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의 ICT확대경] 4차산업혁명발 '일자리 불안'에 기름까지 부은 정부

  •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입력 2019.12.03 06:00

    지난 대선 토론 때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 사이에 3D프린터의 3D 발음을 놓고 논박이 붙은 적이 있다. 그 당시 문 대통령이 ‘삼디’라고 했더니 안 후보는 다 ‘쓰리디’라고 부른다고 했다. 안 후보는 문 대통령이 4차산업혁명시대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도자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발음이 무슨 대수냐는 식으로 응수했다.
    어찌되었든 문 대통령은 집권하자 4차산업혁명이 중요하다며 매머드급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과기정통부장관, 중소벤처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노동부장관 등 장관만 4명에 청와대 과기 보좌관에 민간위원 20명까지 망라했다.
    시작에 비해 성과가 너무 빈약하다.민간 위원장은 임기를 마치며 자신의 부족을 실토하면서도 한편으로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 냈다. 혁신성장의 주체를 모르겠고, 우선순위에서도 밀렸고, 부처는 비협조에 심지어는 남 일 보듯 하며, 대통령을 2년 간 한번도 독대한 적이 없다고 했다. 기업정책도 친노동에 치우쳤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기업활동에 관심이 없다는 건지 무지하다는 건지 애매하다.
    4차산업혁명을 통해 혁신성장을 하기 위해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며 규제샌드박스니 네가티브규제니 별소리를 다했지만 기재부의 혁신본부장을 역임한 쏘카의 대표가 고소까지 당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규제 철폐도 중요하지만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들은 4차산업혁명이 진행되면 사회가 어떻게 바뀌는지, 4차산업혁명이 지금 왜 부각되었고, 진행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이 정부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지지기반의 한 축인 노조의 목소리만 반영하여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고, 최저임금의 가속페달을 밟고, 주52시간제를 전격 진행해 왔다.
    이는 4차산업혁명의 진행으로 안 그래도 커진 일자리 불안에 불을 질러버린 꼴이다. 그러니 경제가 엉망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제 아무리 재정을 투입해도 민간에서는 노동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 한 일자리는 늘릴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핵심은 4차산업혁명으로 과거에 비해 기술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클라우드로 컴퓨팅비용이 낮아져서 인공지능 등의 구현이 쉬워졌다. 또 다양한 로봇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도입할 수 있다. 5G와 IoT 통신으로 통신비도 훨씬 저렴해졌다. 다양한 센서 및 인지 기술 또한 빠르게 가능해지고있다. 결국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무한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4차산업혁명으로 ICT 일자리는 늘어나더라도 전통적인 일자리는 사리지게 된다. 수천명의 고속도로 수금원도, IoT 기술로 수 만명의 각종 검침원도, 완전 자동물류 창고가 만들어지면 매일매일 동원되는 수만명의 피커 알바이트도, 식음료매장 및 마트등의 자동화로 수십만명의 판매원, 수만명의 금융기관의 상담원, 수십만명의 각종 콜센터 근무자 등등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이 후 어떤 전문직의 일자리가 줄어들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일자리를 늘린다고 허황된 소리를 할 것이 아니라 우선 매년 얼마만한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기는지 먼저 예측해야 한다.
    안 그래도 노동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일념만으로 최저임금인상, 비정규직 철폐, 주52시간제 등을 밀어 붙인 것은 ‘일자리 감소’라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한편으로 기술 가격이 내려가는데 반해 다른 한편으로 노동 비용이 급격히 높아지면 사업가는 자본을 노동보다 기술에 투입할 수 밖에 없다. 최근 눈앞에 보이는 것은 빠르게 진행되는 유통업계의 무인화 자동화이다.
    지도자와 그 주변의 정권 참여자들이 미래의 기술과 그 물결의 의미를 모르는 것은 전세계가 국경도 없이 경쟁하는 시대에 국가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어렵게 일자리를 지킨 사람들의 조건은 좀 나아질 망정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점점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진다. 기득권 노조만 잘먹고 잘사는 임금 인상의 노조운동은 잘 못 되었다는 일부 노조의 고백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이라도 정확하게 일자리를 예측하고 현명한 판단으로 노동시장을 혁신해야 한다.
    현 정부에서 말하는 어떤 혁신보다 가장 시급한 것이 노동혁신이다. 일자리는 먹고 사는 문제이고 기업이 유지되어야 나라도 융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기업가 정신과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일으켜온 대한민국의 일자리를 로봇, 자동화기기, 외국(인)노동자 들에게 더 내어 주지 않으려면 돈으로 일자리 수를 늘릴 것이 아니라 노동개혁과 더불어 다른 한편 규제혁신으로 새로운 사업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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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