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서비스·콘텐츠 업계에 ‘음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음성만으로 명령하는 수행하는 서비스와 듣는 콘텐츠가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끌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운전, 집안일 등을 할 때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들으면서 동시에 정보 습득과 원하는 행위를 모두 처리할 수 있다. 업계는 올해 플랫폼들이 보다 편리한 서비스와 차별화된 콘텐츠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거라고 전망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디오 기반 콘텐츠 이용자와 서비스가 모두 증가 추세다. 오디오 콘텐츠 활용도가 높아진데에는 양방향 음성 콘텐츠를 활용하는 각종 기기가 늘어난 게 이유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웹·앱 이용의 30%는 음성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음성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와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기술 발달이 그 배경이다. 국내 이통3사와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이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출시하면서 오디오 콘텐츠 경쟁에 불을 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국내 AI스피커 누적 판매량은 총 412만대다. 이는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탑재도 우수한 콘텐츠 소비자 요구 심리를 자극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애플 등에서 잇따라 선보인 무선 이어폰 수요 증가도 한 몫을 했다.

./ 팟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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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듣는 고급지식’ 오디오 콘텐츠, 유료·구독모델 확대

오디오 콘텐츠는 매년 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이용자가 늘어났고, 그만큼 수익성이 높아진 것이 이유다. 시장조사 업체인 닐슨에 따르면 오디오 콘텐츠 판매량은 2017년 대비 2018년에는 43% 증가한 6억6000만파운드(1조91억7960만원)를 기록했다. 딜로이트는 올해 세계 오디오북 판매량이 35억달러(4조512억원)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실제 오디오 플랫폼 팟빵 이용률은 매년 급증세다. 지난해 팟빵 이용자의 오디오 콘텐츠 총 청취시간은 1억7400만시간이다. 이는 전년 대비 207% 성장한 수치다. 유료 콘텐츠 결제 건수는 지난해에만 전년 대비 17% 상승했다.

팟빵 관계자는 "오디오 콘텐츠는 글과 동영상 등 다른 콘텐츠에 비해 유료화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이용자는 오디오 콘텐츠가 시사, 교양, 경제 등 밀도높은 정보를 담은 만큼 가치있다고 판단해 결제를 아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오디오 플랫폼인 오디오클립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8년 12월 유료 서비스를 출시한 뒤로 1년만에 월 이용자수 2만3000명, 누적 이용자수 21만명을 기록했다. 현재 오디오클립은 60여개 출판사와 손잡고 오디오북 1만여종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오디오북 외 콘텐츠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2019년 6월 기준 전체 채널 수는 전년대비 250% 성장했고 전체 콘텐츠 편수는 전년 대비 500% 늘었다.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수는 전년대비 300% 증가했다.

네이버는 올해 안으로 오디오 전용 플랫폼인 오디오클립에 구독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오디오북 경험을 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를 내놓고 이용자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네이버는 10종의 오디오북을 90일 간 5000원에 대여할 수 있는 오디오북 미니 멤버십을 오디오클립 내에 선보이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해에만 13종 오디오북이 각각 1만권 이상 판매됐다"며 "유료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해 구독모델 도입을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팟빵은 자체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경쟁력 강화에도 나선다. 오디오클립은 국내 근대 문학작품을 국내 대표 작가들이 현대 언어로 각색하거나 장편 문학 작품을 최대 80시간 분량 오디오 드라마로 재해석해 선보일 예정이다. 팟빵도 올해 중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를 위해 크리에이터 생태계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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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안의 AI비서’ 목소리로 음식주문까지

음성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인공지능(AI) 기술과 AI 스피커 저변 확대로 주목을 받는다. 손으로 일일이 치는 것보다 음성으로 훨씬 빠르게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1분에 40개 단어를 입력할 수 있지만 음성으로는 150개까지 입력할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2월부터 네이버 모바일 앱 그린닷에서 음성으로 이용할 수 있는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번역하고 싶은 단어나 문장과 함께 "영어로"라고 말하면 자동으로 번역한다. 영어 외에도 일본어와 중국어 번역도 가능하다. 주변 맛집정보나 실시간 증시 현황 3줄요약도 음성으로 명령해 이용할 수 있다.

배달 앱 서비스 요기요는 지난해 11월부터 삼성 빅스비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삼성 스마트폰 빅스비에서 "요기요에서 근처 맛집 보여줘", "요기요에서 인기 많은 치킨가게 보여줘", "요기요에서 어제 먹은 피자 주문해줘" 등을 말하면 자동으로 요기요 앱으로 이동해 원하는 정보를 보여준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관계자는 "쉽고 편리한 주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빅스비와 연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IT기업들도 자체 AI비서에 음성명령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AI비서 알렉사를 통해 이용자가 음성으로 평소 먹던 약을 주문할 수 있는 기능을 미국에서 내놨다. "알렉사, 처방전을 다시 써줘"라고 말하면 기존 저장된 처방전에 따라 추가로 약을 주문해준다. 구글 AI비서인 어시스턴트는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두 사람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통역해주는 트랜스크라이브 기능을 최근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앱을 열고 일일이 텍스트를 입력하는 것보다 음성으로 쉽고 간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