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키우는 스타트업…창투사 설립 잇따르는 이유

입력 2020.01.19 06:00

국내 중견급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기업형 벤처캐피탈(CVC)과 투자전문회사 설립소식을 알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정 규모로 성장한 중견급 스타트업이 자금을 조성해 직접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초기 스타트업 지원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는 이를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한 단계 성숙했다는 방증으로 평가한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잇따라 CVC를 설립하는 흐름이 보인다. CVC는 기업이 설립한 벤처캐피탈 자회사를 의미한다. 기업이 주로 자체 잉여자금을 가지고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해 혁신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한다. CVC는 모기업으로부터 자본금을 받아 투자하거나 CVC가 투자전용펀드를 별도로 만들어 투자한다.

CVC는 핑크퐁과 아기상어로 유명한 스마트스터디와 부동산 앱 직방이 대표적이다. 스마트스터디벤처스는 지난해 7월 설립됐다. 직방 CVC인 브리즈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창업투자회사 인가를 받았다.

CVC는 아니지만 모 회사와 사업목적을 분리하고 순수한 투자 성격의 회사도 잇따라 설립된다. CVC는 모회사와 긴밀한 사업적 연관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스타트업 컴퍼니빌더인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창업투자회사(창투사) 패스트벤처스를 설립하고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패스트밴처스는 올해 1월 중기부 창투사 등록을 마쳤다.

모바일 게임 쿠키런을 만든 데브시스터즈가 2015년 만든 데브시스터즈벤처스도 전문창업투자사다. 데브시스터즈벤처스는 패스트트랙아시아의 교육전문 자회사 패스트캠퍼스와 인재 매칭 플랫폼 숨고 등에 투자했다.

./ 조선DB
이들이 CVC와 창투사를 만드는 이유는

스마트스터디벤처스와 브리즈인베스트먼트, 패스트벤처스 등 스타트업이 만든 투자전문회사 공통점은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국내 창업 생태계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서 초기 스타트업임에도 우수한 기술력과 잠재력을 갖춘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초기에 투자해 향후 재무적 성과를 거두는 한편, 장기적 관점에서 생태계 전반을 키우고 이들과 공동사업 가능성을 모색할 수도 있다.

프롭테크(부동산+IT의 합성어) 분야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겠다는 브리즈인베스트먼트 사례가 대표적이다. 브리즈인베스트먼트는 직방이 프롭테크 성장을 위해 만든 CVC다.

직방 관계자는 "직방 기업 운영을 넘어 프롭테크 생태계 전반을 키우려는 목적이다"라며 "해외에선 이미 프롭테크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대규모 펀드가 조성되는데 한국은 전무했다"고 전했다.

초기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인수합병(M&A)을 할 수도 있다는 점도 CVC나 창투사 설립 이유다. 대신 투자전문회사를 별도 설립한다. 이는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경영진 경영방침과 조직문화를 존중하는게 해당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직접 투자해 지분일부를 확보하기보다는 투자전문 자회사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 초기 스타트업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는 방법이 된다.

스마트스터디 관계자는 "지분투자 관계는 직접 맺지 않으면서도 사업협업 관계를 가지도록 CVC를 만들었다"며 "투자 후 직접 지분관계를 맺는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되면 향후 직접투자나 M&A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는 "패스트벤처스는 기존에 있던 패스트트랙아시아 산하 패스트인베스트먼트와 달리 창업 초기기업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했다.

초기 스타트업에는 시드나 프리 시리즈A 단계 정도의 투자만 이뤄진다는 점도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이유다. 이들이 중견급 스타트업으로 규모는 성장했지만 대기업처럼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에는 아직 여력이 없다. 조성할 수 있는 펀드 규모액이 적다는 의미다. 반면 이들에게는 적은 투자금액이지만 초기 스타트업에는 단비와 같다. 대략 10억원에 미치지 않는다.

현재까지 조성한 펀드액 규모는 패스트벤처스가 71억원이다. 브리즈인베스트먼트는 200억원규모 펀드를 결성할 예정이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녹색불 켜졌지만…금산분리 규제 풀어줘야

업계는 잇따른 스타트업 CVC 등 창업투자전문회사 설립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신호로 본다. 스타트업이 창업투자회사를 만든 사례는 카카오와 네이버 이후 거의 처음이라는 점에서다.

다만 CVC를 통한 스타트업 투자흐름에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대기업도 CVC 설립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대기업 지주회사는 금산분리 규제 때문에 금융사인 창업투자회사 법인을 만들어 투자할 수 없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스타트업이 일정한 성장을 이루면서 관련 산업계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건 그 자체로 바람직하다"며 "한국 투자 생태계가 성장했다는 지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 생태계가 커지려면 대기업 CVC 설립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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