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용 협업 툴 시장이 들썩인다. 국내 기업들이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을 위해 디지털 업무환경으로 전환하는 데다가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효율성을 높이는 업무용 툴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1위 기업인 슬랙도 한국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업계는 슬랙 진출을 기점으로 국내 기업용 협업 툴 시장 몸집이 한층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협업 툴은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도록 돕는 소프트웨어(SW)를 말한다. 채팅기능을 포함해 일정과 파일을 공유하는 등 웹 환경을 기반으로 공동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재까지는 대체로 메신저 기능을 중심으로 한 협업 툴 서비스가 많다. 메신저 기반 협업 툴은 카카오톡이나 라인, 스냅챗 같은 일반 메신저와 조금 다르다. 메일과 일정, 함께 처리해야 할 업무목록 관리, 파일 공유 등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각종 기능이 포함됐다.

./ 라인웍스 홈페이지 갈무리
./ 라인웍스 홈페이지 갈무리
5000억원 규모 작은 시장…’곧 열린다’ 높아지는 업계 기대감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기업용 협업 툴 시장은 급속한 성장세를 보인다. 미국 시장조사 컨설팅 기업인 마켓츠앤마켓츠(MarketsandMarkets)는 이 시장이 2016년 173억달러(20조6683억원)에서 2021년 287억달러(34조2878억원) 규모로 성장한다고 전망했다. 미국 시장조사전문업체인 리포트링커(ReportLinker)는 연평균 시장 성장률을 11%로 내다봤다.

반면 한국 시장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작다. 업계는 3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한국에선 아직 카카오톡이나 라인같은 일반 메신저를 업무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서다.

업계는 시장이 곧 성장세를 탈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기업들이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을 위해 디지털 업무환경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근무시간이 짧아진만큼 업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주어졌다. 그만큼 효율성을 높여주는 업무용 툴에 주목한다.

여기에 최근 정부는 공공 분야에 원격업무 환경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업계 기대감을 높였다. 정부는 올해 10월 스마트 업무환경 구현 계획을 발표했다. 메신저와 영상회의 등 각종 협업 도구를 개선해 공무원도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클라우드 기반 가상PC를 이용하면서 모든 업무자료를 클라우드에서 관리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글로벌 강자 ‘슬랙’도 경쟁에 참가…춘추전국시대 맞은 협업 툴 시장

최근 슬랙을 개발한 슬랙테크놀로지스가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기업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한국 시장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슬랙은 2020년 1월 문을 열 계획으로 최근 IBM 출신 기업 마케팅 전문가를 대표로 내정하고 인력을 선발하는 등 출범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슬랙은 기업 업무에 필요한 기업용 메신저 서비스로, 전세계 150개국에서 50만개 이상 기업이 사용하고 있으며 하루 이용자만 1000만명에 이른다. 포춘 선정 글로벌 100대 기업 중에서도 65개 기업이 슬랙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특히 슬랙은 프로그램 개발자가 활용하기 유용한 환경을 갖춰 국내 스타트업에서 많이 사용되는 등 인기가 높다.

협업 툴간 경쟁도 치열해 진다. 이미 잔디(JANDI)와 지라(Jira) 등이 업계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데다가 인터넷포털 기업들이 내놓은 협업 툴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웍스모바일이 내놓은 라인웍스는 메시지와 주소록, 설문, 드라이브, 캘린더, 홈, 메일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다른 서비스와 달리 모바일만으로 모든 기능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대웅제약, 웅진, 일본 노무라 증권, 삿포로 맥주 주식회사 등 국내외 대기업을 포함한 3만개 기업이 라인웍스를 이용한다.

올해 9월 NHN이 내놓은 협업 툴 두레이는 메신저 서비스 안에서 전자결재를 하거나 텍스트를 발표용 자료로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프로젝트 업무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어 업무이력 관리를 할 수도 있다. 현재 NS홈쇼핑, HDC현대산업개발 등 500여개 기업이 두레이를 이용한다.

카카오도 기업용 커뮤니티 서비스로 아지트를 운영한다. 카카오 B2B·AI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메신저 기능을 강화한 기업용 메신저 출시를 준비 중이다.

메신저형을 넘어 원격제어나 화상채팅 등 다양한 기능을 담은 협업툴도 눈길을 끈다. 국내 기업 알서포트는 클라우드 기반 원격지원 및 제어 SW를 개발하고 있다. 주요 서비스로 ▲리모트콜(원격지원) ▲리모트뷰(원격제어) ▲리모트미팅(화상회의) 등이 있다. 특히 리모트뷰는 외부에서도 회사 사무실 내 업무용 PC에 원격으로 접속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업무용 PC에만 깔린 소프트웨어를 회사 밖에서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화상회의 서비스 스타트업인 줌(ZOOM)이 대표적이다. 줌은 MS의 스카이프나 구글의 행아웃 등과 달리 기기와 환경 제약이 없고 화상회의 참여 인원을 수십명까지 늘릴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올해 기업공개(IPO)에 성공해 유니콘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협업 툴 업체 한 관계자는 "아직 국내 시장은 규모 산정이 어려울 만큼 작은 시장에 불과했다"며 "슬랙이 한국시장에서 유료 서비스와 기업별 맞춤형 서비스를 본격 제공하면 그만큼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