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게임] 게임업계, 인공지능과 만나다(하)

입력 2020.01.03 14:05 | 수정 2020.01.03 15:38

하이게임은 기자의 닉네임 하이쌤(highssam@chosunbiz.com)과 게임 세상을 합친 말로 화제가 되는, 주목할만한 게임에 대해 분석하고 소개하거나 게임·게임 업계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게임에 관한 다양한 읽을거리를 꾸준히 제공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넥슨, 2017년 4월 인텔리전스랩스 설립(前분석본부)
욕설·부정행위 탐지, 이용자 전적 분석 등 다양한 쓰임새
유비소프트, 모션 캡처 애니메이션 수정에 AI 활용
"향후 AI가 인간처럼 자연스레 게임하는 시대 올 것"
넷마블, AI가 게임 시장 진단은 물론 사업 제안까지
AI 기술 분야 65개 특허 출원, 15건 등록 완료

기술 업계에서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이 대두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기술 업계 중에서도 앞선 기술을 개발·적용하는데 힘쓰는 게임 업계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할까. 국내·외 주요 게임사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상)

넥슨 강대현 부사장의 모습, 그는 인텔리전스랩스를 총괄한다. / 넥슨 제공
넥슨은 2017년 4월 인텔리전스랩스(전 분석본부)를 설립했다. 이 조직은 게임 부가 기능을 고도화하고,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심층학습(Deep Learning) 등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게임에 적용하는 역할을 한다. 이 조직 구성원은 2019년 기준으로 200명이 넘는다.

넥슨은 서비스하는 게임 수가 많은 편에 속하는 게임 기업이다. 이 덕에 회사가 보유한 게임 서비스 관련 데이터 양은 10페타바이트(1경 바이트)가 넘는다. 넥슨 측은 "매일 100테라바이트쯤 분량의 잘 정리된 데이터가 쌓이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넥슨의 모든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표준화 형식 로그(기록) 데이터를 자동으로 저장·분석한다. 이를 기반으로 어뷰징, 불법프로그램 등 이변을 발견할 수 있다.

어뷰징 탐지 시스템 ‘라이브 봇 디텍션(LBD)’은 이용자 게임 행위 데이터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법으로 학습한 AI가 이용자 행동을 살펴 얼마나 기계적인 행동, 반복 플레이를 하는지를 탐지한다. 넥슨 측은 "이 서비스를 실제로 게임 서비스에 활용한 결과 오탐지율이 1%미만으로 나타나 높은 신뢰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NDC 2018서 조용래 넥슨인텔리전스랩스 욕설탐지팀 데이터분석가가 전하는 ‘딥러닝으로 욕설 탐지하기’. / NDC 유튜브 채널
텍스트 탐지 시스템 ‘초코’는 욕설, 도박, 광고 등을 차단한다. 단어 일부를 변형하면 탐지가 어려웠던 과거 기술과 달리 초코는 다차원 배열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합성곱 신경망 알고리즘(Convolutional Neural Network)’ 방식으로 새 욕설, 변형 욕설, 광고 용어 등을 손쉽게 습득해 탐지한다.

초코는 인간 고유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학습하고, 이미지를 기반으로 3초에 100만건의 욕설을 탐지해 제거한다. 한글은 물론, 세계 게임 서비스에 알맞도록 영어, 중국어 등 다국적 욕설도 걸러낸다.

넥슨이 2019년 7월 선보인 카트라이더 기록·전적 사이트 ‘TMI’도 인텔리전스랩스의 대표적인 서비스 중 하나다. 이용자는 TMI를 통해 최근에 플레이한 게임 기록·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감속, 최고속도 등 지표마다 좋은 카트를 추천하거나 e스포츠 경기에서 시간대별 순위변동 그래프, 선수별 주행거리·평균 속도, 드리프트 사용횟수 등 지표를 보여주기도 한다. TMI 담당 황준식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파트장은 "이용자 플레이 데이터를 가공해 게임에 유용한 정보로 되돌려주고자 TMI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카트라이더 전적 검색 사이트 ‘TMI’의 모습. / 오시영 기자
이외에도 넥슨은 이용자 간 대전(PVP)에서 수준에 맞는 이용자를 매치하거나, 개발·마케팅 팀에서 게임 내 특정 콘텐츠의 이용률이 떨어지는 이유를 분석하거나 이용자 그룹별로 최적화한 광고를 노출하는 등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을 다양한 부문에 활용한다.

