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예술인 생활고 해결, 예술품 담보 대출이 능사 아냐

  •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 박지혜 박사과정
    입력 2020.01.15 12:24

    세계 예술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전보다 많은 자본도 모이고 있다. 자연스레 예술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 서비스의 수요도 늘고 있다.

    예술 시장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아트 파이낸스 서비스로는 예술품 담보대출이 있다. ‘Art & Finance Report 2019 (딜로이트, Deloitte와 아트택틱, ArtTactic 발행)’에 따르면, 2019년 8월 기준 세계 예술품 담보대출 규모는 약 210억~240억달러(24조3264억~27조8016억원)에 달한다.

    세계 추세와 달리, 한국에서는 예술품 담보대출이 매우 소극적으로 이뤄진다. 국내 은행 중 예술품 담보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없다. 서울옥션이 예술품 담보대출을 제공하고는 있으나, 규모가 작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3분기까지 서울옥션이 소장자와 체결한 예술품 담보대출 약정(누적)금액은 81억8400 만원이다.

    얼마 전 ‘한국 예술품 담보 대출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접했다. 주 내용은 한국에서 예술품 담보 대출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많은 예술인의 문제인 생활고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작품을 만들어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럴싸한 이야기다. 지금 한국에서는 예술품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재능 있는 예술가들조차 시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원활히 판매하지 못한다. 예술품을 팔지 못한 예술가는 생계 문제를 해결하느라 예술품 창작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예술인 복지 차원에서 예술품 담보대출을 활성화하면,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담보 대출받아 생계 문제를 해결하고 예술품 창작에 집중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허점이 있다.

    예술품 담보대출을 활성화한다고 해서 시장에서 잘 거래되지 않는 작품 혹은 작가에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예술품 담보대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해외에서도 그렇다. 제도를 적극 활용해 혜택을 얻는 이는 예술가가 아닌 ‘고가 예술품 소장자’다.

    ‘The Economist’의 2019년 7월 6일자 기사인 ‘예술품 담보대출이 빠르게 성장한다(Borrowing against art is growing at a stunning rate)’에 근거가 있다. 기사에 따르면, 예술품 담보대출 기관은 담보대출 가능 금액에 일부 조건을 건다.

    미국에서 가장 큰 부티크 대출기관 아테나(Athena)는 최소 200만달러(23억160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예술품에만 담보대출을 진행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U.S. Trust) 등 민간 은행도 최소 대출금액을 명시해 놓지는 않았지만, 500만달러(57억8900만원) 이상의 예술품에 대한 담보대출을 선호한다. 예술품 및 예술가의 명성, 소장자가 가진 예술품 컬렉션 규모 등을 고려하기도 한다.

    예술인 복지 차원에서 예술품 담보대출 활성화 정책을 펴도, 원래 의도대로는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예술품을 팔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예술가를 대상으로 예술품 담보대출을 진행할 경우, 대출 기관은 ‘상환 불이행’ 및 ‘예술품 처분 불가능’이라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예술가의 생활고가 너무 심한 나머지 담보대출금을 갚지 못하거나, 예술가의 작품이 도무지 팔리지 않을 경우다.

    자연스레 대출기관은 시장에서 거래가 빈번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예술품을 담보로 대출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위 사유로 손해를 보고 싶지 않은 만큼, 거래 여부가 검증된 예술품만 주목할 것이다.

    국가가 예술품 담보대출을 보증한다면? 대출기관과 예술가는 이를 악용할 것이다. 무분별한 예술품 담보대출이 만연할 것이고, 이 책임은 국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복지 차원에서의 예술가들을 위한 생계 지원과 예술품 담보대출은 같은 선상에서 고려할 수 없다. 정책 의도처럼 예술품 담보대출이 원활히 이뤄지기 힘들 가능성이 높아서다.

    물론, 예술인들의 생계 곤란 역시 해결할 문제다. 그럼에도 작품을 많이 팔지 못해 생활고를 겪는 예술인에게 혜택을 주려면, 예술품 담보대출이 아니라 복지정책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박사 과정을 밟는다. ‘미술관 전시여부와 작품가격의 관계’ 논문,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용역 진행 등 아트 파이낸스 전반을 연구한다. 우베멘토 아트파이낸스 팀장으로 아트펀드 포럼 진행,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를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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