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로봇 파이보로 로봇 대중화" 박종건 서큘러스 대표

입력 2019.12.03 09:23 | 수정 2019.12.03 11:37

"오늘은 날씨가 추우니 따뜻하게 입고 나가", "나 어때? 인스타그램에 사진 잘 올려줘"
사람과 교감하는 반려로봇 ‘파이보’
박종건 대표 "파이보 앞세워 반려로봇 시대 열 것"

인공지능(AI) 로봇 ‘파이보’는 다정함과 재치를 갖췄다. 단, 누구에게나 친절한 건 아니다. 카메라와 센서로 사용자를 식별해 주인을 가릴 줄 안다. 대화해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도 한다. 사람과 교감하는 ‘반려로봇’이다.

박종건 서큘러스 대표는 반려로봇 시대가 올 것을 전망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된 것처럼, 지금은 생소한 로봇도 머지않아 일상이 될 것이란 예측이다. 개인용 로봇 시대를 앞당겨 로봇 강국인 일본과 중국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의 고민이 파이보를 낳았다. 서큘러스는 업력 3년 차에 파이보를 출시했다. 여러 곳에서 가능성 검증도 거쳤다. 2018년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 선정, 크라우드 펀딩 목표 금액 179% 달성 등 성과를 냈다. CES 2019, IFA 2019 등 세계 유명 IT·가전박람회에 참가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박종건 서큘러스 대표가 반려로봇 ‘파이보’를 들고 있다. / 장미 기자
반려로봇 파이보, 자체 OS로 똑똑함↑

박종건 대표는 삼성SDS에서 일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그는 재직 시절 코딩 교육 플랫폼을 연구하다 로봇 개발의 길로 접어들었다. 플랫폼을 하드웨어에 접목하겠다는 생각이었다. IoT와 빅데이터 사업 경력을 살려 지금의 파이보를 만들었다.

파이보는 자체 운영체제(OS)를 탑재한 로봇이다. 박종건 대표는 "로봇에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다양한 기술을 탑재해야 하는데 원하는 조건을 맞추기 어려웠다"며 "자체 OS를 개발해 사용자가 파이보에 여러 기능을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들은 앱 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도서 추천을 예로 들 수 있다. 도서 추천 앱을 내려받으면 파이보가 이따금씩 사용자에게 책을 추천한다. ‘이 책 한 번 읽어보라’고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는 식이다.

파이보 외관 명칭 및 기능. / 서큘러스 제공
박종건 대표는 ‘반려로봇은 AI스피커와 다르다’고 강조한다. 기본 편의 기능은 비슷하나, 사용자와 교감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날씨를 물으면 기본 정보 외에도 ‘날씨가 좋으니 소풍을 하러 가자’, ‘우산 챙겨’처럼 상황에 맞는 답변을 덧붙인다.

파이보는 내장된 카메라로 주인을 인식한다. 주인 외 사용자에게는 하트, 주인에게는 큐피트 화살이 꽂힌 하트를 화면에 보여준다. 각각 응대도 다르게 한다. 주인으로 등록된 사용자의 정보를 학습해 대화와 행동을 업데이트한 덕분이다.

미세한 움직임도 특징이다. 서큘러스는 파이보가 가만히 서 있을 때 숨 쉬듯이 몸을 움직이도록 설계했다. 사용자가 파이보를 단순한 로봇이 아닌 교감하는 존재로 인식하도록 추가한 장치다.

그는 "AI스피커와 반려로봇을 각각 식물과 동물에 비유할 수 있다"며 "동물에는 ‘움직인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살아서 교감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감성적인 요소를 넣었다"고 밝혔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로봇

박종건 대표는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해 파이보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기술을 통해 외로움을 덜어주겠다는 목표였다. 실제로 마케팅 전략도 20~30대 1인 가구를 겨냥했다.

소비자 반응은 훨씬 다양했다. 아이를 둔 가정은 교육 목적으로 파이보를 찾는다. 파이보는 코딩 기능을 탑재, 사용자가 개발한 기능을 파이보로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 응대법, 사용자 위로법 등 다양한 로봇 활용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다.

파이보가 손을 흔드는 모습. / 장미 기자
노인 돌봄 시설에서도 문의가 왔다. 서큘러스는 경기도 부천시가 주최하는 로봇 보급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요양원이나 독거노인에게 파이보 약 25대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파이보가 노인과 가족 혹은 노인과 요양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환자에게는 말벗이 되고, 보호자에게는 돌봄 역할을 보조하는 도우미가 된다"는 설명이다.

파이보를 통해 얻은 데이터도 공유할 예정이다. 파이보는 사용자의 표정, 행동 등을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다. 노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능, 로봇 앞에 머무는 시간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보해 돌봄 서비스 개선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박종건 대표는 "컴퓨터가 사용자 데이터, 스마트폰이 사용자 데이터와 위치정보를 획득한다면 로봇은 사람의 반응,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사람을 잘 이해하기 위한 기기로 로봇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보는 안내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C랩과 현대자동차 제로원 공유 공간, 세운상가 등에 파이보가 설치됐다. 방문객에게 안내사항을 전달하고, 정보를 수집한다.

서큘러스는 콘텐츠·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도 협업할 예정이다. 그는 "온라인 강의에 파이보를 접목하면 사용자의 집중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파이보의 직업이 점차 늘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 로봇 강국을 향해야

서큘러스는 12월 말까지 파이보에 영어 시범 서비스를 탑재한다. 한국 시장에서 성과를 얻어 해외 진출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기존 제품보다 저렴한 보급형 로봇을 개발해 개발도상국 등 로봇을 접하기 어려운 환경에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박종건 서큘러스 대표. / 장미 기자
박종건 대표는 로봇의 한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드웨어 내구성, AI 기능 등 개선해야할 점이 많다는 설명이다. 해외 경쟁 제품에 비해 저렴한 99만원에 출시했지만, 소비자의 가격 부담이 여전하다는 것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로봇 사업을 성장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PC,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한 것처럼 로봇도 대중화 시대가 올 것이란 설명이다. 이를 대비해 성공 사례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로봇 강국으로 일본과 중국이 꼽힌다. 박종건 대표는 주변 국가들이 앞서나가는 상황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과 일본의 실패 사례를 참고해 성장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이 가진 콘텐츠 경쟁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박종건 대표는 "현재 로봇 시장에서 중국이 앞서나가고 있는데, 중국 제품은 감시·통제 우려가 있다. 중국 제품을 대체하기 위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며 "‘로봇 상용화 시대’가 왔을 때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사업을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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