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병완 피즐리소프트 대표

업계 23년 종사한 보안 전문가…신생 보안 스타트업 뛰어들어
한국 보안 시장 생태계 문제점 벗어나고자 글로벌 시장에 눈길
AI 기반 차세대 보안 제품 선보이며 여러 성과 이어져
수출주도형 글로벌 정보보안 기업이 목표

"이전 회사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죠. 하지만 규모 있는 보안 회사를 보면 연구 개발이나 혁신에 매진하기보다는 제품 한 가지로 안주하는 성향이 컸습니다. 많은 회사 중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회사도 없었습니다. 새롭게 스타트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입니다."

강병완 피즐리소프트 대표는 창업 배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보안 업계에만 23년간 몸담은 보안 전문가다. 보안 스타트업 피즐리소프트를 창업하기 전 네트워크 보안 기업 코닉글로리에 있었다. 총괄사업본부장을 역임하며 기업 2인자 역할을 맡았을 정도로 인정을 받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과감히 벗어나 새롭게 도전에 나서게 된 계기는 오랜 고민에 있었다. 보안 시장 생태계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강병완 피즐리소프트 대표. / 피즐리소프트 제공
강병완 피즐리소프트 대표. / 피즐리소프트 제공
2019년 기준 세계 정보보안 시장은 144조5000억원 정도다. 그중 한국은 정보보안 제품에서 1조4645억원, 서비스에서는 4728억원으로 총 2조원가량의 시장 규모를 형성한 상태다. 세계 시장 규모에 비하면 한국은 작은 시장에 불과하다.

한국 시장 규모는 작지만 경쟁은 치열하다. 400개가 넘는 보안 회사가 한국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보니 매출 규모도 100억원 이하가 다수다. 10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리는 기업은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마저도 대기업 계열사가 주를 이룬다.

강 대표는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제품 원가보다 낮은 단가로 계약하는 경우가 잦다.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수익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며 "수익이 적다 보니 자연스레 기술 개발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보안 기술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이유다"고 문제를 짚었다.

보안 시장 특성상 3~5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는 점도 생태계 악화에 한몫했다. 한 제품으로 특정 계약을 성사하면 몇 년간 안정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계약을 이뤄내면 다음번 계약에서도 성공률이 높아지는 편이기에 도전보다는 ‘안주’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었다.

피즐리소프트는 이같은 문제에서 벗어나고자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2016년 12월 회사를 설립한 후 그해 한국과학기술지주 투자를 끌어냈다. 2017년 3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정으로 연구소기업에 선정됐다. 곧바로 미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했다.

강 대표는 "한국 보안 기업 다수가 일본에 진출하는데 일본에서 가장 많이 쓰는 보안 제품이 미국산이다"며 "글로벌 보안 시장 규모에서 미국이 30%를 차지한다. 미국 시장에서 인정을 받으면 다른 나라에서도 인정을 받는다"고 해외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R&D 센터에서는 하드웨어 기반 핵심 기술을 연구한다. 보안 기능이 담긴 프로그래밍 설계 가능 반도체(FPGA) 보드를 개발한다.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도록 도와 고속의 트래픽을 필요로 하는 차세대 네트워크 보안 장비에 필수적인 제품이다.

강 대표는 "기존에는 다수 기업이 보안 기능이 포함되지 않은 FPGA를 해외에서 들여와 사용했다"며 "피즐리소프트는 직접 FPGA를 만들면서 보안 기능도 포함하기에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에는 영업을 위한 사무실을 개설한 상태다. 베트남에는 호찌민과 하노이 두 곳에 미국과 같은 R&D 센터를 세웠다. 우수한 인력을 투입하면서도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이같은 연구 매진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사이버위협대응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인 Polar(폴라)도 내놓을 수 있었다"며 "그중 사이버위협정보 공유자동화시스템(CTI)은 한국에서 최초로 상용화해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베트남 정보보안의 날(Vietnam Information Security Day) 2019’에 참여한 피즐리소프트가 단독 부스에서 자사의 제품을 선보이는 모습. / 피즐리소프트 제공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베트남 정보보안의 날(Vietnam Information Security Day) 2019’에 참여한 피즐리소프트가 단독 부스에서 자사의 제품을 선보이는 모습. / 피즐리소프트 제공
폴라는 심층신경망(DNN) 기반의 데이터 분석・탐지 기술이다. 위협 정보의 정오탐을 정밀 식별하도록 한다. CTI는 폴라 기반으로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한국 최초의 제품이다. GS인증 1등급 획득도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얻는다.

피즐리소프트의 이같은 활약에 다수 성과가 이어졌다. 2017년 민간투자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사업인 팁스(TIPS) 프로그램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 지원 사업에 각각 선정돼 사업 성공을 판정받았다.

2018년에는 신용보증기금과 나이스(NICE)평가정보에서 각각 퍼스트펭귄 창업 기업과 기술 평가 우수 기업이라는 인정도 받았다. 올해는 정부 부처의 정보 자원을 통합 관리・운영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센터에 폴라 CTI(S)를 수주하기도 했다.

11월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추천으로 비상장주식 거래가 가능한 한국거래소 스타트업 마켓(KSM)에 이름을 올렸다. 자금 유치와 전략 지원뿐 아니라 맞춤형 교육・컨설팅, 중소기업 전용 시장인 코넥스(KONEX) 특례 상장 기회를 얻었다.

강 대표는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2021년 코넥스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며 "피즐리소프트 제품이 대체재가 많지 않은 만큼 성장을 지속해 추후 코스닥 시장까지 바라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 기반을 다지면서 베트남 등의 동남아 지역을 글로벌 시장 교두보로 확보하겠다"며 "수출주도형 글로벌 정보보안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