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가가가 가가가 가오가이가!" 애니송 가수 엔도 마사아키가 부른 주제가 ‘용자왕 탄생'은 지금도 1990년대 로봇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즐겼던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입으로 불려지는 곡이다. 1990년 ‘엑스카이저'로 시작한 선라이즈 ‘용자로봇'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용자왕 가오가이가(勇者王ガオガイガー)’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으로 자리매김했다.
가오가이가 주제가 ‘용자왕 탄생'. / 유튜브 제공
◇ 리얼로봇의 ‘긴장감’과 슈퍼로봇의 ‘쾌감’ 융합한 가오가이가
1997년작 용자왕 가오가이가는 기존 용자로봇 시리즈와 달리 시청자 연령을 성인까지 확대한 작품이다. 가오가이가를 만든 ‘요네타니 요시모토(米たにヨシトモ)’ 감독은 자신이 가진 용자 시리즈에 대한 의문점을 대담한 연출과 작품 변형으로 풀어내고, 어린이는 소화해 내기 힘들만큼 깊고 두터운 SF설정을 더해 기존 용자로봇과는 다른 작품을 탄생시켰다.
용자왕 가오가이가는 내용 중에 ‘용기'란 테마가 강조됐다. 적에게 패한 처참한 결과를 암시하면서도 용기를 내 맞서고, 이를 보는 시청자도 응원하게 만드는 연출이 특징이다. 스토리는 기존 용자로봇과 달리 리얼로봇처럼 복잡한 기술 설정을 추가했음에도 ‘근성으로 악을 물리친다'는 마징가Z 등 슈퍼로봇의 면모를 껴안고 있다.
용자왕 가오가이가 이야기의 기초는 일본 민화 ‘타케토리(竹取物語)’다.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아기를 맡기고, 성장한 아기가 우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이야기 속 1997년 겨울 어느날 아마미(天海) 부부 앞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메카닉 라이온 ‘갸레온'이 한 명의 아기를 부부에게 맡긴다. 시간이 흘러 2003년, 우주비행사 가이는 우주비행 중 기계생명체 EL-01과 충돌해 중상을 입는다. 가이는 갸레온의 도움과 녹색보석 ‘G스톤'의 기술을 바탕으로 사이보그로서 부활한다.
그로부터 2년후 기계생명체 ‘존다'가 지구를 침공하고, 존다를 막기위해 지구방위용자 조직 ‘GGG(것시 지오이드 가드·Gutsy Geoid Guard)’의 거대로봇 가오가이가가 등장한다. 가오가이가의 압도적인 파워는 적을 단숨에 무찌른다. 적의 핵을 부수려는 찰나 날개를 가진 녹색 머리 소년이 등장해 핵을 원래의 인간 모습으로 돌려놓는다. 이 소년이 바로 갸레온이 아마미 부부에게 맡긴 ‘마모루(護)’다. 특수능력을 가진 마모루는 이후 GGG와 함께 행동하게 된다. 마모루는 존다와 결전이후 다른 별에 존재하는 또다른 존다의 위협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갸레온과 함께 우주로 떠난다.
‘가오가이가'와 ‘GGG’란 명칭은 요네타니(사진) 감독이 붙인 이름이다. 2004년 출간된 가오가이가 관련 서적에 따르면 감독은 ‘가가가'란 어감에 집착을 보였다.
선라이즈 가오가이가 제작진은 ‘가가가'를 바탕으로 ‘가가갓티', ‘가르가이가', ‘GO기가' 등 후보 등을 놓고 고민한 끝에 ‘가오가이가'와 ‘GGG’란 명칭을 사용하게 된다.
요네타니 감독은 ‘가가가'에 집착한 이유와 의미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애니메이션 업계는 연출가인 요네타니 감독이 시청자에게 임팩트를 전달하기 위해 몇 번이고 반복되는 ‘가가가'를 사용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용자왕 가오가이가 메카닉 디자인은 건담, 보톰즈는 물론, 엑스카이저 등 용자 시리즈 로봇의 형태를 창조한 ‘오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다. 캐릭터 디자인은 ‘기동무투전 G건담'에서 작화감독을 맡았던 ‘키무라 타카히로(木村貴宏)’다. 키무라는 ‘하늘의 유실물(そらのおとしもの)’, ‘더티페어 플래시', ‘코드기아스' 등의 작품에서도 작화감독을 담당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