닉네임 하이쌤(highssam@chosunbiz.com)과 게임 세상을 합친 말로 화제가 되는, 주목할만한 게임에 대해 분석하고 소개하거나 게임 업계 이야기를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게임에 관한 다양한 읽을거리를 꾸준히 제공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지나친 과금 유도 비즈니스로 비판받는 게임들
‘클래스 뽑기’로 한술 더 뜬 ‘리니지2M’
‘리니지M’ 이후 정착한 MMORPG 과금 모델
‘롤’, ‘브롤스타즈’ 즐긴 어린 세대는 외면
지갑 연 ‘아재’들 게임판 떠나면 어찌하려나

국산 게임들이 이용자에게 과도한 지출(과금)을 유도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엔씨소프트가 27일 출시한 모바일 다중사용자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인 ‘리니지2M’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이용자 사이에서는 더 사악해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나오자마자 매출 상위권을 점령할 정도로 ‘잘 나가는’ 대작 게임. 그만큼 이용자 반응이 좋다는 얘기인데 과금과 관련해 왜 이렇게 여전히 박한 평가를 받을까.

리니지2M 광고에 등장한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의 모습. / 엔씨소프트 유튜브 갈무리
리니지2M은 리니지M의 과금 모델을 거의 그대로 사용해 비판을 받고있다. 리니지M은 과금 요소를 점점 추가하는 형태가 아닌 한 번에 너무 많이 나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게임 이용자들은 리니지2M 과금 모델을 두고 PC게임 ‘리니지2’ 후속작이 아니라 리니지M의 후속작이란 비판을 쏟아낸다.

이 탓에 게임을 본격적으로 즐기기도 전에 상점, 과금 콘텐츠를 한 번 둘러보고는 무과금과 과금 이용자 격차를 깨닫고 막막함을 느끼는 게임 이용자도 많다.

리니지2M은 심지어 리니지M보다 한술 더 뜨는 요소도 있다. 리니지M에서는 ‘캐릭터 변신’을 뽑지만, 리니지2M에서는 ‘클래스(직업)’를 뽑는다. 이용자가 원하는 캐릭터를 키워나가는 것이 아니고, 뽑아서 나오는 클래스 중 좋은 직업에 맞춰 스탯, 스킬, 장비 등 육성 방법을 모두 바꿔야 하는 것이다.

리니지M 변신뽑기와 달리 리니지2M에서는 캐릭터 자체를 뽑는다. 이용자가 육성하던 캐릭터와 다른 직업 캐릭터가 나오면 그에 맞춰 세팅을 전부 바꿔야한다. / 오시영 기자
이는 이용자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모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MMORPG에서는 이용자가 자신의 캐릭터에 애착을 느끼고 강하게 키우는 과정에서 본질적인 재미를 줘야 하는데, 그저 뽑기로 좋은 캐릭터가 나오면 해당 캐릭터에 맞춰 키워야 한다는 점은 게임 이용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든 요소일 수 있다.

이를테면 ‘오브를 활용하는 엘프’ 캐릭터에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키우던 이용자가 우연히 더 좋은 ‘근접 무기를 활용하는 드워프’ 캐릭터를 뽑았다면 스탯, 스킬, 장비를 모두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이는 그동안 들인 이용자의 애착과 노력보다, 한순간의 뽑기 운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상황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결국 캐릭터를 바꾸지 않고 키운다하더라도 뒷맛이 씁쓸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 탓에 평소 리니지M을 즐기던 한 유명 영상 창작자는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리니지2M에 접속해 게임을 둘러보는 도중 "(과금 모델 면에서는) 향후 몇 년간 이 게임을 따라 할 게임이 없겠다"며 "(게임의 무작위성 때문에) 엔씨소프트 본사를 판교에서 마카오로 옮기는 것이 낫겠다"며 쓴소리를 했다.

리니지2M관련 유튜브 한 영상에 달린 댓글 중 일부, ‘도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적잖이 찾아볼 수 있다. / 유튜브 갈무리
캐릭터 뽑기는 일부에 불과하다. 리니지M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부분의 과금 요소를 리니지2M 오픈 시점부터 찾아볼 수 있다. 이름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

리니지M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가장 대표적인 과금 요소는 변신과 뽑기로, 11개를 뽑는 데 3만3000원(1200다이아)이 들어간다. 이용자 사이에서는 클릭 한 번에 ‘족발 중자’ 가격이 날아간다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AAA급 게임 한 작품의 가격은 6만4800원이다.

변신 뽑기에서 ‘영웅’ 등급 변신이 나올 확률은 0.09% 정도다. 확률상 1100번 이상 뽑기를 하면 얻을 수 있는 수치다. 11번 뽑기가 3만3000원이므로 순수하게 뽑기만으로 영웅 등급 변신 아이템을 얻으려면 330만원쯤 돈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영웅 변신을 뽑았다 하더라도 자기 직업에 맞지 않으면 대량의 다이아를 지불해 ‘다시 돌려야’ 한다.

