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오프라인 유통은 경쟁력 ‘상실’
온라인 유통도 살아남기 위해 AI기업으로 변신해야

‘앞으로 유통시장은 ‘종착역’에 도달한 곳만 살아남는다.’

30년 유통쟁이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이 현 유통시장 상황에 대해 던진 말이다. 이 이사장은 삼성물산에 재직하던 1997년과 1998년 ‘홈플러스’와 온라인쇼핑몰 ‘삼성몰’ 오픈을 주도했다. 삼성에서 나와 1999년 옥션 초대 대표로 1년 만에 회사를 급성장시켜 미국 이베이에 매각했다.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이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한국 유통산업의 미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 김준배 기자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이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한국 유통산업의 미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 김준배 기자
이후에도 유통시장에서 발을 뗀 적이 없는 그는 유통 시장의 미래에 대해 ‘종착역(터미널)’ 단어를 꺼냈다. 이 대표가 고심끝에 찾은 단어란다.

오프라인 쇼핑, 온라인 쇼핑 못 이겨

종착역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소비자의 ‘최종 구매포인트’다. 정보가 넘쳐나면서 스마트해진 소비자는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는 유통채널만을 찾는다는 것. 고곳이 바로 ‘종착역’이다.

그는 먼저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한계를 지적했다. 기존 방식의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종착역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유통채널)은 온라인(유통채널)을 못 이깁니다. 수십년간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물건이 많다’와 ‘저렴하다’로 승자 자리를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온라인과 비교하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마케팅 전략에서도 오프라인 채널은 온라인을 따라 잡을수 없습니다. 온라인은 오늘 기획해 내일 실행하고 모래 결과를 정책에 반영합니다. 오프라인 채널은 실행에만 한달이 소요됩니다. 온라인채널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채널은 모두 문을 닫을까.

"오프라인 유통채널에도 종착역은 존재합니다. 코스트코가 대표 사례입니다. 상품 구색은 많지 않지만 판매 상품이 ‘최저가’라는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소비자가 계속 찾는 이유입니다."

이 이사장은 "가격·배송과 관계없이 백화점·대형마트 상품만을 구매하는 사람이 있다"며 "이들만을 고객으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오프라인 매장도 살아는 남겠지만 그렇지 않은 지점은 문을 닫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여전히 책에서 손을 놓지 않는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 서울 서초동 사무실 한켠에 도서가 쌓여 있다./사진 김준배 기자
여전히 책에서 손을 놓지 않는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 서울 서초동 사무실 한켠에 도서가 쌓여 있다./사진 김준배 기자
온라인 시장에서도 ‘고객 잡기 쟁탈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최종 승자는 ‘인공지능(AI)’ 기술력에서 갈릴 것으로 예측했다.

이 이사장은 지금의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을 ‘춘추전국시대’라고 표현했다. 기존 접근방식으로는 차별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격을 낮추는데도 한계가 있고 ‘로켓배송’ ‘새벽배송’과 같은 신 배송서비스를 내놓아도 경쟁사가 바로 벤치마킹해 차별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광고 상품으로는 충성심 있는 고객 확보 못해

특히 광고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정책은 충성 고객 확보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억명 이상의 프리미엄 회원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단기 수익 추구는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이사장은 "온라인쇼핑몰의 광고 상품을 모르는 소비자가 있느냐"며 "이는 소비자가 찾는 상품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춘추전국시대 살아남는 기업은 AI로 차별성을 확보한 곳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통업체는 상품을 직접 만들지 않아, 충분한 마진 확보가 어렵습니다. 결국 경쟁사와의 차별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것은 고객의 요구에서 찾아야합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빅데이터 기반으로 정확히 찾아주는 쇼핑비서인 ‘AI’가 해답입니다. 유통사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ICT 회사로 변신해야 합니다."

20여년만에 다시 상사맨 도전

코글로닷컴 대표도 맡고 있는 이 이사장은 새해 신사업을 시작한다. 일명 ‘글로벌 전자상거래 센터’다. 쉽게 말해 ‘온라인 무역상사’다. 우리 중소벤처기업 상품을 아마존·이베이·쇼피와 같은 해외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수출한다. 과거 종합상사처럼 온라인으로 기업 상품의 수출 관리를 책임진다.

이금룡 이사장이 49세였던 2000년 옥션 대표로 미국 이베이 본사에서 회사 프레젠테이션 모습. 회사는 이후 이베이에 매각됐다. 이 이사장(발표자) 바로 앞에 맥 휘트먼 당시 이베이 CEO(뒷모습 금발 여성, 현 HP CEO)가 앉아 있다./자료 이금룡 이사장
이금룡 이사장이 49세였던 2000년 옥션 대표로 미국 이베이 본사에서 회사 프레젠테이션 모습. 회사는 이후 이베이에 매각됐다. 이 이사장(발표자) 바로 앞에 맥 휘트먼 당시 이베이 CEO(뒷모습 금발 여성, 현 HP CEO)가 앉아 있다./자료 이금룡 이사장
"제가 삼성물산에서 1980년 한해에만 카세트테이프 2000만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232억원) 어치를 수출했습니다. 회사에서 ‘마이더스의 손’이란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때의 감(感)을 살려서 다시 한번 뛰어보려고 합니다. 20년만에 다시 상사맨이 되려고 합니다."

이 이사장은 1977년부터 1999년 9월 옥션 설립 직전까지 삼성물산에 몸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