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벤자민 두보아 네슬레 블록체인장
맛있는 식료품에 공급망+환경 정보까지
식료품만 잘 파는 회사 스마트 식료품 전문 공급사로 탈바꿈
"블록체인, 투명한 데이터 제공에 적합"

식료품 기업이 식품만 잘 팔아선 안되는 시대가 다가왔다. 소비자들이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 소비자는 좋은 원료로 만든 맛있는 식품만 기대했다면 이제는 맛과 더불어 식품 제조 과정이 얼마나 환경 친화적인지, 식료품 공급망 관련 정보는 투명하게 전달되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진다. 실제 소비자는 유기농마트에 진열된 브로콜리가 어떤 과정과 조건을 거쳐 마트에 진열됐는지를 따져보고 구입한다.

이런 시대 변화에 발 맞춰 스위스 최대 식료품 기업 네슬레는 일부 협력사와 손잡고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투명한 식료품 공급망을 통한 안전성 보장을 위해서다. 현재 네슬레는 선택된 몇 명이 아닌 소비자와 공급자, 누구나 공급망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으로 블록체인을 적용 중이다.

벤자민 두보아 네슬레 디지털혁신팀 블록체인장./IT조선
벤자민 두보아 네슬레 디지털혁신팀 블록체인장./IT조선
벤자민 두보아 네슬레 디지털혁신팀 블록체인장은 최근 개최된 핀테크·블록체인 컨퍼런스 ‘파인드(FinD) 2019’ 현장에서 IT조선과 만나 "식료품이 어떤 유통과정을 거쳤는지 알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환경 친화적인 제품 생산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두보아 블록체인장은 IT조선과 스카이프를 통해 "소비자 신뢰와 완전한 투명성을 위해 퍼블릭 블록체인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네슬레 블록체인 적용 제품 확대

네슬레는 현재 오픈SC(Supply Chain)에 IBM 블록체인을 적용했다. 그리고 이렇게 완성된 블록체인 기술을 식품 유통 이력 추적에 활용했다.

앞서 네슬레는 올해 1월부터 IBM 블록체인 유통 추적 플랫폼 푸드트러스트를 내부 식품 유통 이력 추적에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가 유기농 마트에 들러 브로콜리 원산지와 재배 방법을 알고 싶어할 경우 제품에 부착된 QR코드 등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앱에 재배 방법부터 마트에 들어오기까지의 정보를 표시한다. 특히 농장 생산 전과정에 센서를 도입해 사람의 개입 없이 투명한 데이터가 제공되도록 했다. 과거 한계로 지적되던 종이 기록 방식을 벗어나 완벽한 디지털 체계로 변환한 셈이다.

두보아 블록체인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후 네슬레가 추진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어떤 식으로 고객에게 보다 효과적일지 고민했다"며 "블록체인 기술의 효과를 확인한 만큼 앞으로는 네슬레 전 제품에 적용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네슬레는 특히 유럽에만 적용되던 모바일 앱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관련 앱을 출시하면서 카카오나 위챗 같은 모바일 기업과 협업 가능성도 염두해 두고 있다.

두보아 블록체인장은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모바일 앱을 아시아 시장에 출시하며 협업도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으로 스마트한 식료품 회사로 거듭난다

네슬레는 블록체인 기술을 유통 이력 추적만이 아니라 환경 보호에도 활용한다. 팜유가 대표적이다.

팜유는 야자수(기름야자) 과육으로 만든다. 기름야자 원산지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지다. 문제는 기름야자 나무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이들은 기름야자 재비를 위해 연간 600킬로그램에 달하는 질소비료를 쓴다. 이는 일반 농지에 쓰이는 양의 6배에 달한다. 이 질소비료로 인해 흙이 산성화된다. 또 흙이 흡수하지 못한 고농도 질소는 하천으로 흘러가 수질 오염을 을으킨다.

재배 과정에서 발출되는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렇게 파괴된 열대림은 탄소배출이 증가해 홍수나 가뭄, 산사태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된다. 기후변화를 초래해 지구온난화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꼴이다.

네슬레는 이런 환경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엄선한 팜유 생산 가능한 팜유만 취급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두보아 블록체인장은 "지속가능하고 윤리적인 팜유 재배를 하는 공급자들과 거래한다"며 "재배 시 발생하는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등 건강한 환경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네슬레는 현재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식료품 공급에 주력한다"며 "앞으로 소비자는 이러한 네슬레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네슬레 제공
./네슬레 제공
블록체인 ‘만능해결사’ 아냐…개선 위해 다각도 노력해야

네슬레가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은 개선해야 할 부분도 다수 존재한다. 그는 ▲상호운용성 ▲속도 ▲데이터 표준 부재 등을 향후 극복해야 할 한계로 꼽았다. 그는 특히 상호운용성과 관련해 "모든 식료품 공급사가 한 솔루션 안에 들어올 수 없다"며 "서로 다른 플랫폼이 연동돼야만 업계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세계 식료품 업계 역시 이 같은 한계를 이미 알고 있다. 때문에 상호운용성과 솔루션 접근성 등을 위해 개념증명(PoC) 개념을 도입해 다양한 실험에 나선다.

두보아 블록체인장은 "아직은 어떤 식으로 솔루션에 접근하는 것이 최선인지, 어떤 식으로 (서로 다른 플랫폼 등이) 연동되면 좋은지 등을 파악하진 못했다"며 "더 빠르고 쉬운 방법이 있는지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파생되는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속도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아직 일부 블록체인은 거래 처리 속도가 느려 실생활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이와 관련해 두보아 블록체인장은 "네슬레가 판매하는 제품은 하루 10억개 정도다"라며 "여기서 파생되는 많은 양의 정보를 얼마나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아직은 시장이 성장 중이지만 수 년안으로는 블록체인이 자연스럽게 활용될 만큼 능력치를 갖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