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의 IT 확대경] IT 조직 위상부터 높여야 한다

  •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입력 2020.01.07 06:00

    우리나라에서 IT 조직의 역할은 현업부서가 요구하는 시스템을 개발, 구축, 운영하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다. 따지자면 지원 조직이다. 조직내 위상이 떨어진다. 그러다보니 현업부서의 무절제한 요구를 물리치지 못한다. 그 결과 선진 조직에 비해 IT 운영비는 두 배 이상 들어가는데 시스템은 누더기가 되기 십상이다. 정작 경영에 필요한 정보도 생산하지 못한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Digital Transformation) 바람이 거세게 분다.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들도 IT를 기반으로 일하는 방식, 사업하는 방식, 행정 지원하는 방식을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르게 바꾼다. 우리나라 IT 조직 풍토로는 이 바람을 제대로 탈 수 없다.

    이케아(IKEA)는 엄청난 규모의 가구매장을 갖춰 놓고 고객들이 방문 구매해 DIY(Do it yourself)하기로 유명한 회사다. 이 회사가 요즘 확 바뀌었다.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할 필요없게 만든다.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을 적용했다. 고객이 집에서 가구를 가상으로 배치해 색상, 모양 등이 어울리는지 볼 수 있다.

    만족한 제품을 즉시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지금까지와 달리 조립 대행서비스가 있어 배송을 받는다. 이런 디지탈트랜스포메이션에 2년간 3조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다른 대형 매장들이 아마존의 영향으로 문을 닫거나 위협을 받는데 이케아의 매출은 성장한다.

    잘 아는 바와 같이 국내에서도 2개의 인터넷은행이 설립돼 매장이 없이 은행 서비스를 한다. 금융 환경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와 같이 자동화, 가상화, 로봇프로세스화가 진행되면서 금융권에서만 최근 4만명의 인력이 감소했다. 우리의 경우 금융실명제 등으로 통장을 개설하려면 온갖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싱가포르 DBS는 온라인으로 통장 개설을 허용해 수 십 만 명의 고객이 해외에서 통장을 개설했다고 한다.


    에스토니아는 온라인으로 주민등록을 신청을 받아 불과 몇 십분 만에 전자주민증(e-residency)을 발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해서 수 십 만 명이 가상세계에서 에스토니아 시민이 되고 에스토니아에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데 비해 아마존, 테슬라, 소프트뱅크, 알리바바, 배달의민족, 타다 등의 회사들이 잘 나가는 이유는 CEO가 IT 전문가이거나 IT에 전적인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IT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권한이 집중돼 디지탈 트랜스포메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 질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586세대의 정치적 기득권과 권력의 장기화에 대한 비판이 많다. 사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IT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기관, 기업 할 것 없이 조직의 장으로 있는 사람들이 IT 현실을 몰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기술만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이 전략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정부기관이든 기업이든 IT 조직의 장을 단순히 전산실장 또는 CIO(Chief Information Officer:최고정보책임자)가 아닌 CTrO(Chief Transformation Officer)로 위상을 높여야 한다. 현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의 선봉에 서서 권한과 책임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요즘 새로운 자리가 생겼다. 최고정보혁신책임자(CIIO chief information & innovation officer), 최고혁신책임자(chief innovation officer), 최고디지털전환책임자(chief digital transformation officer), 최고디지털책임자(Chief Digital Officer) 등 이름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

    중앙과 지방 정부 및 공공기관을 다니며 일하는 방식과 환경의 혁신을 얘기하다 보면 IT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태반이다. 정부조직의 책임을 진 행정안전부 장관 자리도 IT를 이해하는 사람이 앉은 적이 없다.

    권력구조, 지방분권, 지방균형발전, 대민서비스 등 행정을 강조하면서 정작 공무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행정안전부 안에 국 정도의 위상이 아니라 장관급 정도의 ‘국가 CTrO’를 둬 국가 전체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계획해야 한다.

    디지털 혁신국가가 되기 위하여 인재 포트폴리오, 교육, 산업구조, R&D, 금융, 의료, 노동, 민관의 역할 등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트랜스포메이션의 관점에서 큰그림을 그려야 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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