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개 부처 묶는 ‘국가융합망’ 구축 사업 사실상 좌초

입력 2019.12.03 06:00

실무추진단 성과없이 3년째 공회전
재정절감 효과 예측액도 대폭 축소
행안부 사업추진 ‘고집’ 내년 예산 91억 배정
관계부처도 "이미 잊힌 사업"

행정안전부가 51개 정부 부처 개별 통신망을 하나로 묶는 국가융합망 구축 사업을 3년 넘게 추진했지만 제자리 걸음을 넘어 헛수고로 돌아갈 판이다. 이 사업은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하반기부터 행안부가 추진했는데 사실상 좌초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2020년 예산에 국가융합망 구축 사업을 재차 포함하는 등 일말의 가능성을 놓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행안부가 예산을 아끼려 시작한 사업이지만, 오히려 예산 낭비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 추진을 위해 만든 추진단은 성과없이 3년째 운영 중이다.

행안부는 최근 2020년 예산안을 통해 신규 국가융합망 구축 및 운영에 91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정부 부처 개별통신망을 하나로 묶어 통신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비용도 아끼는 ‘지능형 전자정부’를 구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행안부가 2020년 추진하는 사업은 국가융합망 기반 환경을 구축하는 준비 과정이다. 각 부처에 적용하려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행안부는 초기 국가융합망 사업 추진 당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는데, 기반 환경 구축 후 재차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생각처럼 일이 진행된다면 모를까, 준비 과정 후 이어지는 후속 프로세스는 불확실성이 크다.

국가융합망 구축 전후 구성도. / 기획재정부 제공
행정자치부(現 행안부)는 2017년 1월 ISP 용역사업 착수보고회를 통해 국가융합망 구축 사업을 구체화했다. 국가통신망은 정부통합전산센터의 공통 국가정보통신망(K-NET)과 부처별로 구축한 개별통신망으로 나눠 운영한다. 개별망 회선 수는 1만8366개, K-NET 회선 수는 305개다. 연간 운영 예산은 각각 1600억원, 170억원쯤에 달한다.

당초 행안부는 2019년까지 51개 부처의 통신망을 단계별로 통합해 10년간 5000억원의 재정을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 간 수주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2017년부터 3년간 예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애가 탄 행안부는 선제적으로 자체 예산을 들여 국가융합망 구축하겠다고 나섰다.

김준탁 행안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내 국가융합망 실무추진단장은 "예타 통과 문제로 사업 추진을 마냥 지연시킬 수 없어 2020년 예산에 기반 환경 사업을 포함했다"며 "기반 환경을 조성한 후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자체 조달 외엔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행안부의 세부 계획을 보면, 91억원을 쓰면 신규 국가융합망 구축 및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예타 통과를 통한 예산 확보 없이는 후속 프로세스가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가융합망 구축 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보안성, 경제성, 미래 서비스 적합성 등에 따른 갖가지 우려의 표적이었다. 당시 이통업계는 행안부가 ISP 보고서에서 제시한 ‘복합통신망’ 방식대로 망을 구축할 때 모든 기관의 핵심 정보가 한번에 유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커가 한번만 망을 뚫으면 전체 정부 네트워크에 등록된 정보를 갈취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예산 절감 효과도 기대 만큼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행안부는 2017년 1월에 국가융합망 구축으로 10년간 5000억원의 재정 절감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는 행안부의 계산이 장비 내용연수(6년)에 따른 교체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행안부는 8월 29일 발표한 2020년도 예산안에서는 재정절감 효과를 10년간 3000억원으로 수정했다.

국가융합망 사업 추진 당시 관련 부처였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현실 가능성 없고 이미 잊힌 사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 과기정통부 심의위원회를 통해 국가융합망 기술의 적합성을 검토한 것으로 들었지만 실효성 논란으로 잊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발 나아가 현재 행안부가 운영 중인 실무추진단의 존재 이유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행안부는 2016년 9월 전자정부추진위원회 산하에 융합망구축추진단을 꾸린 후 3년 이상 운영해왔다. 수천억원의 예산을 절감하겠다며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결국 성과없이 수년간 운영비만 낭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준탁 단장은 "기반 환경을 구축한 후에도 기재부와 협의해 국가융합망을 운영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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