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이하 2019년 기준) 5G 가입자 1인당 평균 데이터 트래픽이 26GB를 기록했다. 10월(27GB) 대비 1GB 줄었다. 4월 22.4GB에서 5월 18.3GB로 줄어든 이후 첫 감소 전환이다. 4월은 5G를 상용화한 첫 달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가입자 수는 5938명에 불과했다. 통계를 내는 모수가 적어 5월 평균 데이터 트래픽 감소에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입자가 435만명에 달한 11월 평균 트래픽이 감소로 전환한 것은 의미가 크다. 5G 가입자 대부분이 무제한이나 수백 GB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현재의 고가 5G 요금제를 개선해 중저가형 요금제를 새로 선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4월 3일 열린 ‘5G 론칭 쇼케이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4월 3일 열린 ‘5G 론칭 쇼케이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최근 발표한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11월 5G 데이터 트래픽은 10만9244TB다. 10월(10만5073TB) 대비 4% 늘었지만 1인당 트래픽은 오히려 3.7%(1GB) 줄었다.

5G 상용화 초반에는 1인당 5G 데이터 트래픽이 가파른 증가세를 지속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가입자 증가, 유튜브·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청시간 증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콘텐츠 확산 영향으로 5G 트래픽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1인당 5G 데이터 트래픽의 증가세는 6월부터 둔화하기 시작했다. 월 증가폭은 1GB 내외로 줄었다. 심지어 11월에는 감소 전환했다. 이통업계 일각에서는 이통사의 킬러 콘텐츠 부재를 11월 데이터 트래픽 감소 전환의 결정적 이유라고 꼽는다. 기존 5G 가입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을 급격히 늘릴 만한 콘텐츠는 없는 반면, 대체로 유튜브를 시청하는 등 평소 쓰는 만큼 데이터를 사용한 것이란 추론이다. 5G 단말을 보유하고도 불안정한 품질 때문에 LTE 우선모드로 사용 중인 고객이 많은 점도 원인이다.

. / IT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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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는 상용화 초기부터 5G 데이터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쓰기 위한 요금제의 기준을 8만원대로 설정했다. LTE 대비 2~3만원 비싼 수준이다. 하지만 이통사는 LTE 요금제 대비 단위(GB) 당 데이터 요금은 인하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5G 시대에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데이터량이 늘어난 만큼 통신료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하지만 1인당 5G 평균 데이터 트래픽은 26~27GB에 불과하다. 평균 수준의 데이터를 쓰는 5G 가입자는 무제한 데이터가 필요없고 200GB(월 7만5000원)의 7분의 1만 있어도 되는데, 중간 구간이 없어 7만~8만원대 요금을 낸다.

이통사는 5G 상용화 이후 8개월간 VR, AR, 클라우드 등 다양한 5G 서비스를 쏟아냈다. 그럼에도 아직 소비자가 체감하거나 5G하면 떠오르는 최적화된 서비스를 발굴하지 못했다. LTE 네트워크 환경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최근 이통3사가 내놓은 5G 클라우드 게임도 구색은 갖췄지만 게임팬의 눈길을 끌만한 대작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1인당 5G 데이터 트래픽은 이통사가 LTE 대비 비싼 요금을 받기 위한 하나의 척도다"라며 "5G 품질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다 해도, 소비자가 실제 체감할 만한 킬러 콘텐츠가 없다면 이통사가 현재의 5G 요금제를 유지할 명분이 약화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