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생소했던 코스프레, 이젠 당당한 게임문화"

입력 2019.12.22 08:54

개발자, 스토리 작가, 그래픽·원화 아티스트, 사용자 경험 디자인(UX) 등…게임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누구보다도 열심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입니다. ‘플레이어’는 게임 업계 관계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프로 코스튬 플레이어 스파이럴캣츠 ‘타샤’ 오고은, ‘도레미’ 이혜민
코스프레는 게임·애니 등 캐릭터로 분장해 즐거움 전하는 일
프로는 대중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코스프레할 때가 많아
영상 창작자로도 활동, 2020년 20만 구독자 수 달성이 목표
악의적으로 상처 주는 악플 들을 때 힘들어하는 경우 많아
"두 사람이 앞으로도 코스프레 관련 일을 계속 했으면"

"처음 코스프레를 하고 행사장을 가면, 낯설어 하거나 익숙치 않은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달라졌어요. 게임 e스포츠 행사장에 코스튬플레이어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기고 반겨주는 분위기입니다. 코스프레가 게임 문화로 잘 녹아든 것 같아 기쁩니다."

아마추어 코스튬 플레이어로 꾸준히 활동하다 2013년부터 ‘프로’로 전향한 한국 대표 코스프레 팀 ‘스파이럴캣츠’는 게임 영상 창작자 축제 ‘게임콘 2019 서울’에서 IT조선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행사 주최측에서도 탈의실, 물품보관함, 포토존 등을 마련해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스파이럴 캣츠의 ‘타샤’ 오고은 씨(왼쪽)와 ‘도레미’ 이혜민 씨의 모습. / 촬영=CJENM
스파이럴캣츠의 구성원은 활동명 ‘타샤’ 오고은 씨와 ‘도레미’ 이혜민 씨다. 코스튬 플레이(코스프레)는 사람이 게임,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속 캐릭터로 분장해, 자신은 물론 보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전하는 일이다. 프로 코스프레 팀 스파이럴캣츠는 말 그대로 이 일을 전업으로 한다.

도레미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캐릭터 선택권’을 꼽았다. 그는 "취미로 할 때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만 직접 골라 코스프레할 수 있었다"며 "프로는 아무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만 골라서 하기보다는 취향에는 조금 안 맞더라도 대중이 원하는 캐릭터로 우선 분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코스프레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 또한 아마추어와 다르다.

실제로 도레미는 ‘키가 작고 귀여운 아가씨’ 형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는 프로 코스튬플레이어를 지망하는 후배에게 "데뷔하기 전부터 미리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캐릭터에 애정을 쏟는다면, 프로로서 조금 더 수월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조언을 건넸다.

스파이럴캣츠의 모습. / 촬영=CJENM
스파이럴캣츠는 원래 이들의 소속 기업 대표와 타샤가 소속된 게임 개발팀의 이름이었다. 게임 개발 사업에서 한차례 ‘쓴맛’을 본 후, 스파이럴 캣츠라는 이름으로 꼭 성공하고 싶다는 의지를 담아 팀 이름을 그대로 쓴다.

코스프레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모델의 신체 조건과 이미지에 맞는 캐릭터를 선정하기 위해, 이후 캐릭터 의상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길게 회의한다.

도레미는 "스파이럴캣츠는 특히 색감, 질감 면에서 캐릭터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타샤는 "오버워치의 ‘트레이서’를 예로 들면 이 캐릭터의 느낌을 살리는 주황색을 찾기 위해 20가지가 넘는 주황색을 놓고 한참 회의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의상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필요하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스파이럴캣츠는 코스프레 의상을 전부 직접 만들었다. 다만 최근에는 바쁜 일정 탓에 외주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타샤는 "의상 디자이너가 실제로 옷을 어떻게 만드는 지 알아야 주문·수정 작업을 할 수 있다"며 "최근에도 몸에 부착하는 작은 소품 등은 직접 만든다"고 설명했다.
스파이럴캣츠는 코스프레하고 라이엇게임즈 본사를 찾아 ‘먹방’을 진행하기도 했다. / 스파이럴캣츠 유튜브 채널
최근에는 유튜브, 트위치 등 플랫폼에서 영상 창작자로도 활약한다. 스파이럴캣츠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5만명에 달한다.

타샤는 "스파이럴캣츠는 아직 초보 영상 창작자다"며 "배워야 할 것이 많기에 선배 영상 창작자 분들이나 이용자 분이 우리가 발전해야 할 부분에 대해 아낌 없이 조언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타샤는 이어 "2020년의 목표는 유튜브에서 구독자 수 20만명을 달성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도레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스파이럴캣츠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만든 라이엇게임즈 미국 본사에 방문해서 ‘먹방’을 진행한 것이 재밌었고, 조회수도 잘나왔다"고 소개했다.

타샤는 게임 스트리머 행사인 게임콘에 참여한 소감에 대해서 "게임 스트리머를 위한 행사라는 점에서는 게임콘이 처음인 것 같은데, 참여해보니 정말 즐겁다"며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종종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프라인에서 많은 영상 창작자를 만나 배우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다"고 전했다.
스파이럴캣츠가 참여한 게임콘 2019 서울 ‘샌다전’ 개막 행사. / 오시영 기자
타샤는 프로 코스튬플레이어이자 영상 창작자로 활동하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으로 ‘이용자가 박수쳐줄 때’, ‘게임 회사 측에서 의미 있는 일을 믿고 맡겨줄 때’를 꼽았다.

그는 "게임콘 주최 측에서 생방송 오프닝 행사에서 트로피를 드는 역할을 주셨다"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인데, 스파이럴캣츠의 경력이 길어 믿고 맡겨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파이럴캣츠가 미국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게릴라 코스프레 이벤트를 진행했을 떄의 사진. / 스파이럴캣츠 제공
타샤는 해외에서 코스프레 활동을 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2016년에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행사에서 코스프레를 했던 일이다. 스파이럴캣츠는 택시 타고 근처를 지나다 라이엇게임즈의 허락을 받고 참여했다. 라이엇게임즈 측에서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스파이럴캣츠 사진을 올렸고, 기사도 다수 나왔다. 타샤는 "북미에서 스파이럴캣츠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회상했다.

힘든 순간도 있다. 도레미는 ‘악플’이 달릴 때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도레미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정신적인 상처를 남기기 위해 악의적으로 스파이럴 캣츠를 욕하는 댓글을 볼 때 가장 상처받는다"며 "악플의 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우리 팀은 악플 면역력이 매우 약해 가끔 보이는 악플로 받는 상처가 오래가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스파이럴캣츠의 모습. / 촬영=CJENM
스파이럴캣츠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타샤는 "나와 도레미가 계속해서 코스프레 관련한 일을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언젠가는 직접 현장을 다니는 코스프레 모델로서의 수명은 다하겠지만, 은퇴 이후에도 스파이럴캣츠의 명맥이 끊기지 않게 후배를 교육하고 프로의 길로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이 탓에 스파이럴캣츠는 새 멤버도 열심히 찾는다. 타샤와 도레미는 "우선은 ‘작고 귀여운’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모델을 원한다"고 입을 모았다.

‘게임콘 2019 서울’ 현장에서 방문객과 사진 찍는 스파이럴캣츠의 모습. / 오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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