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103)퇴마 만화 붐 이끌어낸 '공작왕'

입력 2019.12.28 16:40 | 수정 2019.12.29 10:27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2018년 시작과 함께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임병투자개진열재전(臨・兵・闘・者・皆・陣・烈・在・前)’ 진언과 함께 구자인법(九字印法)이라 불리는 독특한 손모양을 만들어 요괴와 악령을 퇴치하는 만화 ‘공작왕(孔雀王)’은 1980년대 중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다양한 퇴마 소재 만화·애니 작품에 큰 영향을 준 작품이다.

만화 ‘공작왕' 1권 표지. / 야후재팬 갈무리
미소년 주인공 ‘공작(孔雀)'과 금발의 절세미녀 ‘아수라(阿修羅)’가 펼치는 스릴있는 이야기는 당시 소년・소녀였던 현재의 3040세대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 일본에서 ‘종교 소재 만화 붐'을 이끌어냈다.

일본·홍콩 합작 영화 ‘공작왕'. / 야후재팬 갈무리
공작왕은 1987년 일본과 홍콩 합작 영화로도 제작됐다. 홍콩 미남 배우 ‘원표'와 당시 일본 인기 배우이자 가수였던 ‘미카미 히로시(三上博史)’, 13세의 어린 나이로 여주인공에 기용된 홍콩미녀 배우 ‘글로리아 입'이 출연한 영화 공작왕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영화에서 아수라역을 맡아 소년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글로리아 입은 1995년, 22세 나이에 사업가와 결혼해 1남1녀를 얻었으나, 2000년 이혼한 후 아트스쿨을 경영하면서 드라마와 예능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영화 공작왕은 아시아 지역에서 흥행성공을 거둬, 1990년 ‘공작왕 아수라전설'이란 제목으로 속편이 제작됐다. 속편에서는 주인공 공작이 인기 배우 ‘아베 히로시(阿部寛)’로 교체된다. 배우 아베는 드라마 ‘앤티크 서양골동양과자점', 영화 ‘드래곤 사쿠라', ‘테르마이 로마이' 등의 작품으로 각종 영화제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만화 공작왕은 1985년 출판사 슈에이샤(集英社)의 만화잡지 영점프에서 처음 공개됐다. 만화는 1989년까지 4년간 연재됐으며, 단행본 만화책을 기준으로 17권 분량이 제작됐다. 원작자 ‘오기노 마코토(荻野真)’는 당시 공작왕을 이야기별로 나눈 단편 만화로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만화 인기가 높아지면서 연재 방식으로 바뀌었다.

공작왕은 불교, 중국의 도교, 일본의 밀교와 음양도를 바탕으로 세계관이 구성됐다. 1985년작 만화에서는 어둠의 밀법집단 육도중(六道衆)과의 싸우는 과정에서 ‘성배(聖杯)’가 등장하는 등 다채로운 종교와 신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담겼다.

1985년작 만화 공작왕은 만화잡지 영점프에서 처음으로 ‘청년만화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만화가 흥행에 성공하자 1988년 오리지널비디오애니메이션(OVA), 같은 해 영화와 게임 콘텐츠가 제작됐다.

공작왕 애니메이션 한장면. / 야후재팬 갈무리
공작왕 애니메이션 속 아수라. / 야후재팬 갈무리
공작왕 애니메이션은 ‘갈포스', ‘버블검 크라이시스', ‘엘하자드' 등을 만든 ‘아키야마 카츠히토(秋山勝仁)’가 감독을 맡고, ‘팔견전', ‘몰다이버'의 오치 히로유키(越智博之), ‘오렌지로드', ‘마크로스 플러스'의 마사유키(摩砂雪), ‘레인', ‘듀라라라’,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의 키시다 카타히로(岸田隆宏) 등의 원화 및 작화감독들이 캐릭터 디자인과 그림을 만들어냈다.

진 공작왕 셀화 일부. / 만다라케 갈무리
1988년부터 1991년까지 3개의 OVA 이후, ‘진 공작왕(真・孔雀王)'이란 이름으로 또 한번 애니메이션이 제작된다. 2015년에는 만화 ‘공작왕 전국전생(孔雀王 戦国転生) 출시 기념으로 단편작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게임 공작왕2 패키지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공작왕 게임은 1988년 닌텐도 패밀리컴퓨터용으로 첫 등장했다. 게임은 어드벤처 장르로 원작의 액션성을 살리지 못했다. 같은 해 게임 제작사 세가(SEGA)가 8비트 게임기 세가마크3용으로 내놓은 공작왕 게임은 액션게임을 기반으로 어드벤처 게임의 스토리가 가미됐다.

1989년에는 16비트 게임기 ‘세가 메가드라이브'로 게임 ‘공작왕2 환영성(孔雀王2 幻影城)이 등장했다. 게임은 온전한 액션 게임으로 주인공 공작이 아수라의 피로 부활하려는 노부나가와 육도중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을 담았다.

게임 공작왕2 환영성 패키지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 그림체의 급격한 변화, 원작자 생애 마지막 작품 ‘라이징'

공작왕의 인기는 1992년까지 연재된 후속작 ‘공작왕 퇴마성전(孔雀王 退魔聖伝)’까지 이어지지만 연재 과정에서 갑자기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등 문제점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2006년 영점프에 다시 돌아온 3번째 작품 ‘공작왕 곡신기(曲神紀·마가리가미키)’에서 발생한다. 만화 공작왕은 사실적인 그림체와 여성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낸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곡신기에서는 그림체가 완전히 바뀌어 소년만화 스타일로 변했다.

일본 만화업계에 따르면 1985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공작왕 만화 그림체를 완성시킨 것은 원작자 오기노가 아닌 그와 함께 일했던 어시스턴트 ‘카타야마 마코토(片山誠)’, ‘카고 신타로(駕籠真太郎)’, ‘토다 야스나리(戸田泰成)’다.

카타야마는 ‘킹피카' 등 남성미를 강조한 거친 그림의 만화를, 카고는 기묘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그림체의 만화를, 토다는 ‘검의 봉황(剣の鳳凰)’ 등 열혈 남성, 미녀 캐릭터를 그리는데 능숙하다는 평가다.

만화 공작왕 라이징 9권 표지. / 아마존재팬 갈무리
공작왕 원작자 오기노 마코토는 2019년 4월, 최신작인 ‘공작왕 라이징' 연재 도중 신부전(腎不全)으로 5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슈에이샤에 따르면 오기노는 투병생활 중 만화 마지막화를 완성시켜 둔 상태였다.

그가 생애 마지막으로 그린 만화 ‘공작왕 라이징'은 주인공 공작의 소년시절 이야기를 담은 전일담(前日譚) 형태의 작품이다. 만화는 시대설정이 1980년대가 아닌 현재시간에 더 가깝고, 공작의 어머니가 마족 여성이 아닌 비구니로 그려지는 등 원작 공작왕과 다른 설정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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