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통3사의 5G 중저가 요금 출시를 계기로 5G 요금의 전반적인 인하를 유도한다. 당장은 요금을 내릴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3만~4만원대 중저가 요금제가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해 이통사가 연쇄적으로 5G 요금을 내리고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경쟁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이통사들이 중저가 5G 요금제를 출시할 것인데, 이후엔 자연스럽게 데이터 용량을 늘리고 요금도 인하할 것으로 본다"며 "장기적으로는 중저가 요금제가 5G 요금 인하의 트리거가 돼야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황창규 KT 회장,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11월 29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 파크센터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이광영 기자
왼쪽부터 황창규 KT 회장,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11월 29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 파크센터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이광영 기자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11월 29일 이통3사 CEO와 간담회에서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독려했다. 최 장관은 "5G 이용 확대가 통신비로 인한 국민들의 생활비 부담 과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단말기 다양화 및 중저가 요금제 출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과기정통부의 중저가 요금제 출시 압박은 3만~4만원대 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가장 낮은 5G 요금제가 5만5000원에 달하는 만큼 LTE 요금제처럼 3만~4만원대 요금제를 만들어 ‘구색’을 맞춰야 한다는 판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3만~4만원대에 소량의 데이터를 주는 5G 요금제가 실효성 있냐는 의견이 있지만 구색을 갖추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민원도 많다"며 "시민단체에서는 여전히 5G 요금이 비싸고 인하 해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통3사 CEO는 최 장관의 요청에 5G망 구축 영향으로 경영 압박이 있지만 중저가 요금제가 나올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의 속내는 다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간담회에 앞서 중저가 요금제 출시에 대해 "아직은 가입자가 부족하고 망 구축에 많은 돈이 들어가 시기상조다"라며 "보편적인 서비스로 거듭나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입자 1000만명이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잘 생각해 봐야 한다"며 확답을 피했다.

과기정통부는 5G 상용화를 앞두고 5만5000원짜리 요금이 25% 선택약정할인을 받을 경우 4만원 초반대가 된다는 점을 감안해 SK텔레콤에 최종 승인을 내줬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과기정통부가 이제와 딴소리를 한다고 느껴질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와 및 요금 인하에 기준이 되는 가입자 규모는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이 낮은 가격에 많은 5G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이통사간 경쟁을 유도하는 기조를 밀어붙일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을 적용하지 않아도 3만~4만원대 요금은 있어야 한다"며 "기업의 목소리도 듣겠지만 국민의 요구에 우선적으로 응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