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0만개(이하 2019년 11월 기준) 회선을 보유한 초고속인터넷이 최근 보편적 서비스로 지정됐다. 낙도나 산간벽지에서도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무선인터넷은 회선 6800만개를 넘어섰지만 보편적 서비스로 지정되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7일 과기정통부와 이통업계 등에 따르면, 무선인터넷을 보편적 서비스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개통 접근성과 비용 등 설치 효율을 따져보면 아직 논의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편적 서비스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제공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전기통신 서비스다. 한국은 2000년부터 시내전화, 공중전화 등 음성 서비스를 보편적 서비스로 제공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4조와 시행령 제2조에 따라 전기통신사업자가 의무 제공해야 한다.

KT 직원이 도서산간 지역에서 기가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초고속 망대역 통합망을 구축하는 모습. / KT 제공
KT 직원이 도서산간 지역에서 기가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초고속 망대역 통합망을 구축하는 모습. / KT 제공
정부는 2000년부터 보편적 서비스를 지정했는데, 그 대상은 시내전화·공중전화·도서통신·선박무선 사업 등으로 제한했다. 그 결과 2010년 보편적 서비스 지정 논의를 시작한 초고속인터넷은 우여곡절끝에 10년이 지난 2020년 지정됐다. 세계 여덟번 째 사례지만, IT강국이라는 명성에는 걸맞지 않다. 초기 보편적 서비스 지정 당시 급속도로 발전하는 통신업의 미래를 예견하지 못한 결과다. 무선인터넷 역시 보편적 서비스로 지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될 법도 하지만 지지부진하다.

과기정통부는 무선인터넷의 보편적 서비스 지정이 시기상조라고 판단 중이다. 글로벌 시장을 고려할 때 무선인터넷을 보편적 서비스로 지정한 국가가 없고, 현재 초고속인터넷 대비 무선인터넷의 설치비가 비싸 통신 사업자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저소득층, 장애인의 경우 통신요금 감면 조치를 통해 사실상 보편적 역무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통신업에서 얘기하는 보편적 서비스 도입의 이유는 사업자가 영리 문제로 특정 지역을 기피할 때,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 누구나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자는 개념으로 도입했다고 이해해야 한다"며 "2000년 보편 서비스로 지정된 시내전화는 성숙기에 도달해 사업자들의 구축 부담이 없었는데, 무선인터넷은 비용적으로 부담이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보편적 서비스로 전환한 초고속인터넷 관련 안내 이미지.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보편적 서비스로 전환한 초고속인터넷 관련 안내 이미지.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우리나라 산간지역은 지자체를 통해 인터넷 서비스를 무선으로 구축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도 일부 지역에서 초고속인터넷이 아닌 무선인터넷을 보편서비스로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초고속인터넷 설치의 비효율에 따른 제한적 서비스 제공으로 봐야한다.

김남철 과장은 "무선인터넷을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이를 보편적 서비스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없다"며 "장기적 관점에서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사라지고, 모든 인터넷 서비스가 무선으로 대체하는 시기가 오면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통업계도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같은 도서산간지역일 경우 무선인터넷은 접근성이나 이동성에서 초고속인터넷 대비 개통이 용이해 보편적 서비스로 지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효율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내가 어디에 살아도 이통사를 통해 휴대폰을 개통하면 기지국 주변에서 이용 가능하다"며 "유선망 구축이 더 많은 비용이 들고 비효율적이라면 초고속인터넷과 시내전화의 대체 서비스로 무선인터넷을 제공할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KT가 초고속인터넷을 보편적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생기는 손실을 보전받는 비율은 60%다. KT가 광케이블 구축 등 보편적 역무를 제공하면서 발생한 손실의 60%를 매출액 300억원 이상 20여개 전기통신사업자가 매출에 비례해 분담한다. KT와 경쟁사, 과기정통부는 보편적 역무에 따른 편익 및 손실보전율을 둘러싸고 수개월간 공방을 이어갔다. 경제성이 떨어져 사업 제공을 담당해도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향후 무선인터넷의 보편적 서비스 지정을 논의할 경우에도 경제성 유무는 이통3사 모두에게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3사의 경쟁 구도도 가능하다.

김남철 과장은 "무선인터넷이 보편서비스로 지정돼더라도 가입자가 많은 SK텔레콤이 사업 제공자 역할을 떠안을 것이라고 확언할 수 없다"며 "실익이 있으면 3사가 뛰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