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배달 라이더나 가사노동 등 플랫폼 노동자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 증가와 함께 안전문제 해결과 근무처우 보장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마다 의견이 제각각이다. 플랫폼 노동 관련 구체적 정의도 없다. 당분간 정부 대책을 둘러싸고 업계 내 이견이 분분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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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에 노출 심해"…정부가 정책 마련해 보호하겠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1월 중 올해부터 2022년까지 적용되는 제3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안전대책에 방점을 뒀다.

우선 산재보험 문제 해결에 나선다. 배달 라이더는 사고 위험이 높은데 반해 산재보험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에 따르면 18~24세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중 45.8%가 배달 사고로 사망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이어서 4대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다.

근로 안전 지침도 마련한다. 정부는 1월 16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시행한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상 보호대상을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하는게 핵심이다. 이에 배달중개사업자는 라이더 안전조치와 보건조치를 취해야 한다.

근로조건도 개선될 움직임이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퀵서비스와 배달 라이더 대상 표준계약서 내용을 만들기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표준계약서 초안에는 배달 대행사와 배달기사 간 배달료 지급 기준 및 방식, 수수료 지급 방법,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업계는 내용을 두고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자체도 플랫폼 노동자 지원 정책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서울시 시민이 참여한 서울 플랫폼노동 공론화 추진단은 최근 서울시에 플랫폼 노동자들과 경영자들이 함께 협의기구를 만들어 표준계약서 작성과 산재보험 적용을 위한 지침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서울시도 이를 수렴해 관련 대책을 적극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협동조합 운영비 일부 지원 놓고 잡음

문제는 정부가 1월 중 배달 앱 등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프리랜서들이 협동조합을 만들면 운영비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라는 점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구매와 생산, 판매, 소비 등을 공동 운영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다. 근로기준법 상 근로조건 유지나 근로자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노동조합과는 결이 다르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어 협동조합이 대안인 셈이다. 협동조합을 통해 근로자들은 단체보험에 가입하거나 공동으로 안전 및 업무교육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

플랫폼 업체들은 협동조합 모델에 찬성한다. 정부가 협동조합 운영을 일부 지원하고 라이더가 많이 모이면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단체 보험에 가입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 되기 때문이다. 현재 플랫폼 업체는 보험사와 협약해 라이더 전용 보험을 출시하고 있지만 실제 가입률이 높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한 배달 앱 관계자는 "사고위험이 높다보니 보험료가 비싸고 보장혜택이 좋지 않다"며 "라이더들도 필요하다고 느끼고 회사도 라이더에게 가입을 독려하지만 실제 가입한 라이더는 10명 중 1명도 안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협동조합으로 해결이 가능할 전망이다"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플랫폼 노동자 보호에 나서는 것은 문제시되지 않지만 이들의 행정 편의를 위한 직접적인 지원금을 푼다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재부 역시 이런 점에서 선뜻 정책 결정을 내리기 주저하는 모습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플랫폼 노동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업계 수요가 높아져 올해 발표할 협동조합 설립지원 방안에 일부로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했다"며 "구체적 지원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 마련에 업계 환영…의견은 분분

또 정부의 플랫폼 노동 관련 대책 마련에도 업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낸다. 다만 구체적인 해법 마련에는 이견이 분분하다. 플랫폼 노동자를 어떻게 법으로 정의하고 어떤 사회안전망으로 포괄할 수 있을지에 의견이 달라서다.

현재로서는 플랫폼 노동 정의조차 힘들다. 배달 앱뿐 아니라 가사노동자, 대리기사, 프리랜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수많은 영역에서 새로운 방식의 근무 형태가 등장한다. 같은 배달 라이더도 근무 형태가 모두 다르다. 쿠팡플렉스나 배민커넥트같이 일반인도 1~2시간만 일할 수 있도록 한 근무 방식과 배달대행업체에 속해 배달앱 주문을 수행하는 형태 등이 혼재됐다.

또 여러 정부 조직에서 각기 다른 정책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어 혼란스럽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대통령직속일자리위원회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4차혁명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여러 행정 조직에서 플랫폼 노동 관련 대책을 업계와 함께 마련하고 있다"면서도 "업계 의견 수렴이 쉽지 않아 논의가 잘 진전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더유니온(배달기사 노조) 등은 실질적 해법으로 노동조합 설립과 플랫폼 노동자 근로자성 인정을 주장한다. 이들이 처한 처우문제를 기존 근로노동법 체계 안으로 끌어들여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마다 상황과 근로형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단일 노조를 설립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근로자도 비용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노조나 4대보험 가입을 원치않는 경우가 많다"고 반박했다.

배달 대행업체 관계자는 "다양한 플랫폼 노동을 법적 테두리로 끌어들이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라면서도 "업계마다 내놓는 해법도 다르고 정부 부처별로 각자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데다 플랫폼 노동 정의마저 업계와 정부 모두 제각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