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뇌과학을 테마로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관련 책을 읽었다. 뇌 관련 책을 읽으면서 구하고자 하는 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지장애(치매)는 예방 가능한 것인가? 아니면 피할 수 없는 질병인가?

둘째, 예방이 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셋째,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계속 단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뇌 가소성, 인지 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뇌 특성

기적을 부르는 뇌'와 ‘스스로 치유하는 뇌’(노먼 도이지 Norman Doidge)는 뇌가소성 개념을 바탕으로 인지 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마이클 머제니치가 제시한 뇌가소성은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뇌 기능 일부를 상실한 사람에 대한 연구를 통해 뉴런은 새로운 연결을 통해 상실된 기능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2019년 전자책 독서 목록중 뇌관련 독서 목록(리디북스의 내 서재 메뉴)
2019년 전자책 독서 목록중 뇌관련 독서 목록(리디북스의 내 서재 메뉴)
뇌가소성은 노화에 따른 뇌 기능 쇠퇴와 알츠하이머 병과 관련이 깊다. 노먼 도이지 박사는 "뇌 훈련으로 알츠하이머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에는 모자란다"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한다.

하지만 도이지 박사는 "종종 알츠하이머와 혼동되지만 훨씬 더 흔한 상태인 노화와 관련된 기억 손실, 곧 나이가 들면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기억력의 쇠퇴는 적합한 정신 훈련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면서 노화에 따른 인지적 감퇴는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여든아홉의 메리 파사노(Mary Fasano)는 하버드에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이스라엘의 초대 수상인 다비드 벤-구리온(David Ben-Gurion)은 노년에 독학으로 고대 그리스어를 배워 고전들을 원어로 섭렵했다.

이밖에도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는 아흔 살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했고,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일흔여덟 살에 이중초점 안경을 발명했다.

레만(H. C. Lehman)과 딘 키스 사이몬튼(Dean Keith Simonton)은 창의력을 연구하면서, 대부분의 분야에서 창의력이 절정을 이루는 때는 서른다섯에서 쉰다섯까지의 연령대이고, 60대와 70대의 사람들은 일하는 속도는 느려도 20대 때만큼 생산성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새로운 환경이 뉴런발생을 유발한다는 뇌 가소성 이론은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단순히 이미 숙달된 기술을 반복하기보다는 새로운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머제니치의 발견과도 일치한다.

머제니치 연구팀은 생쥐를 연구하면서, 공이나 튜브와 같은 다른 장난감의 사용법을 배우는 것은 새로운 뉴런들을 만들지는 않아도 새로운 뉴런들이 그 영역에서 더 오래 살도록 해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도이지 박사는 여러 연구를 바탕으로, "교육을 더 많이 받을수록, 사회적으로 신체적으로 더 활동적일수록, 정신을 자극하는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할수록, 알츠하이머나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주장한다.

도이지 박사는 인지장애가 예방 가능한가라는 질문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확실한 답변을 제시했다.

첫째, 인지장애는 예방이 가능하다. 알츠하이머병 예방 가능성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으나, 가능성은 열려 있다.

둘째,죽는 순간까지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의지를 갖고, 뇌를 사용하면 인지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 동시에 걷기와 같은 운동도 함께 해야 뇌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셋째,운동하고 뇌를 단련하면 뇌 기능 쇠퇴 방지를 넘어서 새로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톰 브라이언)은 대체의학계열의 책이다. 브라이언은 자가면역체계(autoimmune)라는 개념을 활용해 식생활 습관을 바꾸면 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뇌 기능을 파괴하는 글루텐 섭취를 기피할 것을 권한다.

브라이언의 주장은 귀를 솔깃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자가면역론은 구체적인 실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정립한 개념이 아니라, 인간의 불안심리나 통설을 얼버무려 그럴듯한 개념을 만든 수준에 그쳤다. 추천할 만한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손을 사용하면 뇌가 똑똑해진다

세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왼손으로 써봐'를 단서로 찾았다. 신문에서 조영권 선생이 쓴 왼손필사법 책 서평을 읽고 ‘왼손으로 써봐’를 읽었다. 저널리스트 출신인 조영권씨는 왼손 필사법을 통해 학업 성취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직접 가르친 고교생과 대학생을 왼손 필사법 성공 사례로 소개한다.

하지만 조영권씨는 왼손필사법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1차 연구 자료를 제시하지 않아 아쉬웠다. 다만 왼손으로 필사를 하면서 몰입할 때 비슷한 뇌 상태를 느꼈다. 서툰 왼손으로 필사를 해야 하니 글자를 자세히 봐야 하고 또 획순까지 생각나는 과정에서 저절로 몰입에 이르렀다.

‘왼손으로 써봐’를 읽으면서 몇년 전에 읽었던 ‘종이 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와 ‘손과 뇌'를 다시 찾아 읽었다.두 책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손글씨 또는 필기(handwriting)와 뇌 관련 연구 자료를 더 찾았다.

정보 검색을 통해 인디애나대 카린 제임스 교수, 플로리다 국제대 로라 다인하트, 워싱턴대 버지니아 버닝거 교수의 연구 논문을 찾았다.

