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 가득’ 방통위 업무보고에 업계 한숨만

입력 2020.01.16 11:30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체제가 공식 출범 5개월째를 맞았지만 갈피를 못잡고 헤맨다. 2020년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넷플릭스, 구글 등 글로벌 기업에 총구를 겨눴다고 했지만, 실제론 누굴 쏘는 건지 명확치 않다. 정책 실행의 의지가 보이기는 커녕 불확실한 계획만 가득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는 16일 2020년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활력있는 방송통신, 신뢰받는 미디어’를 비전으로 설정하고 3개 목표와 9개 과제를 중점 추진한다.

국내 사업자와 동등하게 글로벌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점검 계획이 눈에 띈다. 하지만 제도를 지키는 시늉만 하는 해외 사업자에 철퇴를 내리기 어렵다. 오히려 국내 유료방송사를 향한 제재를 강력히 하는 등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만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이광영 기자
"이용자 보호업무 평가로 규제형평성 제고…유료방송사 현장조사권 도입"

방통위는 광고·협찬·편성 규제와 권역별 상호겸영규제 등 방송 분야의 낡은 규제를 해소한다. 방송통신 융합환경에 대응해 미래지향적 중장기 방송규제 개편안을 마련한다.

방송통신시장의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한다. 해외 사업자의 불법행위도 국내사업자와 동등하게 조사·점검하고, 주요 해외사업자를 ‘이용자 보호업무 평가(이용자 피해예방 활동, 민원센터 운영현황 등)’에 포함해 국내외 사업자간 규제형평성을 제고한다.

유료방송사에 대한 현장조사권을 도입해 조사의 실효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시장의 고질적인 불공정행위를 개선한다.

지상파·종편·보도PP 재허가·재승인 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 심사한다. 허가·승인 유효 기한은 YTN·연합뉴스TV(3월), TV조선·채널A(4월), JTBC·MBN(11월), 지상파(12월) 순이다.

아동·청소년 출연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표준 가이드라인도 제정한다. 아동출연자의 근로기준, 신체접촉 및 욕설 등 부적절한 언어사용 금지 등을 담는다.

국민 참여 확대로 방송정책 추진과정의 투명성을 높인다. KBS 등 공영방송 이사·사장을 선임할 때 국민참여를 보장하고 절차적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시 국민이 묻는 의견청취제도를 도입한다.

허위조작정보 확산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 민간 자율의 팩트체크를 활성화한다. 팩트체크 기술 및 시스템 등 관련 기반을 마련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유한다.

지능정보사회 고도화에 대응해 이용자 보호정책을 강화한다. 1월 초 설립한 ‘지능정보사회 정책센터’를 운영해 민관 협의체를 중심으로 지능정보사회 이용자보호를 위한 실천방안을 논의하고, 관련 정책을 지원한다.

통신 방송 관련 결합상품 해지 절차를 간소화한다. 통신분쟁 조정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이용자의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AI스피커 등 신산업 분야에서 개인정보 침해 이슈도 선제 대응한다.

방통위는 향후 유료방송 M&A가 주식 인수로 진행되더라도 합병과 마찬가지로 방통위 사전동의 절차를 포함시킨다. 한상혁 위원장은 "합병이나 주식 인수나 시장에서 갖게 되는 효과는 같기 때문에 같은 절차를 거쳐야한다"며 "과기정통부와 합의한 만큼 법 개정 전이라도 주식 인수에서 방통위의 사전동의 절차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현판. / IT조선DB
국내대리인 지정 업무 소홀해도 ‘제재 불가’…현장조사로 국내 유료방송사만 ‘철퇴’

방통위는 2019년 3월 시행한 해외사업자의 국내 대리인제가 사업자별로 잘 시행 중인지 점검에 나서지만, 대리인 제도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 과태료를 부과하는 대신 글로벌 사업자의 자발적 대리인제 참여를 바라는 눈치를 보이는 등 한발짝 물러선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 위원장은 "자발적인 대리인 지정과 참여를 먼저 유도하고, (안 되면)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하겠지만 그런 불이익을 주는 것은 여러가지 이슈가 있어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정해 놓은 국내 대리인 지정 대상 사업자는 60개가 넘는다. 매출과 이용자 수에 따라 포함 여부가 결정된다. 의무 대상 사업자가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지 않으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애플, 구글, 페이스북처럼 대리인 지정만 해놓고 이용자의 불편 접수 등 고충 처리 업무를 소홀하게 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은 없다.

최성호 이용자정책국장은 "의무 대상 사업자가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처분하겠지만 국내 대리인의 업무 소홀을 따지는 규정은 없다"며 "국내 대리인이 최대한 책무를 다하고 의미있게 활동하도록 방통위가 점검하겠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용자 피해예방 활동, 민원센터 운영현황 등을 점검하는 이용자 보호업무 평가를 10월 실시한다. 국내외 사업자간 규제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2019년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시범적으로 평가했다. 2020년에 넷플릭스 포함 여부를 검토한다. 하지만 이 평가는 등급에 따라 사업자의 과징금을 경감해줄뿐, 제재를 내리는 수단은 아니라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반면 유료방송 플랫폼(SO·위성·IPTV)에 대한 현장조사권 도입으로 국내외 방송 사업자 역차별 문제는 더 부각될 조짐이다. 방통위는 2020년 하반기에 자사가입자 서비스 이용 방해(방송차단), 품질(해상도) 저하 행위 등 새로운 형태의 방송분야 불공정 행위에 대한 금지행위 규정을 추가한다. 금지행위 조사 시 사무소 등에 출입해 조사할 수 있는 현장조사권 규정 도입을 추진한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기관에 강력한 권한을 주는 현장조사권의 칼날이 국내 유료방송사에만 향해 있는 것이 문제다"라며 "해외 OTT 사업자가 국내시장을 침투할 동안 국내 사업자는 행여나 금지 행위로 판단 받을 것을 우려해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유료방송 M&A 활성화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불공정 행위가 나타나는 것에 강력하게 대응하자는 취지다"라며 "현장조사는 강제하는 것 보다 사업자의 자발적 협조를 우선한다"고 말했다.

최성호 국장은 "전기통신 사업법이나 단말기유통법 같은 통신 분야에는 현장조사권이 보장돼 있지만 방송법에는 현장조사권이 없고 보편적 시청권에 한해 현장조사권이 있었다"며 "이용자 보호차원에서 새롭게 도입되는 서비스에서도 금지행위를 조사할 수 있는 현장조사권을 보장해야 하며, 관련 입법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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