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약·바이오 시장에 훈풍이 불어올 전망이다. 국내 대형 제약사가 혁신 파이프라인을 통한 글로벌 진출을 외치고, AI를 활용해 신약개발 효율성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악재를 떨치고 일어날 수 있을 지 관심이 고조된다.

./픽사베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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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가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 글로벌 시장 진출, AI 신약개발, 유전자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등 굵직한 호재들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영향력 확대, 수출 효과도 톡톡

당장 올해 제약 바이오 업계에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 기술 수출을 이뤄낸 일부 주요 제약사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외화벌이를 할 전망이다. 여기에 제약사들은 혁신 파이프라인과 글로벌 임상 등을 통해 해외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나섰다.

대웅제약과 SK바이오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대웅제약의 경우 보툴리눔독소제제인 누보를 미국 시장에 선보여 2019년 2분기 230만달러(28억원), 3분기 1320만달러(153억원)의 매출 성과를 얻었다. 지난해 9월에는 유럽의약품청(EMA) 판매허가도 받았다. 올해 유럽과 미국 매출이 기대를 얻는 이유다.

SK바이오팜은 수면장애 신약 ‘수노시(솔리암페톨)’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미국 시장에서 판매에 돌입해 이미 400억원 이상의 기술료 수익을 확보하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업들은 오픈 이노베이션 효과를 노린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걸 의미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바이오벤처와 연구소 등 외부 자원을 활용해 신약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적극 활용한다.

유한양행은 앞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글로벌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는 차별화된 신약 개발과 신규 사업 강화, 레이저티닙 글로벌 임상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 성장 토대를 굳건히 할 계획이다.

대웅제약도 오픈이노베이션을 앞세웠다. 이를 통해 신약개발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인다는 전략이다. 대웅제약은 세계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시장 진출을 위해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는 ‘펙수프라잔’을 필두로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종근당은 현재 개발하고 있는 혁신 신약과 바이오신약에 연구 인력을 강화하고 개발을 가속화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앞당기고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 집중한다.

연구·개발(R&D) 투자도 대폭 확대한다. 헌터증후근 치료제 기술수출로 지난해 빛을 본 GC녹십자는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혈액제제 등을 필두로 해외시장을 공략한다.

시간·비용 절감 효과 위해 AI 신약개발에 사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 부문에서도 전망이 밝다. AI를 활용하면 신약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AI를 접목할 경우 임상 실패율도 줄어든다. 이를 이유로 업계는 올해 AI가 신약 개발의 필수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점친다.

실제 일부 제약사들은 AI 기업과 협업하거나 자체 AI 플랫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신약 약효 개선 등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가 생성되는 만큼 신약 개발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AI 기업 협업 사례는 CJ헬스케어다. 이 회사는 최근 AI 솔루션 업체 ‘스탠다임’과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 공동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스탠다임이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을 활용해 항암 신약에 적용 가능한 화합물을 찾으면 CJ헬스케어는 해당 화합물의 물질 합성과 평가를 진행한다.

SK바이오팜은 자체 플랫폼을 구축했다. 2018년 AI 기반 약물 설계 플랫폼을 개발한데 이어 AI 솔루션 회사 ‘스탠다임’에는 1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SK C&C와 협업한다. 이를 통해 물질 특허가 가능한 화합물을 설계한다.

JW중외제약 역시 자체 AI 기반 빅데이터 플랫폼 ‘클로버’를 구축했다. JW중외제약 자회사 C&C신약연구소는 클로버를 이용해 직접 실험하지 않고 질환 특성에 맞는 신약 후보물질을 골라낸다.

이 외에도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대웅제약 등 제약사가 AI 직접 구축, 기업 협업 등으로 신약개발에 한창이다.

해외서 핫한 유전자치료제 시장, 국내서도 눈길

올해 유전자 치료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분야가 특히 각광받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 보다 질병 근본 원인을 개선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는 배경이 이유다.

유전자 치료제는 잘못된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바꾸거나 치료 효과가 있는 유전자를 환부에 투입해 증상을 고치는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이다. 해당 시장은 연평균 41.2%씩 성장해 2018년 10억7000만달러(약1조2000억원) 규모에서 2025년 119억6000만달러(13조9000억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은 유전자치료제 전용 시설 구축 투자에 한창이다. 녹십자는 세포치료제 전용 공장 투자를 지속한다. 에스엘바이젠은 세포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갖고 생산시설을 준비한다. 유틸렉스와 앱클론, 큐로셀 등 세포치료제 개발사들도 GMP시설 구축에 여념이 없다.

시설 구축 외에도 유전자 치료제 CDMO(위탁개발생산업체)와 협력 관계 구축도 이어진다. 항암 신약개발업체 진메디신은 항암 아데노바이러스 및 유전자 치료 신약 임상을 위해 글로벌 CDMO 업체인 우시ATU(WuXi ATU)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공정개발과 바이러스은행 구축, 바이러스 특성 분석, 상업용 스케일의 GMP 시료생산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희귀질환 파이프라인으로 점차 확대…바이오시밀러 기대감 UP

바이오시밀러 역시 전망이 밝다. 이미 이 시장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인다. 국내에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공략하는 쌍두마차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유진투자증권이 내놓은 2020 제약·바이오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3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연평균 매출성장률이 각각 33%와 32%로 추정된다. 바이오시밀러가 기존 자가면역 질환치료제에서 항암제와 안과질환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로 확대된데 따른 것이다. 두 업체의 합산 바이오시밀러 매출액은 2018년 1조1000억원에서 2023년 5조7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항체 바이오시밀러로는 처음으로 오리지널 업체보다 많은 약(유럽 램시마)을 판매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에 이어 항암제인 허쥬마, 트룩시마와 개량 시밀러(바이오베터)인 램시마SC를 유럽과 미국시장에 데뷔시켰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시장 개척자 중 하나다. 회사는 류마티스관절염 바이오시밀러(엔브렐)인 베네팔리를 필두로 플릭사비와 임랄디, 항암제 바이오시밀러인 온트루잔트를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