카린 제임스 교수는 미취학 아동에게 필기 경험이 두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제임스교수는 필기는 학교 입학전에 아주 중요한 준비 기술이며, 나중에 학업 성취에서 성공 요인으로 작용하는 점을 밝혔다.

버지니아 버닝거교수는 필기와 두뇌 개발 관련 연구를 통해 "문자를 필기하는 것은 문어에 집중하는 것을 돕고, 집중력을 높이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로라 다인하트 교수는 훌륭한 필기력과 학업 성취도 상관관계를 조사한 다음, 필기력이 좋은 학생의 성적이 좋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유치원에서 필기체를 잘 익힌 어린이가 학교에 입학후에 좋은 성적을 얻는 점도 밝혔다.

필기와 두뇌 관련 연구에서 MRI를 사용해 필기하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했다. MRI로 측정한 결과, 필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운동피질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과 언어과 함께 관여하는 방추형이랑(fusiform gyrus)라는 영역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밝혔다.

실제 필기에 애를 먹는 어린이와 필기를 수월하는 하는 어린이의 MRI 측정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다고 한다.

‘손과 뇌’저자 구보타 기소우박사는 손과 뇌의 기본적인 메카니즘을 밝히고, 손을 계속 사용함으로써 뇌를 창조적 상태에 이르게 하여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필기와 두뇌 관련 연구는 손 활동중에서 글씨를 쓰는 필기와 뇌의 관계를 밝힌 것이다.

◇재미있게 손을 사용하는 방법, 필사와 손편지

인지 장애를 예방하고 한발 더 나아가 죽는 순간까지 뇌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법으로서 손으로 펜을 들고 종이에 글을 쓰는 손글씨 또는 필기(handwriting)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그런데, 시험 공부를 위한 필사는 지속적으로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시험을 통과하면 손을 놓기 마련이다. 땀흘린 운동후의 상쾌함, 불어나는 근육과 같이 구체적인 보상은 헬스장을 매일 찾게 한다. 그런 것처럼 재미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뇌단련법을 찾아야 한다.

주변에서 책을 읽으면서 책을 노트에 필사하는 지인을 보면서 리디북스에서 ‘필사의 기초'(조경국)와 ‘기적의 손편지'(윤성희)를 검색해서 읽었다.

조경국씨가 필사를 시작하게된 계기는 남는 시간을 떼우기 위해 아무 생각없이 빈 종이에 책을 베껴쓰는 것이었다. 필사에 점점 빠져들면서 필사가 효과적인 기억술이며 동시에 저자의 머리속을 탐험하는 독서술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조경국씨에게 필사의 최상의 가치는 창작의 디딤돌 역할이다.

"필사는 결국 자기 글을 쓰기 위한 디딤돌입니다. 좋은 글을 베껴 쓰다 보면 나중엔 ‘나의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자연스레 듭니다. 필사(筆寫)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쓰는 필사(筆思)로 조금씩 나아갑니다." (필사의 기초중에서)

실제 조경국씨는 필사를 통해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어 책으로 출간했다. 그는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 등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다.

기적의 손편지의 핵심은 소통으로서 손편지의 가치다. 디지털 시대, 쉽고 빠른 소통 수단은 흔하고 흔하지만 정작 대부분은 고독과 소외감을 느낀다. 윤성희씨는 디지털 시전 소통수단이었던 종이 편지와 종이 봉투, 우표를 결합한 손편지를 인간다운 소통 수단으로 부활시킨다.

윤성희씨에 따르면 손편지를 쓰려면 가장 먼저 받는 사람을 정해야 한다. 또 감사, 축하, 격려, 추억 등 동기와 계기가 있어야 한다. 이어 한 장에 사연을 담으려면 편지 받을 사람을 평소에 잘 관찰하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편지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 보낸 사람의 장광설보다 자기 이야기를 들어 있는 것을 좋아한다.

윤성희씨는 "편지속에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야기가 적혀 있기를 바란다"면서 "받는 사람 이야기를 70% 쓰고, 내 이야기를 30% 쓰는 것을 말한다"고 말했다.

두 책을 읽으면서 쓰기의 재미에 대해 생각했다. 손글씨가 아무리 인지 장애 예방에 효과적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매일 반복해서 실천하기 어렵다.

손편지쓰기는 주변 사람에게 기쁨과 용기, 그리고 연결됨을 줄 수 있다. 편지를 받은 사람이 고마움을 진심으로 전하면, 큰 보상이다.


자신의 콘텐츠를 책으로 엮는 것은 쉽지 않은 여정이다. 다만 독서를 하면서 자신의 관심 테마별로 필사 노트를 운영하면서 책 한권을 꿈꾸는 것은 괜찮은 재미다.

뇌를 건강하게 또 똑똑하게 만들고 싶으면, 먼저 스마트폰을 치우고 펜과 종이를 책상위에 놓아야 한다. 축하나 감사하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고 손편지를 써보자.

스마트폰 스크린속 소셜 미디어 타임라인에서 잠시 벗어나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닿는 대목을 만나면 종이에 천천히 베껴써보자. 뇌 주름이 펴지면서 편안해지는 느낌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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