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암호화폐(가상화폐)로 번 소득을 복권 당첨금·강연료 등과 같은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픽사베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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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암호화폐 과세 방안을 검토하는 주무 담당조직을 재산세제과에서 소득세제과로 변경했다. 재산세제과는 양도·증여세 등을 총괄하는 부서다. 소득세제과는 근로·사업·기타소득세, 연금·퇴직 소득세 등을 담당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이유로 암호화폐 소득을 양도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분석한다. 기타소득은 이자·배당·사업·근로·연금·퇴직·양도소득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소득을 모두 아우른다. 가장 대표적인 기타소득으로는 상금과 복권 당첨금, 원고료, 인세, 강연료 등이다. 대부분 일시적이며 불규칙적인 소득 성격이 강하다. 통상 기타소득 60%는 필요경비로 공제되고 나머지 40%를 과세표준으로 20% 세율이 소득세가 부과된다.

당초 기재부는 2019년 하반기 암호화폐 과세 방안 검토에 착수하며 재산세제과가 실무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암호화폐 제도화 첫 발판인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세 행정에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내다봤다. 기타소득으로 과세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종 거래 금액에 일정 비율의 필요경비 공제만 제외하면 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국세청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외국인 암호화폐 거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세금을 부과했다. 이에 따라 빗썸은 803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소득세법상 외국인 사용자 거래 내역을 기타소득으로 간주하고 지방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을 적용한 것이다.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 성격상 소득세와 양도세, 금융소득 과세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며 "가장 선임 부서인 소득세제과가 중심을 잡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다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과세 방안을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업계 의견 청취와 관련 법제도 분석 등 본격적인 검토가 시작되지 않았다"며 "7월말쯤 발표하는 세법개정안에 과세 방안을 담을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는 한 숨을 쉬는 분위기다. 암호화폐 법제화 전에 세금부터 걷으려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업계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업계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는 손익과 무관하게 최종 거래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손해를 보더라도 세금을 내놓으라는 건데, 이렇게 되면 국내 암호화폐 산업 경쟁력은 없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도화 노력 없이 편하게 과세만 할 게 아니라 (암호화폐 산업이) 제도화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기반 역할을 하는 게 정부 역할이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