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7년 말 내놓은 고강도 규제인 암호화폐 특별대책이 헌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공개변론이 열린다.

14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1월 16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정부의 가상통화(암호화폐) 관련 긴급대책 등 위헌확인’ 사건을 두고 각계 의견을 듣는 공개변론을 연다. 헌법소원이 신청된 지 꼭 2년 1개월 만이다. 사건번호는 2017헌마1384다.

./구글 이미지 갈무리
./구글 이미지 갈무리
이번 헌법소원은 2017년 12월 30일 정희찬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가 투자자 347명을 대표해 제기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국민 재산권과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는 취지다.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권력적으로 투자 행위를 제약해선 안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심판 대상은 문재인 정부가 시행하는 고강도 규제다. 정부는 2017년 12월 28일 암호화폐 투기 근절을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 검토 ▲거래 실명제(신규 가상계좌 발급 중단) ▲검·경 합동 암호화폐 범죄 집중단속 등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이듬해 1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특히 정 변호사가 문제 삼는 건 정부가 2018년 1월부터 시행한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신규 가상계좌 발급 중단)다.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란 실명이 확인된 사람에 한해 암호화폐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다. 이 제도 시행과 동시 신규 가상계좌 발급이 중단됐다.

정 변호사는 "개인 투자가 제한되면서 개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재산권, 직업 자유, 경제적 자유에 침해가 이뤄졌다"며 "국회 입법을 통하지 않고 법률적 근거 없이 규제가 시행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개변론에서는 ▲암호화폐 본질 ▲금융당국 규제 대상 ▲은행의 가상계좌 실명제 자발적 동참 여부 등이 다뤄질 전망이다.

청구인 측 입장을 대변할 참고인으로는 장우진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가 참석한다. 암호화폐 특별 대책을 내놓은 정부(금융위) 입장을 지지할 참고인으로는 한호현 한국전자서명포럼 의장이 나선다.

법조계 일부, 합헌 가능성 제기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헌재 심판에서 합헌 결정이 날 것으로 내다본다.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 자체를 금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임원규 법무법인 선린 변호사는 "재산권에 대한 내용을 다룬 헌법 제23조와 37조 2항에 의거한다면 합헌이 나올 수 있다"며 "이 두 조항에 따르면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 자체를 금지시킨 것이 아니라 가상계좌 신규발급 중단 및 거래실명제 전환 정도로 그친 점을 비춰보면, 2017년 암호화폐 특별대책이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헌법 제 23조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며,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 제 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신분을 밝히기 꺼려한 한 변호사 역시 위헌 결론이 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본권 침해 소지는 있다"면서도 "선례가 없어 위헌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권 침해 판단 기준과 더불어 특히 과잉금지 원칙 여부 판단 등이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과잉금지 원칙이란 국민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 국가 작용의 한계를 명시한 원칙이다. 크게 목적 정당성과 수단 적합성, 침해 최소성, 법익 균형성 등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