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은 데스크톱보다는 노트북이 주류이지만, 그 틈새에서 조립 PC 판매량도 꾸준하다. 주로 인기 스트리머의 게임 방송에 나오는 각종 게임을 집에서 직접 즐기거나, 평소 좋아하는 온라인 게임을 집에서도 맘껏 즐기기 위해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양과 구성이 미리 정해진 완제품 PC와 달리, 조립 PC는 구성과 사양을 사용자가 입맛 따라 구성할 수 있다. 조립업체들이 알아서 가장 인기 있거나 많이 찾는 구성에 맞춰 적당한 조합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CPU나 그래픽카드 같은 게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품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기본 지식이라도 알고 있는 것이 제품 선택에 도움이 된다.

6코어 구성의 인텔 9세대 코어 i5 프로세서 라인업. / 인텔 제공
6코어 구성의 인텔 9세대 코어 i5 프로세서 라인업. / 인텔 제공
그래픽카드는 생각보다 선택이 어렵지 않다. 최고급 사양이 아닌, 성능과 비용이 적당히 균형 잡힌 시스템 기준으로 지포스 GTX 1660 슈퍼 또는 RTX 2060 슈퍼(레이트레이싱 등 최신 기술을 체험하고 싶은 경우) 정도면 만족할 만한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오히려 CPU 선택이 어렵다. 4코어 이상 CPU가 보편화하면서 CPU 코어 수부터 고민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운영체제와 게임에서 멀티코어 지원이 확대되면서 클럭속도(작동속도)만 좋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선 2020년 새해 게이밍 조립PC의 CPU 선택 기준은 ‘6코어’다. 인텔과 AMD의 CPU 시장 경쟁이 재점화되면서 과거 최상급 CPU, 전문가급 CPU였던 6코어 제품도 20만원 안팎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상위 제품으로 가면 8코어 이상 CPU도 수두룩하다. 다만 주 용도가 ‘게임’이라면 6코어만으로 충분하다. 물론, 1대의 PC로 게임 플레이와 실시간 방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 사진 및 영상 편집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작업을 많이 하는 경우, 고성능 하드웨어에 관심 많은 ‘HW 마니아’인 경우라면 8코어 이상 CPU가 유리하고 매력적이다.

게임만 즐기는 데는 6코어 이상 구성에 큰 이득이 없다. / 최용석 기자
게임만 즐기는 데는 6코어 이상 구성에 큰 이득이 없다. / 최용석 기자
그러나 단지 게임만 즐기기에는 6코어 이상부터 성능이나 퍼포먼스에서 큰 이득이 없다. 8코어 이상 제품부터는 가격이 급증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차액으로 메모리나 SSD 등의 용량을 늘리거나 그래픽카드를 한 단계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

CPU 제품 소개를 보면 코어 수 외에 ‘스레드(thread)’라는 말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하나의 CPU가 동시에 처리 가능한 명령의 수다. 스레드 수가 높을수록 CPU가 동시에 더 많은 작업을 할 수 있다. 하이퍼스레드 (또는 SMT)라는 기술을 통해 1개의 CPU를 2개처럼 사용(1코어 2스레드)함으로써 코어 수가 늘어난 효과를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코어 수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나 작업이 아니라면 스레드 개수도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1개 코어가 2개처럼 작동해도 실제 2코어만큼의 성능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6코어 CPU를 찾아보면 인텔의 9세대 코어 i5 제품군과 AMD의 3세대 라이젠 5 제품군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비용을 최대한 아껴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많은 이들이 인텔 9세대의 손을 들어주는 편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코어당 성능(IPC)의 근소한 우위와 ▲그로 인해 조금 더 우세한 전반적 게임 퍼포먼스 ▲최신 공정은 아니지만 그 반대로 얻게 된 안정성 ▲하드웨어 초보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접근성 등을 주로 꼽는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인텔 9세대 i5 제품 중에서 i5-9400F 제품이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워 인기를 끌었다. 6코어 구성의 CPU를 10만원 중반대의 가격으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텔 9세대 코어 i5-9600KF의 가격이 20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지면서 ‘살만하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 인텔 제공
인텔 9세대 코어 i5-9600KF의 가격이 20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지면서 ‘살만하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 인텔 제공
요즘은 같은 i5 라인업의 최상위 제품인 i5-9600KF 모델이 좀 더 인기다. 9400F에 이어 꾸준히 가격이 하락하면서 30만원을 바라보던 가격이 어느덧 20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코어 수는 둘 다 같지만 9400F의 기본 작동 속도가 2.9㎓에 머무는 데 반해 9600KF는 기본 속도가 3.7㎓으로 상당히 차이가 크다. 당연히 실제 게임에서의 성능도 9600KF가 한 수 위다. 배수 잠금이 해제되어 있어 오버클럭을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HW 초보자에게는 큰 메리트는 없다.

비슷한 가격에 6코어 12스레드를 지원하는 라이젠 5 3600 얘기가 빠질 수 없다. 일단 스레드(6코어 12스레드)면에서 좀 더 유리하고, 오버클럭과 고사양 메모리도 지원해 잠재능력은 상위 모델인 9세대 코어 i7-9700K와 해볼 만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사용자가 프리시전 부스트 오버드라이브(Precision Boost Overdrive, PBO)를 시작으로 어느 정도 하드웨어 및 오버클럭 기본 지식을 알고, 직접 시도까지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100만원 이하의 예산으로 게이밍 조립PC를 구성하는 이들의 약 90%는 상대적으로 PC 초보자일 가능성이 높다. 잠재적인 성능이나 기능보다는 구매한 즉시 얻을 수 있는 성능과 기능, 당장 자신이 즐기는 게임이 잘 실행되느냐 자체가 더 중요하다.

그런 이들에게는 별도의 조작이 없어도 기본 작동 속도와 성능이 괜찮은 코어 i5-9600KF가 추천하기 편하다. HW 자체에 관심이 없는 한 오버클럭 등의 부가 기능은 당장 큰 의미가 없다. 국민 간식 ‘치킨’에 비유하면 뼈 있는 일반 치킨보다는 먹기 편한 순살치킨에 먼저 손이 가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