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게임] 게임 업계, 인공지능과 만나다(상)

입력 2020.01.02 13:41 | 수정 2020.01.02 14:41

하이게임은 기자의 닉네임 하이쌤(highssam@chosunbiz.com)과 게임 세상을 합친 말로 화제가 되는, 주목할만한 게임에 대해 분석하고 소개하거나 게임·게임 업계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게임에 관한 다양한 읽을거리를 꾸준히 제공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엔씨, 김택진 대표, 윤송이 사장 주도로 AI 조직 창설
윤 사장은 스탠포드대 연구소에서 美 AI 전문가와 교류
게임은 물론, 게임 外 영역에서도 활발히 연구
엔씨소프트 AI를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도구’로 정의
중국 기업 넷이즈, 2D 사진으로 게임 캐릭터 만드는 AI 개발
AI에 사람 안면 뼈 구조 학습해 구현 속도 ↓, 정확성 ↑

기술 업계에서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이 대두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기술 업계 중에서도 앞선 기술을 개발·적용하는데 힘쓰는 게임 업계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할까. 국내·외 주요 게임사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은 사내 AI 사업을 열심히 지원한다고 알려졌다. /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는 AI 연구개발 조직센터 2개 산하 랩(Lab) 5개를 운영한다. 사내 AI 관련 전문 인력만 150명에 달한다.

2011년 처음으로 김택진 대표, 윤송이 사장이 주도해 AI 연구조직(TF)을 구성했다. 이 TF는 2012년 12월에 ‘AI랩’으로, 2016년 1월에는 ‘AI센터’로 규모가 커졌다. 2015년 1월에는 AI랩 산하에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팀을 신설했다. NLP팀도 NLP랩을 거쳐 2017년 9월 ‘NLP센터’로 규모가 커졌다.

윤송이 사장은 스탠포드 대학 HAI(Human-Centered AI) 연구소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한다. 다른 자문위원으로는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 마리사 메이어 전 야후 대표, 제리 양 알리바바 창업자 제프 딘 구글 AI 총괄 등이 있다. 윤송이 사장은 미국 AI 전문가와 교류하면서 얻은 정보·네트워크를 활용해 엔씨소프트 AI 센터를 돕는다.

엔씨소프트 최신 게임 ‘리니지2M’에서 이용자가 모여 보스 ‘여왕개미’를 물리치는 모습, 여왕개미에는 AI 기술이 적용됐다. / 박한글 유튜브 갈무리
엔씨는 기술력을 강조한 게임 ‘리니지2M’ 영지보스 몬스터에 AI 기술을 적용했다. 예를 들어 보스 ‘여왕개미’는 보스는 자신의 굴에 들어온 사람들 중에서 어떤 혈맹이 우세하고 위기인가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서 강한 혈맹에 버프를 주거나 약자에 스턴을 주는 등 전사자를 최대한 늘리는 방향으로 스스로 판단한다.

김남준 엔씨소프트 개발PD는 "리니지2m의 보스는 AI를 탑재해 단지 아이템을 뱉어내는 존재가 아니라 이용자간 전쟁을 조율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이 외에도 약자를 도와주는 보스, 캐릭터 전체에 페로몬을 뿌려 이용자의 상태를 순식간에 바꾸는 보스도 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여왕개미를 잡으러 너무 많은 이용자가 몰려 AI 기술을 뽐내기도 전에 처치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성전 등 다양한 콘텐츠가 추가되고, 여왕개미에 몰리는 사람 수가 적어지면 AI를 더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가 개발 중인 ‘보이스 커맨드’ 기술 소개 영상. / 엔씨소프트 유튜브 채널
‘보이스 커맨드’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하는 기술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용자가 목소리로 게임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기능이다. ‘입구로 이동, 지원요청’ 등 간단한 명령부터 우선 구현해 적용할 계획이다.

2018년 9월 15일 ‘블레이드앤소울’ e스포츠 대회 ‘블소 토너먼트 2018 월드 챔피언십’ 결선 현장에서는 ‘블소 비무 AI 이벤트 매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각각 다른 학습체계를 적용한 공수 균형, 방어형, 공격형 AI 3종을 유럽, 중국, 한국 프로게이머를 상대로 선보였다.

