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약 1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한다. 국내 은행지주회사가 자사주를 소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KB금융지주는 6일 이사회를 열고 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자사주 230만3617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소각 대상은 총 발행주식의 0.55%다. 소각은 12일 진행한다.

./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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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는 2016년 업계 최초로 자사주를 매입했다. 현재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약 1조4000억원 규모를 매입했다. 이번에 소각할 예정인 자사주는 KB금융지주가 보유한 2848만주 중 일부다.

자사주 소각은 자사 주식을 매입해 없애버리는 행위다. 발행주식수를 줄이고 주당가치를 높여 주주 이익을 꾀하기 위한 방법이다. 자사주 매각은 미국과 호주, 대만 등 글로벌 금융회사에는 일반적이지만 국내서는 KB금융지주가 처음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권 최고 수준 자본력을 갖춘 덕분에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9월 말 현재 BIS총자본비율이 15% 이상이다. 보통주 자본비율은 14%를 상회한다.

이번 자사주 소각은 KB금융지주 자본비율에 영향이 없다. 자본비율을 산출할 때 보유하는 자사주는 이미 자기자본에서 차감하고 있어서다.

업계서는 KB금융지주 자사주 소각이 한국 금융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전달할 계기로 전망한다.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이 주주환원율이 낮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저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번 자사주 소각은 국내 금융회사의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할 계기가 될 전망이다.

2018년 기준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평균 주주환원율을 살펴보면 미국이 100% 수준을 상회한다. 호주와 대만도 60~70%에 이른다. 반면 국내 은행지주회사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30%도 미치지 못한다. 주주환원율이 낮으면 그만큼 투자매력도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저금리, 저성장 환경에서 은행업계 수익성 개선 가능성에 투자자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수익성을 안정화해 자본력을 견고하게 다지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쳐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