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숙원사업이던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촉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스타트업·벤처업계는 민간 투자 물꼬를 터 제2벤처붐을 확산하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기본법 제정안과 벤촉법 제정안 등 중기부 소관 12개 법률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10일 밝혔다. 벤촉법은 공포와 입법예고 등을 거쳐 이르면 올해 7월부터 시행된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중기부 제공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중기부 제공
창업자 경영권 보호 세이프제도 도입 첫발

벤촉법은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세이프(SAFE)는 기업가치를 투자시점에 정하지 않고 후속 투자를 받는 시점에 재평가하는 제도다. 초기 스타트업은 초반 기업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 힘들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감안한 제도다. 투자가 시급하다보니 투자자에게 지나치게 높은 지분을 책정하는 바람에, 후속 투자 유치로 향후 경영권까지 흔들리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세이프 제도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도다"라며 "도입 이후 창업자 경영권 보장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민간 투자자금 물꼬 텄다

벤촉법은 민간 투자자본이 벤처에 투자할 수 있는 각종 제도적 기반도 담았다. 벤촉법은 기존 벤처기업법과 중소기업창업법에 분산된 벤처투자제도 규제를 통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전까지 벤처투자제도는 중소기업창업진흥법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조치법 양쪽에서 규정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벤처투자와 창업투자 간 구분이 쉽지 않고 두 개 법으로 같은 내용을 규정한다며 투자를 가로막는 칸막이 규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이전까지는 창업·벤처기업을 위한 투자펀드를 조성하려면 소액이라도 반드시 모태펀드에서 투자를 유치해야 했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기금과 예산을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펀드다. 이 때문에 민간투자 자율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부분도 벤촉법 통과로 해소됐다.

또한 창업 초기기업 투자와 보육을 담당하는 액셀러레이터도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면 벤처펀드(벤처투자조합) 결성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액셀러레이터도 벤처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됐다.

벤처기업 인증도 민간으로 이양된다. 벤처기업 확인주체는 기존의 기술보증기금 등 공공기관에서 민간(벤처기업, 벤처캐피탈 등으로 구성된 벤처확인위원회)으로 이양된다. 또한 벤처기업 규정 기준에는 혁신성과 성장성이 새로 포함됐다.

업계 "벤처생태계 성장 기반" 환영 목소리

업계에서는 법안 통과에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혔다.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벤처업계에서 오랫동안 필요로 했던 법이 마침내 통과됐다"며 "벤처투자촉진법 통과를 기점으로 벤처투자 성과와 유니콘 기업 실적이 더욱 늘어나 경제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벤처기업협회도 환영 입장을 냈다. 벤처기업협회 측은 "우수한 혁신성과 높은 잠재력을 보유한 다양한 벤처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촉진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벤처확인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중기부와 적극 협력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도 "벤처투자촉진법 하위법령 등도 조속히 마련해 유니콘 기업 등 벤처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