엔씨소프트는 게임 개발 과정을 돕는 목적으로도 AI를 활용할 계획이다. 심층 강화학습 기반 의사결정기술, 기획자를 위한 콘텐츠 자동 생성 기술 등을 연구한다. 최근에는 기계학습(Machine Learing) 기반 그래픽스 기술 등 기계학습 기술에 집중한다. 기존 게임 그래픽 품질을 높이고 애니메이터의 수작업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게임 AI랩’에서 개발하는 ‘보이스 투 애니메이션’ 기능은 음성에 맞춰 캐릭터의 표정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생성하는 AI 기술이다. 회사에 따르면 1분짜리 대화에 필요한 표정을 그리는 데는 수작업으로 하루가 족히 걸리지만, 보이스 투 애니메이션 기술을 활용하면 훨씬 짧은 시간 안에 해낼 수 있다.

엔씨소프트 AI 기반 야구 앱 ‘페이지’ 소개 이미지. / 엔씨소프트 제공
야구단 ‘NC다이노스’ 운영사인 엔씨소프트는 야구를 활용한 AI 연구도 진행한다. 엔씨소프트는 AI 기반 야구 정보 서비스인 ‘페이지’를 운영한다. 이용자가 응원 구단을 설정하면 구단과 선수에 대한 AI 콘텐츠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경기가 끝나면 AI가 직접 ‘경기 요약 영상’을 편집하고, 경기 중에는 실시간 승률 변화 그래프 ‘WE차트’도 제공한다.

엔씨소프트는 AI 기술 개발·적용 영역을 게임에 한정하지 않는다. 회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도구’로서의 AI에 집중해 더 넓은 영역에서 비전을 찾는다. 실제로 사내 인공지능 랩 5개 중 게임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부서는 ‘게임 AI랩’ 하나뿐이다.

엔씨소프트 측은 "AI 전문 연구 인력을 육성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할 예정으로, 우수 인재 영입에 힘쓰고 있다"며 "앞으로 온라인과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 AI 기술을 적용해 새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넷이즈는 2D 사진으로 게임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AI를 게임에 적용했다. / 넷이즈 제공
중국 게임 기업 넷이즈는 AI 기술을 활용해 현실 세계 인물 사진으로 게임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MMORPG 저스티스 온라인에서 실제로 이 기술을 활용한 횟수는 100만건이 넘는다. 이용자는 사진을 바탕으로 만든 캐릭터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게임 내 인물과 대화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넷이즈 산하 AI 연구 조직 중 하나로, 게임 관련 인공지능을 주로 연구하는 ‘넷이즈 푸시(Fuxi) 랩’은 관련 논문에서 원리를 밝히기도 했다. 기술의 핵심 중 하나는 구현 속도다. 넷이즈 AI 시스템은 사람의 안면 뼈 특징을 이해하도록 훈련받았다. 이 덕에 사용자 입력을 최소화하면서도 3D 캐릭터 이미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다.

AI는 사진 기반 캐릭터가 기존 게임 캐릭터처럼 보이도록 자연스럽게 조정하는 역할도 한다. 이는 실제 사람으로 아바타를 만들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새로 만든 캐릭터는 다른 게임 내 캐릭터와 일관된 느낌을 줘야 한다. 만약 너무 사실적인 얼굴을 게임 캐릭터에 억지로 투영하면, ‘불쾌한 골짜기’가 형성돼 섬뜩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넷이즈 FUXI 랩 로고.
다만 넷이즈는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지는 않았다. 이용자는 몇 개의 슬라이더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만든다. 넷이즈 측은 "이 기술은 현재 게임의 기능 중 일부지만, 앞으로 게임 개발자가 기술을 활용해 게임 캐릭터를 만들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넷이즈는 AI에 많이 투자하는 게임 기업 중 하나다. 회사는 AI 기술이 게임 이용자에게 향상된 게임 내 효과, 대화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게임 개발자가 게임을 만드는 과정을 한결 쉽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찰리 모셀리 청두 게이밍 연맹 설립자는 "넷이즈와 중국은 AI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것이 게임에서 툴셋과 기능을 확장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AI는 새 게임 플레이 메커니즘 개발, 게임 콘텐츠 확장은 물론,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등 여러 분야에서 잠재적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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