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처럼 위대한 예술 작품을 만들려면, 예술가로서의 자질과 열정은 기본이다. 여기에 예술 작품을 알아보고 관심을 갖고 또 알리려는 조력자도 필수다.
예술가가 생계 걱정 없이 오롯이 작업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옆에서 힘을 보태는 후원자 역시 필요하다. 후원자 유무에 따라 예술가가 재능을 얼마나 펼칠 수 있는지, 정도까지 달라진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예술가들이 작품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뒤에서 그들을 묵묵히 후원한 이들은 여럿 있었다. 대표적인 후원자로 ‘메디치 가문’을 들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피렌체에 미술사를 주름 잡고 써 온 예술계 거장이 대거 등장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와 보티첼리, 도나텔로 등이다. 르네상스 대표 천재 예술가인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은 점이다.
메디치 가문은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을 초청해 자신들의 저택에 머물게 했다. 생계 문제 없이 마음껏 예술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했다. 메디치 가문 덕분에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르네상스가 꽃피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디치 가문의 건물이자 피렌체 공화국 당시 행정부 역할을 한 우피치(Uffizi)는 현재 르네상스 예술품들을 전시하는 ‘우피치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피렌체 도시 전역에는 메디치 가문의 건물, 조각, 예술품 등이 가득하다.
후원자가 훌륭한 예술가를 후원하면, 예술가뿐 아니라 후원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예술에는 시대를 초월해 모든 이의 공감을 이끄는, 역사를 아름답게 기록하는 힘이 있어서다.
메디치 가문의 주 사업은 사실 은행업이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지속하지는 못했다. 1397년 세워진 메디치 은행은 3대 째인 1494년 사라져버렸다. 채 100년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당대 메디치 가문은 피렌체 문화 예술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강했다. 은행업을 철수한 후에도 상류 문화를 주도하는 유럽 최고의 명문가로 거듭나게 된다. 이 영향력으로 메디치 가문은 16세기 중엽부터 피렌체를 통치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한 가문에서 3명의 교황과 2명의 프랑스 여왕을 배출하였다.
사실, 메디치 가문의 선조는 토스카나 지방에서 농사를 짓던 이들이었다. 숱한 악행도 행했다. 권력을 독점, 악용하고 피렌체 도시 금고를 마음대로 사용했다. 가문에서 교황을 배출하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늘날에는 메디치 가문의 악행보다 긍정적 면이 훨씬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역사를 그리고 만든 예술가, 그들의 작품 활동을 후원한 덕분이다. 많은 이들이 메디치 가문의 좋은 면만 기억하고 존경한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꽃피운 가문으로 인정한다.
예술은 시대를 초월해 많은 이에게 감동을 준다. 역사와 사실을 아름답게 기록한다. 예술가를 후원한 후원자의 이름은 세계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으로 기억된다. 예술 작품과 함께 역사에 남는다.
그렇기에 예술가 후원은 후원자 자신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생각한다. 예술가와 후원가는 예술이라는 매개로, 서로 상생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박사 과정을 밟는다. ‘미술관 전시여부와 작품가격의 관계’ 논문,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용역 진행 등 아트 파이낸스 전반을 연구한다. 우베멘토 아트파이낸스 팀장으로 아트펀드 포럼 진행,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를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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