인텔리전스랩스를 총괄하는 넥슨 강대현 부사장은 "기계학습, 심층학습 등 AI 기술의 질적 수준은 빅데이터를 얼마나 유실없이 축적하고 계속 관리했는지에 달렸다"며 "넥슨은 이른 시점부터 빅데이터 분석·인프라 조직을 구축해 관련 업무에 공들였고, 빅데이터, UX분석, 데이터활용개발을 맡는 분석본부를 먼저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넥슨은 앞으로도 인텔리전스랩스를 통해 현재 기술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AI 솔루션 중 효과적인 부분을 게임과 게임서비스에 알맞게 개발하고 적용해나갈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AI는 모션 캡처 애니메이션을 자연스럽게 수정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 유비소프트 제공
프랑스 게임 기업 유비소프트가 2018년 밝힌 바에 따르면, 모션 캡처 방식으로 3D 움직임을 구현할 때 이를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수동으로 손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회사는 이 부분에서 AI를 활용한다. 애니메이터가 수동으로 처리하는 데 4시간이 걸리는 작업을 AI는 단 4분만에 해낸다.

이브 재콰이어 유비소프트 라포지(인공지능 조직) 전무는 "물론 현 시점에서는 AI 시스템이 사람을 전부 대체할 수는 없지만, 가장 까다로운 ‘발 모션’ 작업을 포함해 점점 사실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며 "향후 3년 안에 이 분야에서 인간과 AI 사이의 격차가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화학습을 활용해 운전 게임을 플레이하는 AI의 모습. / 유비소프트 라포지 유튜브 채널
유비소프트 라포지는 최근 강화 학습을 사용하여 스스로 게임에서 운전을 학습하는 새 AI 알고리즘 구축했다. 보통 게임 AI는 소수점이 무한히 이어지는 ‘연속 변수’와 딱 떨어지는 ‘이산·분류’ 변수 중 하나만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유비소프트가 구축한 AI는 이와 달리 운전 게임에서 조향과 가속이라는 연속 변수를, 브레이크라는 이산 변수를 동시에 고려한다.

라포지 연구원은 비디오게임 강화 학습에 관한 논문에서 "AI가 잠재적으로 달리기·점프 등 연속적이고 개별적인 동작을 수동으로 조작하는 인간처럼 자유롭게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 / 조선DB
넷마블은 2014년부터 게임 퍼블리싱, 마케팅 등의 운영 노하우를 AI에 담는 ‘콜럼버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최근 세계 넷마블 게임 한달 접속자 수(MAU)는 6800만에 달한다. 회사는 해당 이용자로부터 수집되는 게임 로그를 AI 기술에 활용한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2018년 NTP에서 "AI는 이용자와 경쟁하는 것보다 이용자 수준에 맞게 게임을 제공하고 같이 놀아주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콜럼버스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반 기술이다. 콜럼버스는 게임 서비스 관련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기술이다.

현상을 진단하는 것은 물론, 구체적 운영 방향도 제안한다. 각 게임·국가별 이용자 패턴에 맞는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안하고, 광고수익률, 잔존율, 매출 등 지표를 예측한다. 광고 사기나 게임 내 비정상 이용자를 탐지하는 역할도 한다.

넷마블 측은 기계학습 기법으로 게임 내 비정상 이용자를 탐지하면, 기존 방식과 비교해 2~10배 정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넷마블 제공
게임 이용자와 개발자를 돕는 마젤란 프로젝트도 있다. AI가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숙련도, 이용 패턴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해 적절한 수준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플레이 동기를 부여하는 적절한 난이도의 AI 대전 상대를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개발자를 위해서는 직접 밸런스를 테스트하지 않아도 AI을 활용해 테스트를 보다 체계화하고 시각화하는 밸런스 검증 도구를 연구한다. 에뮬레이터나 게임 AI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각종 지표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에 더해 테스트 자동화 기술도 활용한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한 콘텐츠를 추가하는 등 게임 시스템 상에 작은 변화만 있어도 관련한 모든 상황을 점검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이를 자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넷마블 측은 "상점 결제 테스트와 단말기 호환성 테스트 등 중요도는 높으나 단순 반복 작업에는 자동화 기술을 대부분 도입한 상태"라며 "게임 버그 수정 이후 전체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리그레션 테스트’의 경우 40%가량 자동화로 전환해 테스트 시간을 40%가량 줄였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넷마블은 이미지 인식, 영상 처리 기술, 음성 시동·명령어 기술, 포럼·커뮤니티 기술을 개발·활용한다. 회사는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서 AI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관련 분야에서 65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15건은 등록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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