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승현 로완 대표 "약물 의존보단 비약물 시도해야"
최성혜 인하대 교수팀과 인지기능 향상 프로그램 선봬…현재 기관에 적용
‘내 손 안에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모바일 버전 2020년 출시 예정

국내 65세 이상 노인은 약 706만명에 달한다. 이 중 200만명쯤은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를 앓는다. 경도인지장애는 동일 연령에 비해 인지기능은 떨어졌지만 일상생활 동작 독립성은 보존돼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엄밀히는 치매 상태는 아니다. 이들이 모두 치매에 걸린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치매 고위험군 상태라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에게 이 시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치매가 시작되면 보통 2년을 주기로 상태가 악화되는데, 이 시기가 치매를 가장 이른 시기에 발견할 수 있으며 치료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국내 치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치매발굴 치료보다 예방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시기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한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운동과 영양, 인지훈련, 혈관 및 대사위험인자 관리 등을 동시에 시행하는 다중영역중재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로완이 그 주인공이다. 로완은 2015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대한치매협회를 비롯한 국내 치매전문 의료진들과 협업해 정보통신기술(ICT)를 접목한 치매 예방에 적극 나서고 있다. IT조선은 최근 상암동에 위치한 로완 사무실에서 한승현 대표를 만났다.

한승현 로완 대표./로완 제공
한승현 로완 대표./로완 제공
국내 치매 산업이 블루오션으로 남은 이유

치매 산업은 블루오션으로 최근 급부상한다. 평균수명 연장으로 인한 인구 고령화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데다가 그 동안 치매치료는 근원적인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유로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는 치매 치료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실제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에 따르면 치매 치료제 시장은 2015년 3조5000억원에서 2024년 13조50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표 역시 빠르게 증가하는 치매 시장에 기대를 건다. 다만 그는 약물을 활용한 치매 치료보다는 비약물을 통해 건강하게 치매를 예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또 혹시라도 치매에 걸렸다면 이를 효과적으로 늦추는 것도 약물이 아닌 비약물을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이들을 돌볼 신경·정신과 의사와 돌봄이는 부족하다"며 "의료계 자체도 워낙 폐쇄적이라 기술만 있다고 해서 들어올 수 있는 시장 구조가 아니다. 블루오션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지훈련을 통해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 건강에 훨씬 이롭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뇌의 전두엽과 측두엽, 뒤통수엽, 소뇌 등은 인체로 따지면 머리와 팔, 다리, 몸통과 같다. 즉, 치매는 뇌의 모든 부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알약 몇개로 뇌 전체를 완벽히 치료하려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한승현 대표가 치매예방 전도사로 통하는 이유다.

한 대표는 "치매가 아닌데 대뜸 치매를 늦추는 약물 치료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특히 약물은 부작용 위험이 있는 만큼 무작정 약물에 의존하기 보다는 꾸준한 인지훈련을 통해 인지기능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사물인터넷(IoT) 기기에서 AI 활용 치매 예방 기구로 진화

로완은 당초 사물인터넷(IoT) 관련 스타트업이었다. 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7에는 신개념 밴드 제품을 선보여 국내 미디어로부터 관심을 끌기도 했다. IoT에서 시작한 밴드는 진화를 거듭하며 의료기기 관리시스템을 거쳐 치매 예방 솔루션으로 거듭났다.

한 대표는 "치매와 관련해 뇌를 꾸준히 학습시키는 기기 또는 앱을 만드는 업체는 당시 하나도 없었다"며 "임상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봤자 기관 및 병원이 활용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로완은 최성혜 인하대 신경과 교수팀을 중심으로 한국형 다중영역 인지기능 향상 훈련 프로그램 ‘슈퍼브레인’을 내놨다.

슈퍼브레인은 경도인지장애를 앓는 환자 뇌 학습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치매를 예방하는 데 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프로그램은 최성혜 교수팀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2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이뤄진 프로젝트다.

프로그램은 이렇게 돌아간다. 제주도의 주요 자연환경으로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만장굴’ 등 이미지를 제시한 뒤 이를 반복 학습시키고, 어떤 이미지가 제시됐었는지 맞추는 형식이다. 이러한 학습 결과는 웹베이스에 저장되기 때문에 환자를 처음 접하는 의료진은 환자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 대표는 "6개월마다 학습 결과를 보는데, 대부분 어르신은 처음 시작할 때 기준치보다 월등히 나아졌다"며 "관련 데이터는 이번 임상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로완은 인하대학교 병원,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아주대학교 의료원, 경희대학교, 한국스포츠개발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보바스 기념 병원, 고려대학교 의료원, 전남대학교 병원, 동아대학교 병원, 베스트힐스병원, 가천대길병원 등과 함께 슈퍼브레인 외에도 치매예방 및 돌봄케어 임상 및 국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슈퍼브레인 모바일 앱 버전./로완 제공
슈퍼브레인 모바일 앱 버전./로완 제공
‘내 손 안의 뇌 학습 프로그램’…2020년 모바일 버전 출시

로완은 2020년 하반기쯤 누구나 시공간 제한없이 쓸 수 있는 모바일 버전 치매 프로그램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일주일에 한 두번씩 기관에 방문해 면대면으로 진행되던 치매 예방 훈련 프로그램의 수고로움과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서다.

한 대표는 "모바일 버전을 내놓기 위해 시리즈A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누구나 스마트폰을 통해 시공간 제약없이 뇌를 학습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어 "가장 좋은 치료는 약물과 비약물 치료가 아닌 환자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라며 "치매는 정서적 교류가 중요한 만큼 사람과 교류하면 할수록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혼자 고립된 생활을 하는 것은 독약이나 마찬가지다"라며 "보호자는 환자를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치매 환자가 통상 보이는 특성과 비교하면서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파악하는 등 관심을 갖는다면 치매 속도를 보다 효과적으로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