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 지 2년이 지난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가 ‘무용론’ 꼬리표를 떼지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0월 범정부 차원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 추진을 위해 4차위를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신설했다. 하지만 승차공유 등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를 끌어내지 못하는 등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세금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병규 위원장이 야심차게 도입했던 해커톤 역시 공론의 장(場)만 될 뿐, 규제 완화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되지 못했다. 해커톤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벌이는 ‘끝장 토론’이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 위원장은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절차적 방법으로 위원회에 해커톤을 제안했다. 해커톤은 4차위의 주된 업무 중 하나가 됐다.

./ 류은주 기자
./ 류은주 기자
11일 해커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해커톤은 이해관계자를 한자리에 모아 이슈를 정리해 규제 개혁의 발판을 마련하는 자리지만, 얘기를 듣는 데 그쳐 문제다"며 "이해 관계자의 견해차만 확인할 뿐,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진전이 없기 때문에 피부에 와닿는 규제 개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죽하면 해커톤 결과를 정리하는 문서에 ‘합의문'이란 표현 대신 ‘입장문'이라는 표현을 쓰라는 요구가 있겠냐"며 "해커톤에서는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국회에 드러눕는다고 우기는 등 언성을 높여도 정부 측 관계자는 아무 말도 못한다"고 말했다.

4차위는 10월 대(對)정부 권고안을 공개했지만, 정책의 방향성만 제시할 뿐 행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를 보였다. 4차위의 권고안 역시 보여주기식 발표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는 여당 의원들조차 4차위가 대통령 직속 기구임에도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그동안 4차위의 제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지 못한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1기 4차위는 택시업계와 승차공유 업계 간 갈등을 중재하고 토론의 장을 만들려 했지만, 정작 해커톤에는 택시업계가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사회적 공론화기구가 설치됐고, 2기 4차위에는 해당 안건이 아예 논의에서 배제됐다. 그러다 보니 최근 논의하는 것은 ‘배달원 안전’과 같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충돌이 덜한 안건이었다. 배달원 안전 가이드라인은 고용노동부에서 이미 챙기고 있는 사안인데, 이런 업무를 하라고 4차위를 설치한 것인지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4차위 위원장 역시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4차위 안팎에서 법에 근거한 실행력 있는 기구로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기 위원의 임기는 11월말 끝났고, 이제 3기 위원들을 선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는 4차위 존재 자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4차위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4차위의 역할이 그동안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폐지하는 대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며 "대정부 권고안 역시 보고서 형식으로 발표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안별로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주고, 그 가이드라인이 권위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영향평가'처럼 소관부처가 반대하거나 이해관계자와 충돌이 있을때 규제에 따른 영향을 평가를 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차위 한 관계자는 "제도 정비에 대한 논의는 현재 없다"며 "아직 3기(위원) 구성에 대한 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