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CES 2020에서 확인한 '스마트 혁명'과 '환자돌봄'

  •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
    입력 2020.01.17 10:23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출처 이은숙 원장
    압도적이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한가운데서 맞닥뜨린 LG전자 OLED(올레드) 사이니지의 거대한 물결을 보는 순간 숨이 멎었다. 순간의 전율은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TV 더월(The Wall) 앞에서도 이어졌다.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2020은 4차 산업혁명을 관통하는 기술의 각축전이다. 미래사회의 예고편인 이 전시에 자랑스럽게도 우리나라 기업과 대학, 지자체가 맹활약하고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방법에 관심이 많은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큰 기대감을 안고 17만 명 중의 하나가 되어 CES를 직접 참관했다. 현지의 많은 참관객이 우리나라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감탄하고 감동했다. 대기업들의 각종 첨단기술은 다르면서도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다. 삼성전자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C랩을 둘러보고 경쟁과 상생을 통한 혁신적 도약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이 CES2020 현장에서 로봇팔을 이용해 50lbs(약 22.7kg) 무게의 사물을 한손으로 가볍게 들어올리고 있다./출처 이은숙 원장
    인공지능은 CES 구석구석 어디에나 있었다. 작은 일상이라도 인공지능을 만나면 혁신이 되었다. 약을 챙기는 것이 어려운 치매 환자를 위해 스마트 약통이 복용 시간을 말해준다. 스마트 매트는 매트 위에서 요가하는 사람의 동작이 정확한지 코치해준다.

    스마트 칫솔은 제대로 칫솔질이 되지 않은 부분을 즉각적으로 피드백해준다. 스마트 변기는 휴지가 없으면 휴지를 불러온다. 변기 위에 직접 앉아보겠냐는 직원의 권유를 쑥스러워 거절했지만, 실제 상황이면 그 순간만은 참으로 절실한 기술일 것이다.

    펫테크도 CES에서 접한 새로운 분야이다. 집에 주인이 없어도 인공지능이 반려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위험한 장난은 경고하고, 놀아주기까지 한다. 또한, 고령사회를 대비해 노인들의 헬스케어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스마트 히어링 에이드, 스마트 휠체어뿐 아니라 반려로봇은 노인들의 정서적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CES에 나온 제품들은 ‘건강관리(Wellness)’에 가까웠지만, 병원의 진화에 화두를 던져주기에는 충분했다. 병원은 지극히 노동 집약적이고, 작은 실수가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곳이다.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단순반복 업무가 줄고 사고를 예방해 환자 돌봄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AI카메라가 약품 등의 재고관리를 알아서 해주고, 환자들의 낙상을 미리 감지하고 예방해 환자안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CES에서 발견한 120개 언어를 소화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동시 통번역기는 세계 각국에서 국립암센터를 찾아오는 해외 환자들을 위해 마련하면 좋겠다.

    현재 국립암센터는 새로운 병원 건물을 증축 중이다. 증축 건물에 각종 스마트 기술이 도입되면, 환자와 의료진을 도와 최적의 의료서비스 구현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 스마트 기술은 바깥에서 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번 CES 참관을 통해 확인한 사실이다.

    필요한 기술은 우리나라에 다 있다. 환자돌봄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가 관건인데, 국립암센터는 헬스케어플랫폼센터라는 내부 조직을 만들어 첨단 스마트 병원으로의 진화를 모색 중이다.국내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병원에, 진료에, 환자돌봄에 진정한 인텔리전스를 구현하도록 노력하겠다.

    CES2020 이후 기관 차원의 시사점뿐 아니라 개인적인 숙제도 생겼다. 평생을 외과의로 살아왔지만, 수술장에서가 아닌 증강현실로 해본 수술은 녹록지 않았다. 얼리어답터라고 자부했는데, 증강현실 앞에서는 아날로그인임을 깨달았다. 작은 드론부터 중장비까지 휴대폰 하나로 조작이 가능한 미래기술을 접하니 휴대폰 게임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가상·증강현실에 대한 경험과 훈련을 많이 쌓아야 한다. 곧 도래할 디지털 시대를 위해서도, 긴 인생을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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