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이혼소송 지면 '제2의 소버린 사태'? 최악의 경우!

입력 2019.12.06 06:00 | 수정 2019.12.06 12:19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재산 분할 요구 이혼소송에 직면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패소 시 최악의 경우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는 노소영 관장 요구가 100% 달성하고 최회장 일가의 후계구도와 지분을 둘러싼 분쟁까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현실성이 매우 낮은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이혼소송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노소영 관장은 지난 4일 서울가정법원에 이혼과 함께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에 대한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6일 재계 등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이 이혼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SK㈜ 지분이 18.44%에서 10.7%로 준다. 줄어든 지분 만큼 경영권 방어력이 약해진다는 점에서 향후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노소영 관장(왼쪽)과 최태원 회장. /조선 DB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지면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경영권을 위협하는 제2의 소버린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향후 후계구도를 놓고 다툼이 일어난다면 지분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지분 분할 소송의 배경이 세 자녀의 후계를 위한 준비라는 평가도 나온다.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SK㈜가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사이의 세 자녀 모두 SK㈜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다. 고 최종건 선대회장의 자녀와 손주들은 적은 양이지만 SK㈜ 지분을 골고루 보유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최태원 회장은 고 최종건 회장의 조카였지만 유지에 따라 지분 분쟁없이 순조롭게 SK그룹의 총수가 됐다. SK그룹은 형제·사촌 간 우애가 좋아 20년 넘게 경영권 분쟁도 없었다. 오히려 반발없이 총수자리를 양보해 준 고 최종건 일가에 최태원 회장이 지분을 일부 양도하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1월 27일 기준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SK㈜ 지분은 29.62%다. 이중 최태원 회장이 가장 많은 18.44%를 보유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을 비롯한 16명의 고 최종건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1.62%로 경영권을 위협할 만큼은 아니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은 이보다 더 많은 2.34%를 보유 중이지만, 이 역시 최태원 회장이 증여한 지분이기 때문에 형제간 우애가 틀어지지 않는 한 최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노 관장이 요구한 지분은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42.4%에 대한 재산분할 청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면 친인척들의 우호지분을 합치더라도 최 회장의 영향력이 줄어든다.

왼쪽부터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SK그룹 제공
노 관장이 요구한 대로 최태원 회장 보유 주식의 42.30%를 분할할 경우 최 회장이 10.7%를, 노 관장이 7.74%의 지분을 갖는다. 최 회장의 우호지분율은 21%대로 떨어진다.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3세경영 시기가 왔을 때 후계구도를 놓고 사촌 또는 형제간 지분 다툼이 벌어진다면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은 10%대로 떨어질 수 있다.

SK그룹은 2003년 영국계 펀드회사 소버린자산운용의 공격에 경영권을 위협받은 적이 있다. 당시 SK그룹은 분식회계 사태로 위기를 겪던 시기였다. 소버린은 SK의 2대 주주가 된 후 현 경영진의 퇴진, 부실계열사 지원 반대, 기업지배구조개선 등을 요구하며 경영에 직접 참여하려 했다.

결과적으로 경영권 방어엔 성공했지만,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경영권 위협 사례로 꼽힌다. 최근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글로벌 아시아 기업을 겨냥한 공격이 늘고 있기 때문에 다시 공격받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전문가들은 SK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했기 때문에 헤지펀드가 경영권을 위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다. 그렇다고 분쟁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줄어들면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과거 소버린 사태때도 그랬듯이 경영권을 아예 빼앗길 상황까지 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박 교수는 "만약 후계과정에서 지분싸움이 일어날 경우 (헤지펀드가) 다른 주주와 연합해 경영권을 공격하는 일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원이 보수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노 관장의 요구대로 판결하더라도 그 지분만으로 경영권을 장악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와 손잡을 가능성이 있으며, 경영권을 위협받기 싫은 최태원 회장도 의결권 없는 지분을 주는 식으로 협의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 대상은 부부가 함께 협력해 이룬 재산으로 국한됐다. 상속받은 최회장 지분이 재산분할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최회장측은 더 나아가 경영권이 걸린 지분이라면 더더욱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칠 전망이다. 상속 지분을 재산 분할 대상에 넣을지 말지를 둘러싼 법리 싸움이 이번 이혼소송 초기 법정 공방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다르다. 귀책사유로 이혼할 때 막대한 위자료를 지급하고 재산도 나눠야 한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겸 최고경영자(CEO)의 전 아내는 이혼 합의 대가로 아마존 주식 4%를 넘겨받았다. 한화로 46조원의 가치다. 노 관장이 1조4000억원의 주식을 확보하면 단숨에 국내 주식부호 30위 (2019년 포브스 50대 부자기준)로 올라선다. 물론 노 관장이 완벽하게 이겼을 때 일이다.

법조계는 법정 공방 과정에서 양측이 절충할 것으로 관측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귀책 사유가 있는 최회장이 위자료를 당연히 많이 줘야 할 것이나 노관장의 요구가 정말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 논란도 있다"라며 "양측이 합의점을 찾아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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