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전자 치료제 권위자가 한국 찾은 이유는

입력 2019.12.05 06:00

"뇌 희귀병으로 인해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도, 사물을 보지도 못했던 4살짜리 꼬마 환자가 이제는 저를 알아보고 웃습니다. 장난을 치면서 익살스런 미소도 보이죠. 이 모든건 AAV(Adeno-Associated Virus) 기반 유전자 치료제 덕입니다."

구아핑 가오 메사추세츠 주립대학교(UMASS) 의과대학 교수는 4일 IT조선 기자와 만나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가오 교수는 30년 이상을 유전자 치료 분야에 몸 담은 유전자 치료계 권위자로 통한다. 그는 미국 유전자·세포 치료학회 회장으로 역임 하고 있다. 최근에는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 ‘아바 테라퓨틱스(AAVAA Therapeutics)’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유전자 치료제 권위자 구아핑 가오 메사추세츠 주립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인터뷰하고 있다. / IT조선
AAV는 ‘아데노 수반 바이러스’를 지칭한다. 이를 활용해 만든 것이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다. 희귀 질환 등을 대상으로 단 1회만 투여하면 질환을 치료한다고 알려졌다. 세계에서 주목받는 선천적 실명 치료제 ‘럭스터나’와 지단백지질분해효소 결핍 치료제 ‘글리베라’,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 등은 모두 AAV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실패로 얼룩졌던 유전자 치료 시장…이제는 날개달고 ‘훨훨’

세계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이미 한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1999년 미국에서 유전자 치료제 임상에 참여한 한 환자가 치료제 투여 후 사망하면서 시장은 완전히 움츠러 들었다.

최근 들어서는 시장이 다시 부활하는 모양새다.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과 유럽 규제당국이 관련 치료제 시판을 승인하면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퉈 유전자 치료제 관련 바이오벤처를 인수하거나 협력을 추진하는 등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를, 헬릭스미스가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임상에 나섰다.

세포 치료제는 통상 인체 피부조직 등에서 관련 세포를 떼어내 외부에서 유전물질 등을 도입한다. 이후 다시 인체로 세포를 집어넣는 ‘엑스 비보(ex-vivo)’ 형태로 이뤄진다. 90년대쯤 피부세포나 연골세포를 이용한 피부재생 및 연골결손 치료제로 활발히 상업화됐다. 최근에는 암과 퇴행성 질환을 목표로 하는 면역세포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세포 치료제는 현재 재조합 단백질 및 항체 제품군을 이을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서양권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에서도 주목받는다.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는 인체 내에서 유전적 변이를 일으킨다. 주사제 및 약과 같은 형태로, 외부로 굳이 세포를 꺼내지 않더라도 치료가 가능하다. 마치 통상적으로 쓰이는 해열제처럼 누구든지 관련 질병을 가진 사람은 투여받을 수 있다. 최근 서양권 규제당국에서 관련 치료제에 대한 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유전병과 난치성 질환에 이어 만성 치료까지도 가능하게 할 기술로 기대를 모은다.

가오 교수는 세계 유전자 치료 시장 트렌드에 대해 "유전자 치료제 개발 관련 투자가 매년 두 배 이상 늘고 있다"며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일부 유전자 치료제를 승인하면서 서양권 제약사는 관련 임상에 적극 나서는 등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눈 한 쪽 치료하는데 4억5000만원…대중화는 아직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 가격은 매우 비싸다.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유전성 망막질환을 앓는 소아 및 성인 환자를 위한 유전자 치료제 럭스타나 가격은 안구 하나당 42만5000달러(약 5억원)다. 단 한번 투여에 아파트 한채 가격을 치료제로 감당할 수 있는 일반인은 극히 드물다.

가오 교수는 3~5년 안으로 대량 생산 체제가 갖춰진다면 가격대가 약 1/10 규모로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 항체 의약품 시장 역시 그랬기 때문이다. 대중화 되기까지 항체 의약품 시장 역시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가오 교수는 "세계 대형 제약사 등이 시장에 들어와야 대중화가 가능해진다"며 "초기 기술로 의약품을 만들어낼 때는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 기술 발전이 높아져야만 가격대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유전자 치료제는 한 번 투여로 완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개념으로 시작된 시장이다"라며 "한번 투여라는 점을 볼 때 사실 그렇게 높은 금액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와의 갈등도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선의 가격대는 유지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인재·기술 흡수력·투자 3박자 갖췄다"

가오 교수와 관련 연구진은 최근 AAV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 ‘아바’를 한국에 설립했다. 한국이 서양권 대비 뒤쳐졌다는 점과 비교하면 다소 의외다. 이는 한국 제약바이오의 가능성을 내다봤기 때문이다.

가오 교수는 "같은 대학에서 연구하는 심재혁 박사 역할이 컸다"며 "그와 함께 연구하며 한국 제약 바이오 시장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흡수력이 빠르고 인재가 많다"며 "투자, 기술자, 임상 환경 등이 최상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 기술 이전만 제대로 이뤄지면 한국은 서양권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와 헬릭스미스 임상 오염 등으로 세포·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다졌다. 식약처가 손 쉽게 치료제를 승인하지 않는 이유도 데이터 부족, 데이터 신뢰성 등에 있다. 이를 이유로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승인 절차가 외국과 비교해 너무 까다롭고 그 기준이 높다고 지적한다.

가오 교수는 "골절과 골다공증 등 뼈 관련 질병에 주목하는 아바는 한국을 대상으로 기술 개발을 하지 않는다"며 "서양권 규제당국서 승인되면 한국에서도 자연스럽게 치료제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희귀병을 넘어 만성질환까지도 치료할 수 있는 시대를 기다린다. 가오 교수는 "복잡한 난제에 간단한 해법을 제공하겠다"며 "골격계 질환을 넘어 사망 위험이 높은 만성 질환 완치를 목표로 연구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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