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후 거의 매일 마시는 커피. 커피 한 잔 가격이 1000원쯤이라면, 거의 모두가 ‘싸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반면, 커피 한 잔 가격이 1만원이 넘는다면 대부분 ‘비싸다’고 느낄 것이다. 이처럼 사람에게는 ‘적정한 가격’ 기준이 있다.

하지만, 예술품에는 적정한 가격 기준이 없다. 예술품의 가격은 예술품을 사려는 이와 팔려는 이 사이의 합의로 정해진다. 예술품의 가치는 금이나 화폐처럼 모두가 동의하는 절대적인 측정 도구로 환산할 수도 없다. 예술품의 가격이 상대적일수밖에 없는 이유다.

예술품의 가격은 상대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예술품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한다. 천문학적 가격에 예술품이 거래됐다는 뉴스 기사를 주로 접하기 때문이다.

5월 16일 뉴욕타임즈는 "부자조차 제프 쿤스 작품을 사기 위해 충분히 부유하지 않다(Even the rich aren’t rich enough for Jeff Koons)’고 보도했다.

제프 쿤스의 작품 ‘토끼(Rabbit, 1986)’가 현대 예술(Contemporary Art) 작가의 작품들 중 가장 비싸게 판매된 것을 다룬 기사다. 뉴욕 크리스티 (Christie’s)에서 낙찰된 이 작품의 가격(경매 수수료 포함)은 9107만달러, 1062억원쯤이었다.

매년 봄과 가을, 세계적 규모의 예술품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예술품이 기사로 나온다. 기사 속 예술품의 가격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한다. 예술품은 비싸다고 생각할 법도 하지만, 이는 일부 사례만 보고 예술 시장 전반을 지레짐작하는 일반화의 오류다.

㈜우베멘토의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 Vol.25 에 따르면 지난 2018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세계 경매회사에서 거래된 Top 100 현대 예술 작품(artprice.com 기준 1945년 이후 출생 작가의 작품)간의 낙찰 가격(경매 수수료 포함) 편차는 아주 크다.

위 기간 거래된 Top 100 현대 예술 작품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은 제프 쿤스의 ‘토끼’다. 가격은 9107만달러(1062억원)다. 반면, 100위 작품의 가격은 284만달러(33억원)다. 1위 작품과 100위 작품의 가격 차이가 32배나 난다.

1위 작품과 2위 작품간 낙찰 가격 차이도 6537만달러, 761억원으로 크다. 100억원 이상 높은 가격에 팔린 작품은 Top100 중 상위 14개뿐이다. Top100 내 현대 작품의 거래 빈도수를 보면 300만달러, 36억원 상당의 작품이 가장 활발했다.

물론, 수십억원도 결코 싼 가격은 아니다. 요지는 ‘수천억원대 가격에 거래된 최상위 예술품의 가격만 보고, 다른 예술품 역시 수천억원에서 수백억원대 거래될 것으로 가늠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자극적이어야 하는 뉴스 기사는 매년 가장 비싸게 거래된 작품의 기록을 조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상위 작품 일부의 가격은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기사화된 몇몇 작품의 가격으로 예술품 시세와 시장 전반을 파악하는 것은 무리다. 속 빈 강정이다.

이럴 때일수록 업계와 전문가는 예술 시장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기 앞서, 가격과 거래 빈도 등 철저한 리서치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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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박사 과정을 밟는다. ‘미술관 전시여부와 작품가격의 관계’ 논문,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용역 진행 등 아트 파이낸스 전반을 연구한다. 우베멘토 아트파이낸스 팀장으로 아트펀드 포럼 진행,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를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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