하위 등급 변신 카드 4장을 합성해 일정 확률로 상위 등급 변신을 얻는 방법으로 확률을 높일 수는 있으나,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엔씨소프트는 합성 확률을 정식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영웅’ 등급은 ‘신화’, ‘전설’ 등급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전설, 신화 등급 변신을 얻으려면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영상 창작자 ‘용느’는 ‘드래곤슬레이어’ 변신을 얻기 위해 10번이나 변신 합성에 도전했다. 전설 변신 합성을 한 번 도전하는 데는 영웅 변신 카드 4장이 필요하다. / 만만 유튜브 갈무리
변신 하나만 살펴봐도 이렇게 복잡하고 돈 쓸 여지가 많은데, 강해지려면 인형, 문양에도 돈을 들여야 한다. 무기, 방어구, 장신구 등 장비를 장만하고, 강화하는 것은 대부분 게임 내 재화로도 가능하지만, 높은 강화 수치 장비를 얻으려면 돈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

컬렉션도 있다. 강화한 아이템을 컬렉션에 등록하면 캐릭터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등록한 아이템은 사라져 게임에서 직접 활용할 수는 없다. 게임 특성상 능력치 수치는 ‘1’이라도 굉장히 중요해 컬렉션은 강자를 꿈꾸면 누구나 거치는 ‘통과의례’ 같은 시스템이 됐다. 변신, 인형 컬렉션도 있으나 다행히 이는 해당 카드를 소모하지는 않는다.

‘아인하사드의 축복’은 캐릭터 유지비용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줄어드는데, 수치에 따라 획득 경험치를 최대 700%까지 늘릴 수 있다. 최근에는 무과금 이용자도 어느 정도 수급할 수 있는 여지가 늘었지만, 아인하사드의 축복이 없으면 경험치 수급량이 7배 차이 난다는 점에서 여전히 핵심 과금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콘텐츠가 아니라 과금 요소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는데도 양이 상당하다. 그만큼 돈 들어갈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돈을 쓰면 정직하게 정비례해서 캐릭터가 강해진다는 보장도 없다. 운이 안좋아 뽑기, 강화 등에 실패하면 1000만원을 써도 ‘무과금’ 상태에 머무를 수도 있다.

리니지2M에서도 컬렉션 시스템을 만나볼 수 있다. 리니지M에서는 해당 콘텐츠를 출시 이후 시간이 흐른 시점에 추가했지만, 리니지2M은 출시시점부터 포함한다. / 오시영 기자
리니지M은 출시 이후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1위에 오른 뒤 단 한 번도 이 자리를 내주지 않은 흥행작이다. 이 게임은 출시 이후 불과 7개월 이후인 2018년 1월에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2017년 7월 1일 하루 매출만 130억원에 달할 정도다.

리니지M이 매출 면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이후, 모바일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엔씨소프트 게임이 아니더라도 이와 비슷한 과금모델을 채택한 게임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탈것 등 핵심 능력치를 올려주는 아이템을 과금 요소로 삼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넥슨 ‘V4’의 경우, 핵심 과금 요소인 ‘탈것 뽑기’ 등 일부를 리니지M과 비슷하게 구성했다. 핵심 능력치 ‘공격속도’를 대폭 올려주는 것은 물론, 뽑는 방식과 인터페이스만 봐도 리니지M을 염두에 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이 게임은 컬렉션 등 일부 과금 요소를 다소 완화하고 압축했다.

영상 창작자 ‘만만’이 넥슨 V4 전설 탈것 ‘황혼의 고룡’을 획득하는 모습. 400만원쯤을 들이고 뽑기와 합성을 반복해 손에 넣었다. / 만만 유튜브 갈무리
물론, MMORPG 장르에서 강해지기 위해 어느 정도 과금을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나쁜 행위가 아니다. 리니지M 등 게임 매출이 높은 것은 그만큼 게임을 잘 만들어 이용자 수요 심리를 잘 자극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특히 리니지2M의 경우, 그래픽 등 기술력 면에서는 확실히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리니지M과 유사한 과금 모델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젊은 게임 이용자의 피로감은 점점 높아진다. 이들 이용자 사이에서는 모처럼 ‘할만한 게임이 나왔나’라는 생각으로 게임을 설치하고, 판박이 게임성과 높은 진입 장벽을 확인한 뒤 지우는 일이 부지기수다.

MMORPG에 익숙하지 않은 20대 초반 이용자는 어릴 때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을 하며 자랐다. 10대 이용자는 ‘브롤스타즈’를 즐긴다. 이 게임들은 장르 특성상 돈이 승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누구나 게임 내에서 노력하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는 2012년 이후 한참동안 피시방 순위 1위 자리를 지키는 게임이다. / 리그 오브 레전드 페이스북 갈무리
이런 게임에 익숙한 어린 이용자는 리니지M과 비슷한 과금모델 게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시장 조사 업체 모바일인덱스가 4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리니지m’ 유저의 반 이상(56.9%)은 30대이며 그 뒤를 이어 20대(19.1%), 40대(16.5%) 순으로 많았다.

게임 기업도 결국은 수익을 내야 하므로 30·40대 ‘아재’ 이용자의 두둑한 지갑을 노리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일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9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기준으로 엔씨소프트 리니지M, 리니지2M이 각각 1, 2위, 넥슨 V4가 4위를 기록했다. 아직 출시 초기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용자 비판과는 달리 ‘잘 나가는’ 셈이다. 리니지M과 과금 모델이 유사한 MMORPG가 앞으로도 모바일게임 시장을 계속 지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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