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한국 콘텐츠산업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5.4% 증가한 125조원이다. 콘텐츠 수출액은 103억달러로 전년 대비 8.2%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콘텐츠 업계 종사자 수는 66만명으로 1.2% 증가에 그쳤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은 3일, 서울 강남구 SAC아트홀에서 ‘콘텐츠산업 2019년 결산과 2020년 전망’ 세미나를 열었다. 콘진원은 2019년 콘텐츠 산업 5대 핵심 주제로 ▲변화 ▲대세 ▲확장 ▲글로벌 ▲진흥 등을 지목했다.

백승혁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본부 미래정책팀장. / 김형원 기자
백승혁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본부 미래정책팀장. / 김형원 기자
백승혁 콘진원 정책본부 미래정책팀장은 "플랫폼 시대에도 답은 콘텐츠다"라며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 팀장에 따르면 2019년 방송시장은 넷플릭스에 대항해서 국내 OTT 합종연횡이 이루어졌다. 지상파 방송국과 SK텔레콤이 결합해 웨이브 인터넷 영화 서비스(OTT) 플랫폼이 탄생됐고, CJ ENM과 JTBC가 OTT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2020년 신규 플랫폼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CJ ENM·JTBC 두 회사는 자신들의 플랫폼을 만든 것과 동시에 OTT 공룡 넷플릭스와 장기적 콘텐츠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시장에도 진출하고 자신들의 플랫폼으로 국내 시장도 공략한다는 투트랙 전략이다.

백승혁 팀장은 "플랫폼 사업은 오리지널 콘텐츠에 의해 승패가 좌우된다"며 "플랫폼 경쟁으로 인해 콘텐츠 제작단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기회가 되는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영화관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25억원 증가했다. OTT를 통해 영화 콘텐츠가 범람하지만, 영화관 만의 매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백 팀장은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 상영처럼 극장에서만 가능한 콘텐츠가 매출 견인 효과를 보였다. 2020년에는 이 모델을 기초로 더 발전된 사례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콘진원은 시장 자료를 바탕으로 10월 OTT 웨이브 출범 후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는 9만명이 더 늘어 200만명을 넘어섰다고 언급했다. 웨이브 유료 이용자 수도 140만명에 달한다.

백승혁 팀장은 "콘텐츠 소비자는 채널이나 방송사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플랫폼의 선택 기준도 콘텐츠 이기 때문에 특정 플랫폼이 아닌 다수의 플랫폼을 동시 이용하는 ‘콘텐츠 유목민'이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 팀장에 따르면 OTT는 지상파 방송 콘텐츠의 시청률을 높이는 경향을 보인다. 시청자의 OTT 활용 몰아보기가 지상파 ‘본방송 사수'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경우 지상파 방송 당시 시청률은 1.7%에 불과했다. 하지만, 넷플릭스 공개 후 시청자의 몰아보기로 지상파 본방송 시청률이 22.3%로 급등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소비하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백승혁 팀장은 애니메이션 ‘달빛천사' OST 크라우드 펀딩을 사례로 들며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소비한다"며 "달빛천사 펀딩의 경우 3300만원이 목표 금액이었지만, 최종 금액은 26억원이 모였다. 밀레니얼 세대는 차려진 밥상이 아닌 직접 밥상을 차려 먹겠다는 움직임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백 팀장에 따르면 한류 콘텐츠는 더 이상 거품이 아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북미 시장에서만 11월 기준 1127만달러(131억원)을, 세계 시장에서는 1억1000만달러(1296억원)를 기록했다. ‘아기상어' 노래는 미국 프로야구 워싱턴팀의 응원가로 채택되기도 했다. 한일 관계 악화로 위협받을 것으로 봤던 K팝 콘텐츠도 일본 젊은세대의 정치와 콘텐츠를 분리해서 보는 경향 덕에 별다른 피해를 받지 않았다. 방탄소년단 일본 공연에는 21만명이 모이고, 음반은 100만장 이상 출하됐다. K팝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중국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백 팀장은 "반한류 인식을 심는 ‘지나친 상업성 추구'가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한국문화를 발전시키고 알리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좀 더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 2020년 콘텐츠 전망 "플랫폼 전쟁 격화"

콘진원은 한국 콘텐츠산업 2020년 전망 키워드로 ▲플랫폼 전쟁 ▲클라우드 게임 본격화 ▲토종 대 국외OTT간 극한 경쟁 ▲프리미엄 콘텐츠 다변화 등을 꼽았다.

박혁태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본부 산업정책팀장. / 김형원 기자
박혁태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본부 산업정책팀장. / 김형원 기자
박혁태 콘진원 정책본부 산업정책팀장은 2020년 클라우드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가 본격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구글 스타디아 등 국외 게임 서비스와 국내 5G 이동통신이 맞물리면서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간 대작 게임을 유치하기 위한 콘텐츠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측했다. 또, 이용자 포섭을 위해 통신사들이 차별화된 과금 정책을 내놓는 등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글로벌 OTT 전쟁은 디즈니와 애플의 시장 참여로 더 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팀장은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등 국외 OTT와 웨이브 등 국내 OTT가 한국 시장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

콘텐츠 부문에서는 OTT 경쟁 격화로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애니메이션 제작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독점 콘텐츠 확보는 기본이다. Z세대를 타깃으로 한 ‘숏폼(Short-form)’ 영상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임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시각이다. 박 팀장은 조사업체 자료를 토대로 글로벌 게임시장은 2020년까지 8~9%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게임 제작사가 이미 검증된 인기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해 게임을 만드는 경향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박 팀장은 2020년에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가 국내 핵심 게임장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제작비 대비 매출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PC기반 게임 콘텐츠 제작은 지양되고 모바일게임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모바일게임 과금방식이 PC나 게임기 콘텐츠 보다 더 유연하기 때문이다.

박혁태 팀장은 2020년이 클라우드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차세대 게임기에서도 모바일 기능이 강화되는 등 클라우드 스트리밍 기능과 서비스가 게임시장의 판도를 바꿀 주요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구독경제'가 콘텐츠를 떠나 패션에 이르기 까지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패션렌탈 스타트업이 백화점을 인수하는 등 시장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