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축구게임 ‘피파온라인4’가 이벤트를 진행해 PC방 점유율이 늘었다는 소식이 종종 들린다. 재치 있는 이벤트를 개최해 이용자를 많이 끌어 모은 것일까.

게임 이용자 말은 다르다. 이들 사이에서는 ‘PC방 이벤트 대리’가 점유율 상승의 비결이라는 목소리가 흔하게 나온다. 이는 대리 전문 PC방 측에서 이용자 계정으로 게임에 접속해 이벤트에 대신 참여하고, 매달 일정 금액을 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용자 계정을 타인에게 맡기는 행위는 위험하다. 보안 등 여러 방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넥슨은 이를 운영 정책에서 금지하고 있다. 대리를 맡겨 문제가 생기면 이용자 탓이고, 보상 정책에서도 제외된다.

다른 게임도 대리 업체가 있지만, 단연 피파온라인4는 그중에서도 돋보인다. 이벤트 내용 탓에 자연스럽게 이용자가 대리 서비스로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하는 ‘DIY 선수팩 이벤트’에서 최고의 보상을 얻으려면 이벤트 기간 56일 중 50일 동안 피시방에 방문해 게임에 3시간씩 접속해야 한다. 넥슨은 이용자라면 누구나 탐내는 보상을 걸었다. 이용자간 대결하는 피파온라인4 특성상 전력 강화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이벤트에 꼭 참여하고 싶어한다.

다만, 학생·직장인이 매일 피시방에 들러 같은 게임에 3시간씩 접속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며 비효율적이다. 대리 업체에 맡기면 이벤트에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직접 재화를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카드 팩을 얻을 수 있다. 대리 업체는 돈을 벌고, 넥슨은 피시방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본다.

넥슨 한 관계자에게 이벤트 달성 기준을 완화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이벤트에 참여 못하는 사람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참여해주는 사람도 분명 많다"며 "모든 이용자에게 모든 이벤트 혜택을 전부 드릴 수는 없다"라고 답했다.

게임 이벤트의 본질은 이용자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피파온라인4가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일부 이벤트 내용은 그냥 PC방에서 접속해 시간을 채우는 것이 사실상 전부다.

때문에 이용자가 ‘이벤트에 신경쓰지 않기 위해’ 계정을 양도하고 돈을 내는 행태가 공공연하게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참여해주는 사람도 많아 이벤트 달성 기준을 조정할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넥슨은 눈 뜬 장님과 다름없다.

피파온라인4 한 이용자는 "PC방 점유율을 의식한 이벤트라는 말이 이용자 사이에서도 나오지만, 보상이 좋아 대리 업체를 써서라도 참여하는 상황이다"며 "대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빠짐없이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PC방 아르바이트생밖에 없을 것이다"라는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게임 생태계 측면에서도 이런 이벤트가 바람직한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PC게임 시장에서는 외산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가 2012년 3월에 PC방 점유율 순위 1위를 차지한 이후 줄곧 1위를 독식하는 상황이다. 이 게임이 기록한 최고 점유율은 54.51%에 달한다.

다시 말해 외산 게임 하나가 PC방 반 정도를 차지하고 남은 PC방 점유율을 한국 게임사끼리 나눠먹는 모양새다. 이 안에서도 속이 뻔한 이벤트로 아귀다툼을 벌인다. 이용자 안전은 물론 생태계 발전도 뒷전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얼마 전 서비스 10주년을 맞은 장수 게임이다. 이 게임은 시즌마다 게임을 ‘갈아엎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계속 새로운 재미를 추구한다.

물론, 피파온라인4는 프로축구를 다루는 게임 특성상 게임성 면에서 특출난 변화를 주기 어렵다. 다만 할 수 있는 영역에서만큼은 최대한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아니면 ‘우린 이렇게만 해도 성과가 나오니까’라는 안일한 생각이 내부에서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 게임 업계 ‘혁신’이 사라졌다는 말이 업계 내·외부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대형 기업일수록 눈 앞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생태계 조성 차원에서 현명하게 업계를 이끄는 책임감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